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HR 제도 개선 미팅을 한다.
미팅이 끝날 때마다 한 주의 큰 숙제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매번 고민거리가 쏟아져 나와 마음 답답한 채로 한 주를 마무리한다.
그중 스스로 대답하기 어려웠던 고민은 두 가지다.
1.제도 개선을 왜 해야 하지? 우리가 그렇게 문제가 있나?
2.제도 개선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나? 구성원과 환경을 바꿀 수 있어?
확신할 만큼의 경험치/데이터가 없었던 나는 틈만 나면 질문을 곱씹었다. Yes or No로 대답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정답이 있다기보단 그런데도 변화해야 한다는 자신감과 절실함을 담당자로서 스스로 확립해야 하는 문제였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연히 회사 밖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모든 경험은 소중해. 다양할수록 성장하는 것!)
1. Wanted Con. HRM의 모든 것
지난 4월 Wanted에서 주최하는 “HRM의 모든 것”이라는 컨퍼런스에 평가/보상 Session 모더레이터로 참여했었다. 해당 Session 연사님들은 SK이노베이션, Nexon, 비상교육의 HR 리더들이셨다.
연사님들을 통해 들은 회사별 평가/보상 제도 양상은 각기 달랐다.
ㅇ 제도 개선 방식 : 구성원 주도 or HR 주도
ㅇ 평가 항목 : 업적평가만 or 업적/역량평가 모두 or 다면평가 도입
ㅇ 평가 방법 : 상대평가 or 절대평가
ㅇ 보상 : 연차 고려 or 미고려(성과 base)
하지만, 공통된 메시지가 있었다. 내외부 경영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인사 제도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컨퍼런스를 통해 깨달은 것은 변화 방법은 회사마다 각기 다르고, 지금의 변화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HR 제도는 끊임없이 각 조직에 fit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제도 개선을 실행한 연사님들께서도 공통적으로 제도는 완벽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시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제도에 정답은 없고, 어느 조직에나 있는 고민이군!
2. 책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밑줄 치고 사진 찍는 습관이 있다. 이 책은 작년 쯤 읽었던 책인데,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찍어 둔 것을 최근에 다시 봤다. 책에서 나의 깨달음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정체되고, 도태되는 것뿐이고, 성장의 기회는 항상 관성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새로운 것도 기대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정체되는 일뿐이다. 그러니 노력할 수밖에 없다.”
“혼자지만 더 넓은 지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이 마음은 ‘지금도 좋지만, 더 좋아지고 싶다’라는 것이 아니다. 훨씬 더 절박한 마음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고, 몸의 고립이 마음의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이며 삶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들은 관성 밖에 존재했다는 지난 경험의 되새김이다.”
두 직간접 경험을 통한 나의 대답은 이러하다.
Q1. 제도 개선을 왜 해야 하지? 우리가 그렇게 문제가 있나?
내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회사/구성원에게 손해 나는 문제가 있다 없다 관점에서만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누군가 손해 보는 것 만이 문제는 아니다. 조직이 어떤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정체되는 일뿐이고, 정체된 조직은 변화에 대한 면역이 약해진다.
무엇보다도 ESG 경영, DT, 재택근무 활성화, MZ 구성원 유입 등 내/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 관성에 젖어 있는 조직이라면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HR은 조직과 구성원이 안일한 관성에 고립되지 않도록, 변화에 대한 긴장감과 유연성을 키울 수 제도 개선을 통해 구성원 재질 개선을 해야 한다.
Q2. 제도 개선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나? 구성원과 환경을 바꿀 수 있어?
HR 제도는 변화에 대한 회사의 방향성을 구성원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제도로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바꾸기는 어렵다. 원샷-원킬 극약처방의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체되어 있을 순 없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 우리 조직이 변화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이처럼 Wanted 컨퍼런스와 책을 통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스스로 확립할 수 있었다. 이제 내게 남은 숙제는 우리 조직/구성원에게 fit한 제도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이다. 제도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지만, 변화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구성원과 함께 Perfect-fit 제도에 닿을 수 있도록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멋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