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시대, 성과관리의 리부트(Reboot)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자율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도입되고 이제 겨우 안정화가 되어가는 듯하니,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재택근무를 시행해오고 있다. 코로나사태 이전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는 거의 찾기 힘들었고 재택근무의 도입을 고려하는 회사조차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회사들이 비대면의 업무환경이 기본 업무환경이라는 전제하에 조직의 효과적인 운영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1월 초 원티드랩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이후의 HR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84%의 회사들이 2021년 HR이 집중할 과제로 ‘비대면의 업무환경,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의 인사운영, 관리방안’을 꼽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근무장소나 소정근로시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최초 주 52시간제 도입부터 지금의 비대면 근무환경이 일반적인 근무환경이 되기까지는 불과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MZ세대와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세대들의 가치관 변화, 일에 대한 의미가 변해가는 양상을 볼 때 이러한 근무환경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가야하는 방향임에는 부인할 수 없지만 코로나19라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해 엄청난 가속화가 일어난 셈이다.
이렇게 비대면의 업무환경이 ‘뉴 노멀’이 된 상황에서, 계속해서 개인과 조직이 생산성을 유지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 성과를 관리하는 접근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원티드랩의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평가/보상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응답률은 20% 이지만, 47%의 회사가 내년도에 집중할 과제로 ‘비대면 업무환경에서의 성과관리 개선’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아직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에게도 내년도 집중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고민이 참 많은 요즘이다. 다만 한 가지 작은 확신이 드는 것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불어오던 성과평가제도의 변화의 바람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것이다. 근무환경의 변화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이후, 지금은 2025년입니다.’ 라고 말하는 김미경 작가의 목소리는 HR영역의 곳곳에서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성과평가에서 보상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는, 보다 짧은 호흡으로 발걸음을 맞추어 갈 수 있는 상시 피드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비대면 업무환경에서 구성원들의 고충 중 하나는 면대면 상황에서와 달리 화상회의나 전화 등의 제약사항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데서 오는 불안함이 있고, 조직장의 고충 중 하나는 구성원이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눈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이 각기 다른 고충을 원활하게 해결하고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상호 간의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피드백의 초점은 성과평가도 아니고 역량에만 국한될 필요도 없다. 구성원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는 방향이면 된다. 일상적인 업무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에 상황에 따른 업무 우선순위를 수시로 논의한다든가, 개인의 성장/커리어 계획을 기반으로 무엇을 잘 하고 있는지, 더 잘 할 수 있는지, 또는 조직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직장은 구성원이 가진 고충과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동시에 구성원의 현재 상태를 바탕으로 코칭하며 몰입도를 제고할 수 있다. 구성원 입장에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본인이 올바로 잘 가고 있는지 때때로 확인을 받으면서 보다 자신감 있게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상황이기 때문에 구성원과 조직장 간에 효과적인 커넥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상시 피드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또한, 상시 피드백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성과뿐만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도 집중하게 되므로, 기존에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성과는 보상, 역량은 승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성과와 역량을 복합적으로 관찰하게 된다.
전통적인 평가제도에서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나타난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그 평가결과는 성과급 등의 차등 지급을 위한 근거로 활용되었다. 그리고 현재부터 미래에 발현될 것으로 기대되는 잠재력 및 행동능력을 역량이라 정의하고 그 역량수준을 직급으로 환원하여 승진의 기준으로 삼았다. 예외적인 경우에 발탁승진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한 직급에서 직급연차라고 하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음 직급, 즉 한 차원 높은 역량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성과는 결과적인 측면에서 나타나고 역량은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와 역량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둘 간의 상호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업무를 수행하는 전반적인 흐름에서 종합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꼭 개인의 역량이 높다고 해서 높은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역량이 높다면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조직장은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조직이 성과를 낼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상시 피드백은 업무를 수행하는 전반적인 흐름의 곳곳에 관여하게 되므로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복합적으로 면밀히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비대면으로의 업무환경 변화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 동료와의 관계, 본인의 업무 등과 같은 여러 요소들이 일적인 요소로 집중되게 하여 직무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있어 HR보다는 현업 리더의 역할과 권한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직장인에게 회사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가장 큰 목적은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경제활동을 하여 생활을 영위하기 위함이지만,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동료들과의 사회적 관계, 이를 통한 즐거움, 행복감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동료들과의 술 한잔이면 툭툭 털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비대면인 상황에서는 어떨까. 연일 이어지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또 간헐적으로 출근을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회사에서 더 이상의 회사 ‘생활’은 기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개인생활 공간인 집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일과 개인생활의 애매한 경계를 오가고 가끔은 일이 개인생활을 침범하기까지 하니 내가 하는 이 일이 도대체 얼마나 가치 있고 이 일을 통해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본인의 성장과 발전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과도 맞아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의 동기와 몰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의 역할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일상의 업무가 조직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시키고 이 맥락 안에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제도라는 큰 틀을 두되 구성원이 속한 사업 환경의 특성, 직무 별 특성, 조직 내 역할단계 별 특성 등을 바탕으로 보다 섬세하게 커스터마이징 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평가와 보상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낮아지고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보상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형화된 방식으로만 관리하던 성과평가에서 비정형의 피드백 형태가 도입되고, 제도적인 틀 안에서 구성원들을 일반화하여 관리하던 방식에서 개개인의 업무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관리해야 한다면, 그 구성원들을 보상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달라진 업무환경에서 구성원을 동기부여 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보상에 있어서도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볼 수 있다.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상 배분을 하고 내부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했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구성원의 수용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회사의 보상 구조에 따라 각 요소에 전략적으로 보상 자원을 배분하는 것부터, 기본연봉을 책정하고 인상하는데 있어서도 평가결과를 일괄 적용하기 보다는 각 구성원의 현재 보상수준이 어떤지, 내부적인 위치뿐만 아니라 외부 시장상황에서의 경쟁력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핵심인력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의 보상을 할 지, 우리회사에 꼭 필요한 핵심직무는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해서도 회사의 철학을 담아 우선순위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부터는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업무하는데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업무장비를 지원하는 것부터 수당, 업무지원금 등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변화의 당위성과 방향에 대해 경영진을 설득하고 구성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어야 최소한 중간은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인사제도든 하나를 바꾸면 다른 것들까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인사제도는 존재하기 어렵고 유기적으로 서로 얽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지점에 아주 서서히 도달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는 회사들이 전반적인 인사제도를 리부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그 변화의 물살에 몸을 맡기고 적극적으로 변화해보는 것은 어떨까. 보수적인 근무환경의 한국이 코로나19에 가장 보수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혁신적인 근무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성과관리나 보상관리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고 선진사례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2021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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