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건너의 연결, 느슨한 연대의 시작

변화가 필요했다

막막했다. 내가 언제까지 잘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만큼, 고민에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다 이른 결론이 대학원이었다. 유학 보다는 시간과 돈이 덜 부담스럽고, 창업과 이직 보다는 안전해 보였다. 경영대학원이 좋을까? 광고전문대학원이 좋을까? 한참을 저울질 했다. 지인 추천을 받은 몇 개의 학교 사이트를 주식 사이트 살피듯 수시로 드나들었다. 들어갈 때마다 같은 내용 이었지만, 뭔가 구원의 메시지가 있을까 싶어 커리큘럼과 교수진 그리고 각종 공지를 보고 또 봤다.

잦은 방귀 끝에 결과가 있듯, 잦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는 대학원 포기였다. 유일한 길처럼 보였는데, 마흔에 접어든 나에게 사실 대학원’도’ 버거웠다. 장거리 출퇴근으로 하루 4시간 이상을 거리에 쏟는데, 그 와중에 야간 대학원까지 간다는 게 그림이 안 그려 졌고, 돈도 문제였다. 나의 문제는 여전하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대학원을 택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마음을 쓴 만큼 그 ‘잔해’는 유용했다. 대학원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1년짜리 학교를 만드는 것으로 우회했다. 생각해 보니 내게 석사 학위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새로운 자극과 연결을 만들어 줄 ‘관계’ 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즈음에 읽은 ‘낯선사람효과’ 란 책이 영감을 줬다. 친한 사람보다 낯선 사람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가 책의 핵심이다. 얼마나 많은 낯선 관계가 있느냐가 성공과 변화에 좋은 자극과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얘기다. 그 책의 컨셉과 이름에서 학교를 만들었다. 바로 ‘낯선대학’

 

왜 친한 친구나 가족보다 그냥 아는 사람이 내 인생을 더 흔들어놓는가?

책 <낯선사람효과>

 

야간 대학원 운영 방식을 참고해, 매주 월요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2교시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실은 교실 밖 3교시, 4교시도 왕왕 진행됐다). 외부 강사를 부르면 좋겠지만 비용과 시간(섭외 등)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참여자가 돌아가며 발표하는 방식을 택했다.

학교가 흥하기 위해서는, 발표 내용이 좋아야 했다. 그래서 참여자 나이를 제한했다. 33세~45세. 어느 정도 경험과 내공이 쌓여, 본인의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 소개할 수 있는 나이의 시작을 33세로 본 거다. 책 ‘아웃라이어’에 나온 ‘1만시간 법칙’ 을 고려했다. 사회에 나와 1만 시간을 통과하는 때가 대략 33세(로 봤다). 그 나이에서 가장 멀지만 가까운(통하는) 나이를 45세. 그 사이에 있는 이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기준은 마련했으니,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 초대 할 것이냐? 가 관건이었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풀렸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할 지인 6명을 찾았다.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한 나이였고, 비슷한 고민(막막, 막연, 아득, 답답, 멘붕)에 봉착해 있었다. 한 자리에 모이기 전에, 미션을 제안했다. 각자 이 낯선 학교에 초대하고 싶은 지인 7명을 리스트업 해 주세요!

 

2016년 2월, 낯선대학 최초의 7인이 모였다.

최초의 미팅이 진행 됐고, 그 자리에서 초대하고 싶은 분들(미안하지만, 그들의 참여 의사와 상관없었다)을 서로 소개했다. 너무 흥미로웠다. 소개 된 분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내 삶의 울타리가 후끈하게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하나같이 내 삶의 반경에 들어온 적이 없었던 낯선 사람들이었는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은 지인의 지인 이었기 때문이다. ‘지대넓얕’ 으로 유명한 채사장의 또다른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가 떠올랐다. 언젠가 만날 사이, 시간을 앞당겨 만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건너건너의 연결, 50여명이 모였다

초대는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고, 우리가 회의에서 각자 소개한 거의 모두가 초대에 응했다. 그렇게 2016년 3월, 입학식을 진행했다. 입학식에 앞서 페이스북 그룹방과 단톡방을 만들었다. 그룹방은 매 수업 안내 및 의견을 모으는 장, 그리고 각종 기록(특히 사진)을 공유하는 곳으로 활용했고, 단톡방은 당장은 쓸모 없지만 누적되면 쓸모 있는 농담과 온갖 정보들이 오가는 곳으로 활용했다. 입학식에선 2가지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하나는 자기소개, 또 하나는 뽑기 였다. 뽑기는 뭐냐? 바로 참여자들이 언제 발표를 할 지 운에 맡겨 정하는 시간이었다. 3월부터 12월, 우리가 언제 모이는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단지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그날 확정을 한 것이다. 바로 뽑기를 통해 각자의 발표시간이 정해졌다. 초반에는 무엇을 발표하면 좋을 지, 방향을 만들기 위해 스텝들이 우선 배치가 되었다. 그렇게 입학식이 끝나고, 1년간의 낯선대학이 시작되었다.

 

2016년 3월, 낯선대학 입학식 풍경이다. 지인의 지인들이 모였다. 두근두근 해맑다.

원래 참여자가 돌아가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방식의 프로젝트를 ‘회사’에서 해 보려 했다. 동료가 복지다! 란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 IT 회사엔 인재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팀을 넘어선 교류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직군별 참여자들을 모아(처음엔 초대가 되겠지만), 점심 시간을 활용해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 의지는 쉽게 풀리지 못했고(무엇보다 이런 프로그램엔 조직 내 ‘스폰서’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결국 이 에너지는 밖으로 발산 되어 낯선대학을 만들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는 낯선대학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풀려고 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이 학교는 여러 회사에서도 활용하면 좋을 방식이다.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 수 있지 않을까.

ㅡㅡ

[참고]
1) MBC 14F에 소개된 낯선대학, 리뷰빙자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jFF0Qlz8C_s
2) EBS에 소개된 낯선대학
https://news.v.daum.net/v/20180926205857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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