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

초창기, 어설픈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현재 HR Insight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다. HR Insight가 14년 된 잡지인 것을 생각하면 HR Insight의 일생을 거의 함께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입사 초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업무는 ‘전화’였다. 보통 하나의 섭외 성공을 위해 열몇 군데의 회사에 전화를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섭외’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상대방에게 HR Insight에 대한 소개를 꽤 길게 해야 했다는 점이다.

“안녕하세요. HR Insight 정은혜 기자입니다.”

“네? 어디시라고요?”

“HR Insight 정은혜 기자입니다.”

“에이치이이이알… 어디요?”

첫 시작이 이러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제 막 창간한 잡지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통화의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 해야 할 말이 많았다.

긴 소개 후에도 상대방의 시큰둥한 반응이 계속되기도 했고 그럴수록 내 목소리는 작아졌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의 목소리를 마치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스피커폰으로 다 함께 듣는 것처럼 얼굴이 따끔거릴 때도 많았다. 당시 어렸던 나이, 배짱 두둑한 성격을 가지지도 못했던 나는 섭외 전화가 힘들게만 느껴졌고, 회사 내 아무도 없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전화를 할 때도 많았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힘든 일이었지만, 해야 했고,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해야 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마음가짐을 바꿔야했다. 내가 전화를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때의 결론은 ‘거절의 두려움’이었다. 섭외 전화를 했을 때 한 번에 수락을 받게 되는 경우보다는 수없이 많은 거절을 경험해야 했다. 따라서 전화하기 전부터 ‘거절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조금 우습게 들릴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 두려움을 깨기 위해 주문을 외웠던 것 같다.

“거절할 수도 있지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그게 뭐 어때서.”

“그냥 일을 거절하는 거지, 나를 거절하는 게 아니지.”

“아니면 말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좀 더 가볍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마인드 컨트롤이 있으나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주문’에 가깝기에 이 정도로 언급해야겠다.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마음이 도움이 됐다. 같은 상황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같은 거절에도 나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덜 상처받았던 것 같다.

이러한 하루하루, 한 달 한 달의 경험과 노력이 내 개인적인 역량을 키우고 역할을 넓히게 됐고 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지나친 긴장이 아닌 편안함과 일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했다. 월간지의 특성상 한 달 단위로 마감이 끝나고 새롭고 판이 짜이는 프로세스가 이를 더욱 가능하게 한 것도 있다. 좌절하거나 마음 상한 일이 있었더라도 일단 해당 호를 마감하고 나면 ‘잊고 다시 시작’이 되더라. 오히려 그 좌절을 딛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힘을 얻어 강해지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현재 HR Insight는 인사담당자라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잡지가 됐다. 물론 여전히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대를 만나도 예전처럼 안절부절 하지 않는다. 그냥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내가 알려주면 되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3년의 시간 속에서 나 역시도 여유가 생겼고, 우리 잡지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나의 성장을 위한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다

매일경제와 한국리서치가 주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일에서 오는 보람’과 ‘자부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동기부여하기 위해서 물질적 보상만큼이나 일할 기회 제공,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조직 분위기와 환경 조성을 통해 그들의 성장에 힘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마다 성장의 정의는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거나 연봉이 오르는 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향상을 성장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학습의 개념에서는 더 많은 전문성이나 지식을 쌓는 것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닐 도쉬와 린지 맥그레거는 저서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지금 당장에서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역량과 성장 잠재력 및 기회가 된다고 인식하게 되면 일에 몰입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즉,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본인이 어떻게 인식하고, 향후 커리어 개발에 연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주도성, 창조성, 열정 등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우리는 종종 조직에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전혀 빛나지 않는’ ‘누군가는 하기 싫은’ 그런 업무를 맡은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으면 했는데 결국 내가 하게 되는 상황들이다.

또한 중요하고 빛나고, 누구나 하고 싶은 일에 투입된다고 해도 나의 역량과 역할의 한계 때문에 기여도가 낮을 수도 있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여기지만, 당장 맞닿는 상황들이 일 자체가 즐겁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의 아버지는 유명한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와 오랜 친구사이였다. 피터 드러커는 아버지와 함께 슘페터를 병문안 간 적이 있었다. 당시 66세였던 슘페터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누리고 있었지만 병이 깊어진 상태였다. 당시 피터 드러커의 부친은 슘페터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조지프, 자네는 아직도 자네가 죽은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에 대해 말하고 다니는가?”

사실 슘페터는 서른 살 무렵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누군가 던진 이 질문에 그는 “유럽 미녀들의 최고 연인, 유럽의 최고 승마인, 그 다음으로는 세계최고의 경제학자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답했다. 드러커의 부친은 이 일화를 떠올리며 다시금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렇네. 그 질문은 여전히 나에게 중요하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당시와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하고 있네. 나는 대여섯 명의 우수한 학생을 일류 경제학자로 키운 교사로서 기억되길 바란다네.”

이렇게 대답한 슘페터는 “이제 나도 책이나 이론으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만한 나이가 되었어. 진정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책이나 이론이라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알았단 말일세”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후 슘페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피터 드러커는 당시의 대화에서 3가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첫째,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둘째, 나이가 들면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성숙해져야 하며, 세상의 변화에 맞춰 목표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셋째 마지막으로 꼭 기억할 만한 가치는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화에서도 언급되는 것처럼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면 목표를 새롭게 정립하고 그 목표가 달성된다면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를 이룬 사람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이는 목표를 이루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나 한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게 된다. 업무의 전문성을 가진 인사담당자들의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것도 이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HR Insight도 마찬가지이다. 늘 새로운 목표를 세워간다.

얼마전  HR Insight는 비슷한 업무 고민을 가진 실무자들이 만나서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면서 한걸음 성장할 수 있도록 스터디 모임, 클럽 인사이트를 오픈했다. 현장 전문가가 이끌고, 100% 온라인 상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친해지는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아직 첫 단계라서 “클럽 인사이트”라고 소개하면 “클럽..뭐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더 많지만, HR Insight가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것처럼 클럽 인사이트도 초창기 어설픈 시간을 거치며, 성숙의 단계로 넘어설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는 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이를 통한 선한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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