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진단이 꼭 필요한가?
최근 조직문화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니 애자일 조직문화니 그 종류도 꽤 다양합니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수치화하여 측정하기도 어려워 조직 내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래도 당장은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이 때문에 조직문화 진단 활동에 대해서도 경영진이나 조직 구성원들 역시도 회의적인 의견들을 표출하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대체 왜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조직문화 진단이 필요하다 말하는 걸까요? 그리고 정말 중요하다면 왜 우리는 그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조직문화 진단”을 주제로 강의해주신 두 연사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안이 아닌 밖을 보며 생존방식을 고민하라”
출처 : Wanted 인살롱
연사로 출연한 김성준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진행되어왔던 조직문화 진단의 큰 한계점 2가지를 언급합니다. 첫번째로는 정량적인 데이터에만 몰두한 나머지, 문제현상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설문문항을 점수화하고, 낮게 평가된 항목(=문제점)에만 매몰되고 맙니다. 또한, 조직문화 진단의 시작부터 ‘특정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기존에 인지했던 문제점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는 것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외부 환경과의 적합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내부 데이터만을 활용하여 진단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외부 상황에 비추어 우리 조직의 생존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내부 데이터만 들여다보니 방향성이나 해결책을 도출하기 어려운 것이죠.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는 2가지 방식도 함께 소개해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정성적인 데이터(주관식 문항)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조직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주관식 진단 데이터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상관관계를 분석한다면 해당 조직만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전의 정량적 데이터(객관식 문항)만을 분석했을 때 보다 훨씬 심도 있고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외부에서 경쟁사의 데이터를 입수, 분석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잡플레닛 같은 기업평가 사이트를 통해 경쟁사의 데이터를 ‘크롤링’하여 비교, 분석하여 시사점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활동을 통해 조직문화가 우리 조직을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조직문화 진단 자체가 조직문화 활동의 일환이 될 수 있도록!”
출처 : Wanted 인살롱
강지상 과장은 조직진단을 선거에 비유하며 “조직문화 진단도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없을까”란 물음으로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선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면서 선거 참여율 상승은 물론 선거 당일 진행되는 출구조사방송 그리고 당선자의 정책에도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조직문화 진단 상황은 어떨까요? 같이 상상해봅시다. 먼저 조직문화진단 담당팀에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합니다. 기간 내에 설문을 진행하지 않은 인원에게는 반복적으로 안내문자 혹은 메일이 전송되죠. 그리고 설문이 종료된 이후에는 어떤가요? 진단 결과는 어떤지, 그 결과에 따라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대다수의 직원은 알지 못하거나 혹은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결과보고는 경영진에게만 진행되고, 임직원들은 결과 자체를 공유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결국 조직 구성원들에게 조직문화 진단이란 그저 의미 없는 연례행사로 인식 돼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강지상 과장은 다음 2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진단결과를 최대한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치 선거 후 진행되는 출구조사처럼 조직문화 설문이 진행됨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결과가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과정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은 설문의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본인과 비슷한 구성원들의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둘째, 결과공유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직접 진단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문데이터 대시보드를 제작, 게시함으로써 누구나 진단데이터를 접해볼 수 있도록 한다거나, 익명댓글 기능을 통해 자유롭게 진단결과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구성원이 조직문화 진단에 참여하도록 만들어 조직문화 진단 자체가 조직문화 활동의 일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실제로 강지상 과장은 이 2가지를 적용하여 동아쏘시오그룹 내에서 리더십 진단을 진행하였고, 저는 그 효과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어떻게 알았느냐고요? 저는 현재 강지상 과장과 같은 팀에서 근무 중입니다ㅎㅎ).
출처 : 동아쏘시오홀딩스
우리 조직의 생존방식은 무엇인가?
두 연사님의 강연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People Analytics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훌륭한 도구입니다. 그런 만큼 곧 HR 담당자의 필수역량으로 자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연사님께서 강조해주신 것처럼 People Analytics도 하나의 수단임을 기억하며, 우리는 조직의 생존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며 본질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문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거 샤인은 조직문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고 합니다. “조직문화는 한 집단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내부를 통합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 집단이 학습하여 공유된 기본 가정으로 볼 수 있다”. 조직문화는 우리 조직이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것이죠. 그동안 우리 조직의 생존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체계적 진단과 분석이 아닌 개인의 직관에 의존하진 않았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HR AMBASSADOR 1기 모상필
오~~ 상필님.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