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있고 역동적인 온보딩 설계하기: [1] 웰컴키트 예산이 없어요. 우리 회사 온보딩 망한건가요?

1.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의 이야기


나는야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전 직장을 뒤로하고 학수고대하던 스타트업으로 이직에 성공하여 오늘 드디어 첫출근을 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의 1호 인사담당자라니! 첫출근 전 이런저런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터져버릴 지경.

‘스타트업에 입사하면 웰컴키트도 주겠지? 채용 공고에선 장비 지원이 빵빵하다고 했는데 내 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 대표님이랑 같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서 일을 하는 건가? 다들 환영해 주겠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도 다 해 볼 수 있겠지?’ 머릿속 가득한 기대와 함께 오피스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다. 

[띵-동] [….]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한번 더 벨을 눌렀다.

[띵-동] [….]
무응답.

‘내가 길을 잘못 찾아온 건가?’ 라고 잠깐 생각하는 순간, 굉장히 수더분한 (사실 90% 이상의 확률로 밤을 샌 것 같은) 분이 “면접 보러 오셨어요? 어, 근데 오늘 다들 외부 컨퍼런스 참석중이라 사무실에는 늦게 올텐데…” 라며 문을 열어주신다. 신규입사자라는 말씀을 드리니, 여기저기 확인 후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자리에는 모니터 하나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그리고 노끈 조차 풀려있지 않은, 택배 발송된 상자 그대로의 새 노트북이 책상 바닥에 놓여 있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리얼 스타트업 라이프인가!’ 사실 무척 황당했지만 그래도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인 나는 이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1호 인사담당자잖아? 그래, 입사자 온보딩 프로세스부터 만들어 보자! 흠.. 근데 가장 많이 기대했던 웰컴키트가 없네. 일단 그것부터 만들어보자고 할까?’ 일단 메신저부터 설치 후 외부에 계신 대표님에게 메시지를 보내 두었다. 왜? 스타트업에선 주도적으로 일해야 하니까!  

“대표님, 저 오늘 입사한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 입니다. 제가 오늘 경험해 보니 신규입사자 온보딩 프로세스를 먼저 마련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 웰컴키트부터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스타트업들에서도 다들 지급하고 있기도 하고, 입사자 입장에서도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주니깐요. 예산은 조사해 보니 개당 8만원 정도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이따가 오후에 오시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메시지 확인 후 바로 답변을 주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스타트업의 애자일하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인가?  

아 네네,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님, 오늘이 입사일이었군요. 그동안 인사담당자가 없었다 보니 제가 깜빡했네요. 입사자 온보딩 프로세스부터 마련해 주신다니 든든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아직 초기 스타트업이어서 웰컴키트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없어요.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고요. 일단 이따가 오후에 더 말씀 드릴게요.”

두둥…청천벽력…! ‘스타트업의 상징인 웰컴키트를 예산이 없어서 못 만든다고? 다른 스타트업들도 예산이 풍족해서 만드나? 직원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 특히 스타트업에 웰컴키트가 없다는 게 말이 돼?’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나의 동공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2. 스타트업의 상징, 웰컴키트?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의 이야기,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특히 스타트업에서 인사를 담당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주 조금은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예시는 저의 직·간접적 경험, 주변의 인사담당자분들과 이야기 나누었던 내용들을 묶어서 각색해 본 상황입니다. (제가 ENFP형인것은 맞습니다만 혹시 제 실제 예시임을 기대하셨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큼큼..) 

위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웰컴키트(Welcome Kit)’는 신규입사자에 대한 환영을 표현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물품들을 제공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회사 혹은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종의 종합적인 ‘문화’로서 특히 최근 몇년간 확실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기존에는 내부 직원에 대한 인터널 브랜딩의 목적이 더 강했다면, 최근에는 채용브랜딩을 포함한 외부 기업 홍보(익스터널 브랜딩) 목적으로도 확장되어 다양하게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ESG 컨셉을 더한 친환경 웰컴키트의 예시가 특히 이 모습을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보통 ‘SWAG Box’라고 불리고, 그 범위에는 꼭 신규입사자가 아니더라도 고객 등에게 제공하는 브랜드 키트도 포함됩니다.  

이미지: 구글 검색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웰컴키트 예시들

특히 국내에서의 웰컴키트 문화는 스타트업 및 외국계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대기업까지 점점 더 크게 확산되는 추세인데요. 몇 년 전까진 일반 국내 기업에서는 보통 신입 직원들의 집으로 꽃바구니를 보내드리거나 회사 다이어리나 달력, 단체복을 지급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이나 외국계기업들을 위시하여 대기업에서도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웰컴키트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거의 모든 회사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렸습니다. ‘남들도 다 만드니까 우리도 해볼까’ 라는 접근방식으로 시작하는 곳들도 있지만 웰컴키트에 회사의 정체성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담고, 인터널 & 익스터널 브랜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보다 의미있게 제작하는 조직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의 회사와 같이 특정 사유로 인해 웰컴키트를 만들지 못하는 조직 역시 아직 분명히 많을 것입니다. 혹시 남들도 다 만드는 웰컴키트, 우리 회사에서는 못만든다고 해서 신규입사자 온보딩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겠다거나, 혹은 이 이유로 채용브랜딩이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어렵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또한 그런 상황 때문에 ‘우리 회사는 역시 이래서 안돼’ 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3. 온보딩의 핵심: 진정성과 역동


회사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 신규입사자에 대한 환영의 표현까지 가득 담아 아주 의미있는 웰컴키트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부 직원들에게는 이미 한껏 홍보를 마쳤고, 외부 기업 홍보와 채용 브랜딩을 위해 웰컴키트에 담긴 스토리를 기업블로그에도 게재한 상황입니다. 온라인 SNS에서도 이 회사 웰컴키트 정말 잘 만들었다며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본다면, 신규입사자는 이렇게 멋진 웰컴키트를 제공하는 회사에 입사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정말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웰컴키트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회사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지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처음 생기는 경험까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만든 웰컴키트를 제 때 지급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웰컴키트만 지급하지 소속 팀에서 전혀 환영의 인사가 없다면요? 온보딩의 다른 기초적인 요소들은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면요? 

사실 이 질문들은 제가 직접 겪었던 A회사에서의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A회사의 경우 웰컴키트에 대해 외부에 홍보가 잔뜩 되어있어 입사 전 기대감이 굉장히 컸는데 입사 후 1주일이 지났는데도 지급되지 않아 겨우 겨우 담당자를 찾아 별도 요청해서 받았습니다. 돈 들여 만든 예쁜 웰컴키트였지만 그 순간 ‘외부 홍보용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흥미가 뚝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웰컴키트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았던 셈이죠. 오히려 빈정만 상했습니다. 물론 ‘담당자가 많이 바쁜가보다’라고 이해했어야 하는 영역일 수도 있지만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웰컴키트는 회사의 하나의 프로세스 중 극히 일부로 취급되며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고, 제대로 받지 못해 1주일 동안 고민하다가 겨우 요청한 저 역시 이 회사의 중요하지 않은, 하나의 부품 같이 느껴졌달까요. 추가적으로 전사단위로 운영하는 시스템화된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회사 전반의 소개나 업무툴 사용방법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었지만, 실제 업무상에서는 간단한 인수인계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업무 프로세스와 담당자를 여기저기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팀원들과 친해지는 기회들도 별로 없어 굉장히 삭막한 환경이었고, 적응하는 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Image by storyset on Freepik

이와 반대의 경험 역시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B회사는 대중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규모의 외국계회사로, 본사에서의 예산 컨트롤이 심해 웰컴키트 제작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곳 이었습니다. 제 입사가 확정되고 난 뒤, 보기엔 그리 예쁜 템플릿은 아니었지만, 입사 첫 날 도착하면 누구에게 연락을 하면 되는지, 입사 당일에는 어떤 일정으로 무엇이 진행 되는지 등에 대해서 내용이 아주 상세하게 정리된 안내 메일을 받았습니다. 입사 첫 날엔 소속 팀원 분들과 티타임을 하며 인사하는 시간도 있었고, 화려한 웰컴키트는 없었지만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간단한 사무용품이 담긴 종이백도 받았습니다. 회사 로고 같은건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기본 사무용품 몇 가지와 일반 종이백이었지만, 그렇게 받는 것 만으로도 따뜻하다는 느낌, 나를 충분히 환영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명문화된 형태의 온보딩 프로그램이 있지 않았지만, 업무시스템 활용에 대한 기초 교육이나 회사에 대한 소개 세션, 사내 중요 협업자 분들과 인사하는 자리가 입사 첫 1개월 동안 찬찬히 하나씩 마련되었고 이를 통해 저는 업무적으로도 또한 문화적으로도 서서히 이 조직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의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사실 둘 중 어떤 회사도 완벽한 온보딩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웰컴키트 요소만 제외한다면 전자의 회사가 시스템적으로는 더 잘 갖춰져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주관적 의견이 반영된 에피소드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후자의 회사에서의 온보딩이 더 좋다고 느껴지시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차이를 설명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저는 바로 ‘진정성’과 ‘역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웰컴키트라는 ‘형식’에 집중하기 보다는, 온보딩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보다 내실에 집중하여 직접적인 행동으로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 또한 온보딩 과정에서 인사담당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는 ‘역동’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온보딩 프로그램의 핵심일 것입니다.

 

4. 마치며


화려한 웰컴키트, 뭔가 있어보이는 온보딩에 대한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해지셨나요? 그럼 이제 ‘우리 회사 상황에 맞는 온보딩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라는 고민이 떠오르실텐데요. 다음 아티클에서는 보다 진정성있고 역동적인 온보딩 설계에 대한 저만의 경험과 팁을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성원에게 더 나은 경험 제공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모든 회사의 인사담당자 분들을 늘 응원합니다! 

**(깨알 홍보) 온보딩 설계 혹은 개선을 조금 더 시급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시라면  본 과정도 참고해 보세요! 


(+) 그 외 잡담

인사 업무를 해오면서 커뮤니티나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인사담당자 분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만큼 하나의 커뮤니티에 속해서 네트워킹을 한다는 것은 참 오묘한 감정이 들게 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에도 커다란 받침돌이 됩니다. 삶에서 힘들 땐 서로 지지해가면서, 모두가 각자의 커리어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라고 할까요?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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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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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앰버서더
김승희
21 일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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