거울을 잘 봐야 한다! [인지부조화 인지하기]

“긴 잠에서 깨어보니 세상이 온통 낯설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 없어
나도 내가 아닌 듯해라“

임희숙 “잊혀진 여인” 중

 아! 그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다 꿈이었던 걸까? 이젠 나도 내가 아닌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지난 3개월 동안 우리 팀에서 가장 고객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협업도 정말 잘 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우리 팀원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수시로 동기부여도 하고 업무도 잘 분배했다. 심지어는 매일같이 야근하며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분기를 마무리하며 받은 피드백 결과가 이렇게 안 좋다고…? 말도 안 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대표와 팀원이 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거야. 아니 그리고 평가 방식도 문제가 있어. People & Culture 팀은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갑자기 평가하라고 툭 던지는 건 도대체 뭐야?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찰칵! 찰칵! 사진찍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간혹 셀카나 풍경사진을 찍을 때 들리는 찰칵 소리를 듣다보면 착각이라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다.(특히 셀카 찍으며 ‘흠.. 오늘은 좀 생겼네’ 착각하는 것처럼) 앞서 작성한 글의 종착지에서 ‘착각’은 내리지 않았다. 사람이 착각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착각 하다보면 어느새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에 빠지게 된다.

인지부조화는 심리학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생각을 동시에 접할 때 혹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과 반대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나 불편함을 뜻한다. 즉 신념(belief)과 행동(behavior)이 일치하지 않아 불편한 상태를 말한다. 조금 돌려 말하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차이가 있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회사 혹은 조직에서도 인지부조화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인지부조화는 인사담당자 뿐만 아니라 매니저, 리더 그리고 모두가 잘 다뤄야 하는 조직/개인의 심리현상이다. 특히 업무성과 평가/다면피드백 등을 진행하며 회고하는 시즌에 심심찮게 나타난다. 앞서 묘사했던 상황은 회사에서 인지부조화를 겪는 단편적인 예시 중 하나다. 스스로 협업을 끝내주게 잘하고 팀원들이 자신의 리더십을 믿고 잘 따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사실은 독단적이며 고집 부려 협업을 저해하고, 팀원들이 전혀 따르지도 않는 경우 심한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마음이 많이 불편해지고 온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뿜어져 나온다. 심한 경우 몸 곳곳이 아파오기까지 한다.

인지부조화의 개념을 구체화한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1989)는 사람이 인지 불일치를 겪으면 심리적으로 불편해지고, 이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혹은 불일치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행동을 바꾼다고 했다. 즉, 인지부조화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거나 행동을 바꿔야 한다.

인지부조화를 극복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는 협업을 잘하고 싶고 리더십도 뛰어나고 싶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해서 목표/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고 인정하면 된다. 또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행동을 고쳐나가면 된다.

하지만 연구결과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기 보다는 생각을 바꾸는 경향이 더 많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변명이나 핑계가 필요하다. 이는 곧 자기합리화, 오류 정당화로 이어진다. 위 사례와 같은 경우, 피드백/평가결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거나 시간과 자원이 부족했던 탓, 계획이 갑자기 변경되었던 탓, 상황이 여의치 않앗던 탓 등으로 원인을 돌리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의욕과 열정을 잃고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아예 체념하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저 목표는 달성해도 별로 효과가 없었을 거야’ 등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고 인지부조화 상황을 나름의 조화로운 상태로 만들어간다. 이 사례 말고도 팀원과 1:1 면담을 하거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 면접을 볼 때도 인지부조화 현상을 살필 수 있다. 아쉽게도 인간은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적다보니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일상에서도 인지부조화를 느끼는 순간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지부조화 현상이 도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단순하고 명료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지부조화를 갖고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연과 세상으로부터 새로운 관점과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이것들은 기존에 갖고 있었던 생각과 충돌하며 계속해서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거나 자기합리화로 자신을 보호하는 등으로 부조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소한다.

인지부조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인지부조화가 피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첫째, 인지부조화를 이해하고 인정하기.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는 인간의 본성, 나와 다른 사람 모두에게 존재하는 본성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생각하고 되뇌면 도움 될 수 있다.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사람이다.”, “나는 인지부조화가 있을 수 있다.”, “언제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이 있다.”, “나는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

 둘째, 거울 자주보기(인지부조화를 최대한 빠르게 마주하고 감소시키기)
인지부조화 상태가 오래 갈수록 개인과 조직 모두의 피해는 커진다. 인지부조화를 인지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의 인지를 맞추는 과정에 드는 비용은 시간이 늘어날수록 지수그래프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피드백을 자주하며 피드백에 나를 노출시켜 다른 관점에서 나를 보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거울을 자주 봐야 한다. 눈곱이 끼진 않았는지 앞니에 고춧가루가 끼어있는지를 보는 차원의 ‘보기’가 아니다. 합리화하는 동물인 나를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피드백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과 조언, 평가에 어떤 관점이 담겨있는지 상상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면 된다. 그래서 ‘소통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 소통’이 중요하고, 조직문화/인사 차원에서는 평가보상제도, 협업제도, 피드백 등을 잘 설계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

거울을 보는 데에는 정말 담대한 마음이 필요하다. 내 모습을 자연의 관점에서, 세상의 관점에서 올곧이 마주하는데 아무 동요가 없다면 너무 뻔뻔한 거다.(흑흑…) 그리고 인지부조화를 담대하게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잘 안다는 것과 같다. 나를 올곧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을 안다는 것은 지혜이고, 나를 안다는 것은 밝음이다. 남을 이김은 힘이요, 나를 이김은 강함이다.(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自勝者强, 도덕경 33장)”

앞으로 마주해야 할 인지부조화가 숱하게 많다. 다이어트 한다며 운동하고, 그 보상으로 치킨을 뜯는 내 모습부터가 만만치 않은 인지부조화다.. 하지만 이제 인지부조화를 잘 인지하고, 나를 알고 나를 이기는 사람, 밝고 강한 사람이 되자. 나부터 인지부조화를 극복할 수 있을 때, 인사도 조직도 회사도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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