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담당자의 역량에 대한 단상

저는 HR앰버서더에 턱걸이로 들어왔어요. 앰버서더는 경력 5년 이하의 HR 주니어를 뽑는데, 저는 17년 7월에 조직문화와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로 배치를 받고, 만 5년을 채우게 되는 시점을 한 달 앞두고 HR앰버서더에 지원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신청서에도 ‘저는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 평생 HR앰버서더는 못해요! 꼭 뽑아주세요!’ 라고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운 좋게 HR앰버서더가 되었고, 다양한 회사의 많은 HR 주니어 분들을 만나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던 저의 시각이 많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은 22년 하반기를 보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원티드! 고마워요 5기 HR앰버서더 분들!)

퇴근 후 김성준 교수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였던 어느 날

이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제가 주니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같은 업무를 꽤 오랫동안 해 오면서, 특히 같은 회사에서 조직문화 업무를 몇 년 동안 해 오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서입니다. 최근에 제 머리 속에 자리를 잡은 주제는 이거였어요.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수직/수평, 외부/내부 그 누구와도 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역량 당연히 중요할 테고요! 조직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면서 보니,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글로, 말로, 그래픽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면 참 좋겠더라구요. 제가 아직 경력이 미천하여 너무나 중요한 역량임에도 여기에 적지 못한 것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말하고 싶은 역량은 바로 인내심입니다(!) 이렇게 썼는데 많은 조직문화 담당자 분들이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고, 저만 이렇게 생각할까봐, 그래서 저희 회사가 변화가 그렇게나 어려운 고지식한 회사로 여겨질까봐 조금 걱정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최근에 저희 구성원 한 분이 ‘우리 회사는 50년이 넘었는데도 역동적인 것 같다.’ 라는 의견을 주셨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라는 실드를 먼저 치고, 글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업력이 오래된 회사에서 조직문화 업무를 하다 보니 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틀이 잡힌 조직의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사실 외부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를 볼 때는 ‘쟤네들 재밌는 거 하네.’ 라거나, ‘나도 저런 일 하면 잘할 수 있어!’ 라거나, 하는 생각들을 쉽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직원 분들이 CA로 선발되어서 몇 달 동안 함께 이러한 활동들을 하다 보면, ‘고생이 많으시네요.’ 라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해 주시는 분들이 참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 번 CA를 하셨던 분들은 쭉 조직문화 담당 부서의 지지자로 남아 주시더라구요. 참 감사한 분들!)

노잼시기의 저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계시네요

이처럼 이미 견고하게 만들어진 어떤 질서를 해체하고, 단단해 보이는 조직에 변화의 금을 긋는 작업은 참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환영하는 변화는 ‘임금 상승’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직문화 담당 부서에서는 ‘이 변화는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해!’ 라고 판단하고 추진하는 것이더라도, 현업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역풍을 맞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중요한 것이 ‘인내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말씀 드리는 인내심은 어떤 하나의 변화를 쭉 고수한다는 측면의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담당 부서의 판단은 언제나 틀릴 수 있고,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들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위에서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해 잠깐 언급한 것처럼, 언제나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와 마음을 열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핸들을 틀 수 있는 유연함도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내심이 필요한 지점은, 어쨌든 조직문화 담당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쉽지!’ 라는 생각을, 저는 이 글을 쓰면서도 하고 있어요. 모두가 각자의 업무로 너무나도 바쁘고, 그래서 조직을 바꾸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지금 조직문화 활동 안 해도 당장 회사는 문제없이 굴러가니까’일까요?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고, 만약 리더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야금야금 당 보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조직문화 활동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우리 편’인 구성원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초콜릿처럼 먹는 거예요.

가나초콜릿 사진을 가져오려다 마카롱으로 🤭

저의 아웃룩 폴더에는 ‘힘이 납니다’라는 폴더가 있어요. 거기에는 저희 부서에서 어떤 활동을 새롭게 시도할 때, 그 메일을 Delete 하지 않고 반겨주고 격려해주었던, 구성원들의 회신 메일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확인할 일이 없는데요. 가끔 답답하고 힘들고, 그보다 더 가끔 ‘나 혼자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조직문화 담당자로서의 노잼 시기가 찾아올 때, 이 업무를 시작했을 때의 우리 회사의 모습과 지금 회사의 모습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그 시기들을 보내며 만났던 많은 구성원 분들의 응원을 되새기고 마음을 다잡으면, 한 번 더 시도하고 한 걸음 더 나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앰버서더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고 또 신기한 것은, HR 담당자 분들을 만나면 마치 예전에도 알고 지낸 것 같은 반가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어요. 아마도 – 말하지 않아도 아는 – 수많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그도 겪었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겠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힘이 납니다’ 폴더 같은, 각자만의 달달한 초콜릿을 잘 챙겨 드시면서 마라톤을 잘 마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p.s. 인살롱에 유용한 글은 넘치고 넘치니까 이런 감성글 하나 정도는 괜찮겠죠? 참고로 저의 MBTI는 __FP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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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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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놀자
필진
스파놀자
1 일 전

힘이납니다. 폴더 좋네요. 가끔 전직장에서 받았던 그런 메일들을 모아두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살짝 드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

y10835
멤버
y10835
28 일 전

인내심이라는 키워드가 와닿네요ㅎㅎ 저희 회사도 유지 성향인 분들이 많다보니 뭔가 변화시키려고 할때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바꿔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박광현
필진
박광현
1 개월 전

담당자는 아니지만, 저도 업력이 오래된 회사를 다니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그리고 ‘힘이 납니다’ 폴더 너무 좋은데요? 한편으로 그만큼 고생이 많으시다는 생각에 짠하기도 하고요 ㅠㅠ ㅎㅎ 저희 회사 담당자분들께도 힘이 되는 말을 자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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