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 우리 회사에 입사해주세요. 굽신굽신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 우리 회사에 입사해주세요. 굽신굽신
– 소풍 최경희

올 한해만 해도 ‘HR’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20여분 만나뵙고 고충을 들었다. 사람을 채용하는 일부터 보상안을 마련하고 조직 문화를 셋업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배운 적 없는 그러나 답도 뾰족하게 있는 영역이 아니라 조언과 함께 위안을 얻으러 오시는 듯하다.

투자를 유치하고 나면 대표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채용이다. 채용은 어떤 스테이지라고 하더라도 늘 대표에게 가장 주요한 고민 사항 중 하나이다.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특히나 글로벌 투자를 받고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굵직굵직한 스타트업이 많아지다 보니 채용 담당자도 함께 뽑으며 채용을 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간 만나보았던 스타트업 대표님들과의 고민을 들으며 얻은 배움 중 초기 스타트업들이 채용 부분에서 실수와 고민을 조금 줄여볼 수 있는 팁을 적어본다.

첫째, 고객에게 우리 회사를 마케팅하듯, 구직자에게도 우리 회사를 최대한 알려야 한다.

혹시나 우리 회사의 BM이 다른 창업자에게 들어갈까 봐 보호하느라 급급하여 회사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적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 공고를 올리면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 고객에 맞춰 마케팅 메시지를 작성하고 고민하듯, 구직자에 맞춰 우리 회사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히 작성하여야 한다. 회사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시작했는지, 어떤 서비스를 하고 현재까지의 구성원들은 누구인지, 정부에서 어떤 지원 사업을 받았는지, 사무실은 어떤지 등 자세한 회사의 이야기를 써서 회사에 대해 알려보자.

이제 창업한 회사가 기존의 중견 기업들의 채용 공고처럼 여러 복지나 작년도 매출액 등으로 매력을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회사에 입사하는 구직자의 입장은 마치 여행지를 선택하는 여행자와 비슷하다. 어떤 경험을 하고 누구를 만날 것인지 내가 머무는 숙소가 어떨지를 상상하며 여행지를 고르듯 회사는 구직자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주어야 한다.
아래의 링크는 유학 서비스를 하는 ‘글로랑’의 채용 공고이다. 이제 얼리스테이지를 막 벗어난 이 회사의 채용공고는 구직자들에게 회사의 비전뿐만 아니라 점심을 어디서 주로 먹는지까지 정보를 제공하며 구직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https://www.notion.so/glorang/1db2ca30feed4171a8d540ffda4c0af5

 

채용 사이트 또한 원티드, 로켓펀치, 잡플래닛 등 스타트업 구직자들이 주로 찾아오는 곳에 채용 공고 및 회사 소개를 최대한 자세히 올리는 것이 좋다. 기존의 취업 포털 사이트의 경우 스타트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도 않을뿐더러 투자 유치 등 스타트업 기업의 장점을 어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 HR 담당자를 뽑았으니 헤드헌팅 비용을 쓰지 않는 것은 마케터를 뽑았으니 마케팅비를 쓰지 않겠는 것과 같다.

인력이 조금 차서 채용도 하고 노무도 하고, 조직문화도 만드시는 만랩 HR 담당자를 정말 운이 좋게 뽑았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HR 담당자가 왔으니 우리 회사는 채용에 비용을 안 들여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실 자주 있다. 하지만 이는 마케터가 있다고 해서 광고비 없이 고객이 자기 발로 유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는 대기업들조차 채용을 할 때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해 모집을 하는데, 이제 막 창업한 기업을 누가 알고 지원할 수 있을까? 포지션에 따라 잡포털 사이트에 유료 광고도 내야 하고, 헤드헌팅 비용이나 매칭 수수료를 내고 좋은 인재를 빠르게 얻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속도감이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얼마나 적은 돈을 들여 사람을 뽑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해당 분야 포지션을 채용하느냐이다.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알고 제 발로 찾아오는 5년 차 그로쓰 리드를 뽑는 일은 우연히 갔던 산행에서 산삼을 발견하는 것만큼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이다. 그러니 HR 담당자가 우리 회사에 왔다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예산 승인을 꼭 해주시면 좋겠다.

셋째, 내 마음에 쏙 드는 100점짜리 인재를 기다리다가는 그간 힘들게 셋업 한 팀원들이 번 아웃되는 일이 생긴다.

적은 인원과 적은 비용 그리고 빠듯한 시간 안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생존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한 명 한 명의 인재는 너무도 중요하다. 초기 10명 중 한 명이 퇴사하면 10%의 멤버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대기업에서 10%의 직원이 그것도 같은 일을 하는 한 부서가 동시에 퇴사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것이다. 1인 2 부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의 퇴사도 큰 일이지만 적합한 한 명을 선택하여 뽑는 것 또한 중요할 수뿐이 없다. 그렇다 보니 우리 회사에서 정의한 그 R&R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JD를 채용 사이트에 올려놓고 기다린다. 오랜 기간 동안… 결국 내부에서 그 일을 막고 있는 다른 멤버들은 지쳐가고 번 아웃이 온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우리가 정의한 업무의 70%만이라도 가능한 사람을 선발하고 나머지는 또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일이다. 채용이 늦어지면 그만큼 속도는 느려지게 되고 시장과 고객에 따라 변화가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JD는 채용 과정 중에서도 변하기 마련이다.

HR의 경우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케바케, 사바사의 영역이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혹은 외부 상황에 따라 너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사람 때문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동료 덕에 힘이 나는 것이 스타트업의 삶이기도 하다. 얼리 스테이지에게 너무 깊은 HR은 독이 되지만,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하는 창업진의 노력은 기업이 기업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10월부터 드라마 <스타트업>이 방영된다고 한다. 기업의 가치와 투자금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 이후에 채용과 사람 때문에 고민하는 이야기로 현실감을 더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경희
vesper@sopoong.net
현) 소풍벤처스 파트너
전) 마켓디자이너스 인사총괄
전) 튜터링 공동대표 
인크루트, 폴앤마크 등 교육 분야에서 10여년간 재직하다가 튜터링의 창업멤버로 스타트업에 발을 담그고 현재는 소풍벤처스에서 얼리스테이지의 소셜 벤처에 투자와 엑셀러레이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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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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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g
멤버
soong
1 개월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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