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에서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이 제도 기획이나 규정이라고 한다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제도 운영과 실제 조직관리의 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은 규정 공지, 제도 활용 안내, 주요 사항 공유, 업무 정기회의 등이 있습니다.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차 한잔의 가벼운 미팅, 회식, 공용공간에 이루어지는 짧은 대화, 등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조직에서 그룹웨어 게시판, 이메일, 메신저의 메시지, 컨플루언스가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면 메신저의 채팅 기능, 전화, 수시 미팅 등은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입니다. HR담당자라면 이 두 커뮤니케이션을 목적과 때에 맞춰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간혹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을 터부시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HR담당자들 모임에서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는 임원분의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아는 HR담당자 중에도 직원들과의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일부러 피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아마 이런 분들은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많으셨을 겁니다. 그레이프바인(grapevine_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포도넝쿨처럼 복잡하고 엉망이라는 것을 표현)이라고 불리듯 비정형적이고 통제/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조직이나 리더에 대한 유언비어가 나돌거나, 사실이 왜곡되고 누군가를 따돌리고 괴롭히기도 하죠.
사람이 여럿 모여 지내는 조직에서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없앨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잘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조직문화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심리적 만족감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우연한 교차(세렌디피티, serendipity)를 만들기 위해 공간을 만드는 기업의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경우들을 살펴볼까요?
- 최근 계속해서 표정이 어두운 직원이 눈에 띕니다. 차 한잔 마시자고 불러 내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대리 진급한지 좀 지났지만, 사원 때와 달라진 게 없는 업무와 루틴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해당 커리어의 친한 선배를 소개시켜주고, 관련 교육을 추천해주었습니다. 해당 리더에게는 좀 더 도전적인 업무를 배정해주면 좋겠다고 귀띔을 합니다.
- 연봉협상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한 직원이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주위 동료의 연봉을 묻고 다니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어 물어봅니다. 연봉이 좀 부족하게 느껴지죠? 얼마면 우리가 만족할 수 있을까요? 직원들 만나보면 모두 열심히했고 잘 했다고 해요.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 작년 우리 회사 성과와 이익이 이만큼 났고, 연봉 인상율은 00%였습니다. 혹시 이 인상율이 적게 책정되었다고 생각하나요?(아니요) 당신은 평균 인상율 만큼, 혹은 그 이상을 받았죠. 지금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보상수준을 바란다면….. 우리 회사 안에서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리고 연봉계약서에 서명하셨듯이 연봉은 직원 상호가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이 계속되면 곤란합니다.
- 특정부서에서 입사 3개월 내 퇴사자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항상 해당 부서 1차 면접평가는 ‘강력추천’으로 올라옵니다. 최근 새로운 임원 분이 2차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지원자가 나한테까지 올라오면 안되는데. 지금 이 조직 관리는 잘 되고 있나?’ 해당 부서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임원분의 멘트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해당 부서장은 경각심을 가지고 주위 리더에게 면접 잘 보기 위한 방법 등 조언을 구하고, 스스로 합격 허들을 높였습니다. 또한 저(HR담당)에게 면접 참관과 본인에게 피드백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 평가 시즌입니다. 평가 내용을 보니 칭찬과 좋은 말만 남겨둔 리더가 있습니다. 아쉬운 영역에 대한 지적과 교정적 피드백도 필요하다는 점을, 과거 다른 리더의 경험에 빗대어 들려주었습니다. 관련된 리더십 도서도 추천해드렸습니다.
- 다른 부서 회식에 가끔 깍두기로 참석합니다. 자연스럽게 어울려 먹고 마시다 보면 조직 마다 리더의 스타일이나 조직문화, 갈등이 있거나 유달리 친한 직원 관계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회사나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나 불만 등도 들을 수 있습니다.
- 칭찬 인센티브 제도를 기획하여 공지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직원 참여가 너무 저조합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리더와 구성원 몇 명에게 솔직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받는 금액에 비해 신청이 어렵고 까다로운 점, 공지 알람이 가는 부담감 등 제도 이용의 심리적 허들을 확인했습니다. 소소한 수정을 거쳐 재공지했고 활용 정도가 높아졌습니다.
실제 있었던 사례들입니다. 위에 언급했던 일들은 대단한 자료 분석이나 제도 기획은 없었지만, 직원의 퇴사를 방지하고 부정적 직원을 회사의 팬이자 팸으로 만들었습니다. 제도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코칭하고 넛지를 주었습니다. 직원의 보이스를 듣고 개선할 것은 하고, 직원이 오해한 경우에는 설명과 설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 가지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첫째, 일관성입니다.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은 공식적 커뮤니케이션과 이어져야 합니다.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지지하는 보조적 수단으로서 활용되어야 합니다.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에 반하거나 blame하는 발언이 되면 안됩니다. 또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은 업무의 일환으로 ‘사적’ 커뮤니케이션과는 구분되어야 하고 이를 혼동해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신뢰입니다.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하면 인사담당자의 주제넘는 잔소리나 직원 사찰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평소 직원과 신뢰가 충분히 쌓이도록 시간을 가지고 나눠야 하는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이 있고, 그런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 때만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습니다. 신뢰는 진정성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때 비로소 발휘되는 힘입니다.
셋째, 긍정성입니다. 앞서 언급된 비공식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우려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관점과 발언들입니다. 직원 간의 긍정적 교류, 회사를 위한 건전한 문제인식, 조직과 서로의 발전을 돕는 소소한 의견과 아이이디어 등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런 모습들을 모범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히 뒷담화가 아닌 뒤를 받쳐 지원해주는 백업이 될 수 있음을.
자칫 간과하기 쉬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의 활용성에 대해 잘 정리된 글을 처음 보는거 같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