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er가 회사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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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현재,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여기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저녁이 있는 삶을 찾기 위해, 이 회사에서는 배울만한 동료나 롤모델이 될만한 상사가 없기 때문에 등. 

직무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가질만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특별히 HRer로서 회사를 떠나게 되는/떠나야 하는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HRer 분들은 여러분의 회사를 얼마나 ‘좋아하고’ 계신가요? 

HRer가 가진 ‘애사심’의 의미

회사에 대한 애정, 로열티 같은 단어는 다소 구시대적인 ‘꼰대 회사’에서나 요구될 법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개인의 성장’이나 ‘자아’가 중요시 되는 시대에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HRer에게 애사심과 충성심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자질입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거나 파는 사람에게 그 상품/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어떨까요? 창작자와 유통자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거나 애정을 갖지 못하는 상품/서비스는 고객에게도 사랑 받을 수 없습니다. 채용담당자로서 다양한 직무의 후보자들을 만나다 보면 본인이 담당하는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과 애정이 있는 BM 또는 PM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확실히 그런 분들이 만들어 낸 성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사담당자가 담당하고 있는 상품은 바로 회사입니다. 만약 담당 업무가 채용이라면 좀 더 와닿을 수 있겠는데요, 채용담당자는 후보자(외부의 고객)에게 회사(상품)을 최선을 다해 어필하고 셀링해야 합니다. 특히나 우수한 후보자(VIP 고객)에게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채용 외 다른 인사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부 구성원은 고객이고  인사담당자는 회사를 인터널 브랜딩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사담당자에게는 내외부에 모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내가 맡고 있는 상품(회사)에 애정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HRer의 인지부조화 

심리학에는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 신념, 태도나 행동 따위가 모순되는 상황일 때 개인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불편을 경험합니다. 회사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없고 회사를 싫어하는 인사담당자가 채용 후보자에게 ‘우리 회사가 좋으니 오세요!’ 하는 상황이나, 회사의 인사정책이나 인재상에 동의되지 않는 인사담당자가 내부 구성원에게 회사의 인사제도와 규정에 대해 공지하고 설명해야 할 때를 생각해 볼게요. 스스로를 속여야 하는 인사담당자도 괴롭고, 진심이 없는 메시지가 잘 전달될리 만무하니 고객(외부 채용후보자나 구성원)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회사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회사의 인사제도를 신뢰하지 못하는 구성원에게 회사의 입장을 설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사담당자인) 저도 회사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윗선에서 정한거라 따를 수 밖에 없어요.’라고 해버리는, 구성원과 회사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애사심은 인사담당자의 주요 자질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담당자로서 사내에 혼란을 만들지 않는 것은 물론, HR 직무 성과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사의 인원 규모가 몇 백명인 큰 회사인데 담당 업무가 행정적인 부분에 국한되어 있다면, 인사담당자의 개인적인 의견과 회사에 대한 비선호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어진 functional한 업무만 잘해도 될테니까요.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일 수록, 연차가 올라 관리자 직급이나 임원으로서 맡은 책임과 권한이 확장될수록 내외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회사, 즉 인사제도의 큰 방향성과 사람에 대한 신념 등에 대해 경영진과 매우 높은 수준으로 align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도 그에 ‘동의’되어야 합니다. 

만약 스스로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고 로열티가 떨어진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HRer의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려면

인지부조화를 겪는 개인은 이로 인한 긴장이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원래 가지고 있던 태도나 가치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인사담당자로서 회사의 정책과 경영진이 정한 방향성에 불만이 있고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면 최대한 경영진과 align 하려는 (다소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깊은 소통을 통해 스스로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나의 생각을 교정하거나, 혹은 내 의견에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하여 경영진에 관철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으로도 여전히 회사의 인사 방향성을 이해할 수 없거나, 회사에 내 의견을 받아들이게 할 수 없다면(그게 나의 탓이든, 조직의 문제이든) 그 때는 나를 위해, 회사를 위해 내가 떠나야 할 시점일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연애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맞지 않음이 반드시 어느 쪽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저 예전엔 맞았던 ‘케미’가 지금은 맞지 않을 뿐입니다.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안되었다면 나와 맞는 조직을 다시 찾으면 됩니다. 단지 높은 보상이나 좋은 워라밸 같은 외적 요소로 인지부조화를 감당하는 것은 인사담당자에게는 특히 고통스러운 것 같습니다. 현재의 조직에서 케미가 맞지 않아 고민이 많은 HRer 분들이 있다면 헤어질 결심을 새로운 시작을 여는 기회로 삼아보시길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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