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작해보는 Be Tech Savvy
제가 몸 담고 있는 엔카닷컴은 중고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곳입니다. 과거의 중고차 시장은 교*로, 벼*시장 등의 생활정보지를 통해 한정된 정보를 얻고, 무작정 매매단지를 찾아가서 차량을 확인해야만 했던 오프라인 위주의 시장이었습니다. 현재는 엔카닷컴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근 10년간 중고차 시장은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먹거리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플레이어가 등장하게 되었고, 중고차, 모빌리티 시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요즘 엔카닷컴의 가장 큰 고민은 개발자 채용입니다. 엔카가 왜 개발자 채용을 하지? IT회사도 아니고…하실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본사 근무자 중 절반은 개발인력입니다. 그리고 기술에 대한 사업적인 니즈도 강해져 AI,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다루고 있는 기술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기술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것은 비단 엔카닷컴 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기업이 직면한 상황일 것입니다. 시장의 트렌드와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더 이상 사업기획자나 마케터만의 일이 아니고,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하는 것은 개발자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HR담당자들이 이 글을 보실 것을 가정하여, 왜 HR이 Tech Savvy해져야 하는지, 어떻게 시작해볼 수 있을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 1년, 어떻게 일하셨나요?
지난 1년 그리고 지금까지도 창궐하고 있는 COVID-19이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실제 우리가 일하는 모습은 어떤가요?
지난 8월 조사하여, 9월 발표된 고용노동부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 결과」자료
고용노동부에서 인사담당 400명, 근로자 8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실제 통계로도 과반 이상이 “운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직접 이 설문에 응답했던 1인으로서, 건물 내 확진자 발생 등으로 한 번이라도 재택근무를 시행했다면 “운영한다”로 응답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기업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20년 11월, 현재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더욱 낮아졌겠지요. 같은 회사로 렌즈를 좁혀보더라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성공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단 변화해보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더욱이 기업의 리더들은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돌아가면 그만인 실무자와 달리 그들은 딸린 식구도 많고, 책임도 크니까, 일견 이해가 되지요.
이렇게 기업에 변화가 필요하고, 변화를 고민할 때, Tech Savvy한 HR이 필요합니다. 화상회의를 Skype나 Google Hangout으로 해야 했다면 어땠을까요? Slack을 통한 업무 소통이 불가했다면 어땠을까? 결과론적일 수 있지만, Zoom은 화상회의를 화상회의, 화상면접을 불편함 없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Slack을 통한 효율적인 보고는 언택트 근무환경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었습니다. 기술에 밝은 기업들은 언택트 근무환경을 도입함에 있어서 거부감이 적었고, 인프라를 신속하게 갖췄습니다. 이렇게 재택근무를 빠르게 도입한 기업들은 잡*래닛에 의해 “좋은 기업”으로 박제되어 직장인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재택 근무를 빠르게 도입했다고 실제로 “좋은 기업”인지는 의문이 있으나, 내,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Tech Savvy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오늘 당장 시작해볼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이미 시도해보고, 훨씬 잘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테지만, 잘 활용하고 계시다면 앞으로도 안테나를 잘 세워주시고, 동료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주시기 바랍니다.
1.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쓰는 것은 아니다, Google Calendar
너무나 뻔하지만 이 얘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 오는데드라인에 쫓기고 있고, HRer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개인 일정과 회사 업무, 특히 프로젝트 별로 일정 관리하는 데는 구글캘린더 만한 툴이 없습니다. 확장성이 좋아서 아이폰, 맥을 쓰시는 분들도 구글캘린더는 포기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Timeblocks, Timely 등 다양하고 툴도 있으나, 너무 많은 선택지에 고민하지 말고, 우선 구글캘린더를 사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부터 해봅시다.
- 위클리 등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일정이나, 휴가일정, 팀원들 생일 등 팀내 공유되어야하는 일정을 담은 팀캘린더를 공유해봅시다.
- 지원자 – 면접관 일정을 조율하고, 면접 일정을 잡고, 면접실 예약도 해야 하고, 시기에 맞춰 합/불 공지도 해야 하는 채용담당은 구글 캘린더의 확장성을 십분 활용해보시길 권합니다. (조금은 공부가 필요할 거예요.) 구글 스프레드 시트 – 구글 캘린더 연동을 통한 일정관리를 추천 드립니다. 메일 / Slack을 통한 리마인더 기능을 활용하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Tech 용어 사전 장착. The ultimate tech glossary for recruiters & HR Managers
개발자들 사이에 가장 신뢰받는 커뮤니티, Stack Overflow에서 리크루터, 그리고 HRer들을 위해 친절하게 정리한 tech 용어 사전입니다. 영어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tech 용어는 원문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대로 참고해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우리에겐 파파고 등 하루하루 빠르게 학습하고 발전하는 번역기도 있습니다.) 때로는 외계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었던 용어들이 친근해지면, 그 용어를 사용하는 개발자들도 같은 용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HRer를 가깝게 여기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실제 Tech의 중심에 있는 동료들과 가까이 지낸다면, Tech에 대한 안테나를 높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해봅시다.
- 사내에서 이뤄지는 개발회의, 기술공유 세미나 등에 참가해봅시다. 처음에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는 생각도 들고, 인사담당이 여기 왜 오셨어요?(절대 공격이 아닙니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시는 거일 꺼예요)하는 질문도 많이 받으실 거예요. 작은 시도들이 모여서 요즘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무엇인지. 우리 회사의 개발문화는 어떤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 HR의 고민거리를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기술로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마다, 월마다 또는 매일 반복되는 업무들을 자동화하고, 반복되는 질문들(재직증명서는 어떻게 발급받나요?)에 대응하는 것들이 챗봇으로 해결 될 수 있습니다. Tech glossary의 도움을 받아 개발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도움을 청해보세요. 기술로 해결했던 경험의 축적은 우리를 더욱 Tech Savvy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개발자 채용은 어렵지만, 개발자 개개인의 이력을 확인하는 일은 에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Stack Overflow, LinkedIn이나, 원티드를 통해 쉽고 빠르게, 그리고 상세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Tech glossary를 참조해서 개발자 프로필 검색어로 활용해보세요. 1), 2)의 과정을 통해 우리 회사의 기술 스택도 파악하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3. 현재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업무용 툴 : JIRA / 잔디 / Trello / Slack.. 외 그 무엇이든.
사실 HRer들이 우리의 실정에 맞는 디지털 툴을 파악하고, 도입하는 일이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툴부터 익숙해져 봅시다. 기획서를 만들고, 티켓(일감)을 만들고,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일들을 “일을 위한 일”이라고 말하며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어떤 툴을 사용하더라도 “우리 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하며 다시 엑셀로, 파워포인트로 돌아가는 사람도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엑셀은 언제부터 우리 업무의 표준이 되었을까요, 처음부터 키보드를 자판을 보지 않고 타자를 칠 수 있게 되었을까요. 우선은 현재 쓰고 있는 툴을 활용해보고, 편리한 점은 취하고, 불편한 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거나, “우리의 실정과 맞는” 솔루션을 찾아봅시다.
■ 오늘부터 해봅시다.
- 사내에서 활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았던 툴이 있다면, 우선 그것부터 활용해봅시다. 특히 슬랙, 잔디, 팀즈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은 그 확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사내에 파워풀하게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커피 한잔 하며 물어봅시다. 그 분들도 뛰어난 기술 활용력을 신나게 자랑할 수 있는 곳을 찾고 계셨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그 다음은 사내에 인프라를 관리하는 팀이 있다면 찾아가서 우리 회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솔루션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봅시다. 솔루션 라이선스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시스템 엔지니어, 혹은 인프라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분들이 도맡아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솔루션을 메인으로 활용하고 있는 팀에 세미나를 요청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관계도 좀 더 돈독해 질거예요.
People Analytics라던지, Digital Transformation이 큰 화두인 것 같습니다. 데이터로 설득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한다니 HR전반에서 탐내는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구글은 “All people decisions at Google are based on data and analytics”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구글이 아니니까, (구글이 좋고 우리 회사는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조금씩 조금씩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기술과 디지털에 대한 안테나를 세워야 할 이유와, 오늘부터, 하루하루 소근육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드렸습니다. HR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고, 사실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HR이기 이전에 한 명의 조직 구성원으로서, 몇몇 이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영향력이 있는 구성원으로서, 나와 조직이 바뀌는 경험을 축적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HR AMBASSADOR 1 기 김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