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직은 이미 애자일하게 일하고 있을 수도?!

다음 중, 더 애자일한 조직을 고르시오.

  • A사는 일부 조직의 구조를 제품과 서비스 중심의 ‘매트릭스 구조’로 개편하였다.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벽면에는 스크럼보드를 설치하고 매일 아침 팀원들은 이 보드 앞에 모여 15분 정도 스탠드업 미팅을 한다.
  • B사는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기능 중심의 구조’로 조직을 변경하였다. 또한 CEO를 중심으로 사내 조직 및 인사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조직 문화와 가치를 도입하였다.

 

애자일이 명사인지 형용사인지도 모를 만큼, 국내 기업에서 애자일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애자일은 형용사다.) 애자일에 환상을 가지고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에 열을 올렸던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트랜스포메이션 실패’를 선언하며, 벌써 애자일 이후 유행할 경영방식을 찾아보고 있는 듯도 하다.

다시 서론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래서 정답은…?

알 수 없다. I don’t know.

두 조직이 애자일하게 일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각 회사의 상황과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A사는 ‘스크럼보드’, ‘스탠드업 미팅’ 등 애자일 기업들이 선택한 방법론을 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A사가 과연 애자일한 조직일지는 따져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B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이다. 2014년 마이크로소포트의 CEO로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애자일 문화를 조직 내에 정착하기 위해 힘썼다. 그는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를 강조하고 조직 내 성공의 기준을 ‘구성원 모두가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갖는 것’으로 정의하며 이를 비즈니스, 조직 및 인사 시스템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한편, 나델라는 조직구조에 있어서는 오히려 애자일에 가까운 매트릭스 조직을 버리고 기능 중심 구조로 회귀하는 선택을 하였다. 이는 직원들이 애자일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권한을 애자일 팀에 주는 것은 조직 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조직구조를 통해 애자일을 조직에 깊게 뿌리내린 후 다시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하여 혼란 없이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고자 하였다.1)

이처럼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해서 흔히 말하는 ‘애자일스러운’ 특정 조직구조를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애자일은 단순히 업무에 적용하는 몇몇 툴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툴을 업무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단순히 다른 기업들의 껍데기만 따라 하고 그치는 데에 있다. 애자일 방법론 도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적에 대한 내부 합의와 그에 맞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없다면 A사를 애자일한 조직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원티드의 ‘Live Talk: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것은?’에서는 ‘피드백, 협업 그리고 지속적인 개선을 하는 문화’를 중심으로 애자일 방법론과 사례에 대해 소개하였다. (상세한 내용은 원티드의 ‘Live Talk: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것은?’이라는 원컨텐츠와 표수림님의 글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강의를 통해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은 애자일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수백만개의 조직이 있다면, 애자일 방법론도 수백만가지 일 것이다. 즉, 우리는 각자의 조직에 맞는 애자일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처럼 대다수의 조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 애자일 방법론도 있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결국에는 내 조직에 맞는 고유한 애자일 문화를 찾아가는 여정이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애자일에 방해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나 역시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우리 회사에 애자일 방법론이 도입될 수 없는 101가지 이유였다. 모든 것을 ASAP로 요청하고 직원에게 필요한 피드백은 주지 못하는 리더십(Excuse me, 애자일은 ‘빨리 빨리’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그냥 싫어하는 준비되지 않은 직원들. 그리고 최근에 출시된 여러 온라인 툴의 활용을 막는 준비되지 않은 인프라와 사내 IT 보안 정책. (현재 외국계 금융∙보험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인 사내 보안 정책에 따른 아픔은 뼈저리게 알고 있다.) 하지만, 애자일은 생각보다 거창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아니다. 내가 하는 업무에서 변화시키고 싶은 것부터, 그리고 내가 속한 팀에서의 스몰토크에서 시작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일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가시화와 과정 돌아보기(회고)를 적용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직원 개개인의 마인드셋을 바꾸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서 궁극적으로 조직문화 전체를 바꾸는 것이 애자일의 목표이다. 오랜 기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애자일은 다른 기업의 화려한 우수 사례를 우리 조직에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있는 그 자리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보다 개선된 그리고 조직에 적합한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그리고 당신의 조직은 이미 애자일하게 일하고 있을 수도 있다.

 

1) 장재웅. (2020.05). 애자일 경영의 완성은 리더십에 달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category_id/3_1/article_no/1546/page/1

 

 

공유하기

Share on facebook
Share on linkedin
Share on twitter
Share on email
0 개의 댓글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인살롱 인기글

error: 컨텐츠 도용 방지를 위해 우클릭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로그인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문의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로그인
벌써 3개의 아티클을 읽어보셨어요!

회원가입 후 더 많은 아티클을 읽어보시고, 인사이트를 얻으세요 =)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Close Bitnami banner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