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담당자가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대화를 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하이어링 매니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이해관계자도 중요합니다.)
자, 그럼 하이어링 매니저에게 ‘그래서 누굴 채용하라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봅시다.
혹시 하이어링 매니저가 당신에게 미쳤냐며 반문한다면 그 회사에서 채용은 영원히 답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이어링 매니저는 같이 고민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까? 하고 말이죠. (그럴 거라 믿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질문은 상당히 큰, 그리고 다양한 효과가 있습니다. 평소에 채용담당자로서 PO처럼 일하라는 생각과 더불어 하는 생각은 Do active, not passive인데요. 하이어링 매니저에게 이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첫째, 제대로 된 JD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JD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이어링 매니저와 ‘도대체 누굴 뽑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JD 작성이 오롯이 현업의 일이라고 손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좋은 JD는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좋은 레퍼런스를 가져다주고, 필요 없어 보이는 내용이나 우대사항과 자격요건을 혼동하는 내용 등을 바로잡아 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리쿠르터도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조금 더 이해하면서 하이어링 매니저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비로소 Business Partner가 되는 과정이랄까요?)
이렇게 작성된 JD와 기존에 작성한 것을 비교해 보세요. 그리고 실제 인바운드 또는 아웃바운드의 효율을 따져보세요. 분명 달라진 수치를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과거의 채용’과 ‘현재의 채용’의 차이 중 하나를 꼽으라면 JD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JD는 지원자에게 친절하고 정말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팀인지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 어떤 역량을 가졌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JD에서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더군다나, 이직이라는 것은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쉽게 환경을 바꾸긴 쉽지 않습니다. 리쿠르터가 그 허들을 낮출 수 있겠지만, JD가 친절하지 못하다면 지원자는 ‘그 회사에서의 나’를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지원 의사를 철회합니다. (신입/주니어 지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니어보다 더 깐깐하게 회사를 고르거든요.) 그러니, 우린 좋은 JD가 모든 포지션에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늘 업데이트되어 있으면 좋습니다. (저도 노력중인 부분입니다만 잘 안됩니다 ㅎㅎ)
둘째, 명확한 하이어링 바(Hiring bar)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이어링 바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주는 채용의 기준점입니다. 채용의 기준점은 현업에서만 정하는 것도 HR에서만 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무 역량과 더불어 회사의 미션과 Core value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인지 다양한 검증 방식과 기준을 통해 채용을 진행해야 하는데, 비즈니스와 HR이 채용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만이 합의된 기준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회사의 비즈니스를, 프로덕트를 고도화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명확한 하이어링 바가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우선 비즈니스에서 채용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내부에서 채용담당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이 정도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결국 문화를 망치거나 비즈니스를 망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셋째, 깔끔한 프로세스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깔끔한 채용 절차는 지원자의 경험뿐 아니라, 시장에서 채용 브랜딩을 긍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요즘같이 과제, 코딩테스트, 그리고 면접 등 프로세스가 다양하다면 언제 어떤 프로세스로 지원자의 Recruiting Journey(Experience)를 미리 세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어링 매니저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채용 과정에서 그때그때 Interview loop을 구성하고 채용 리드타임이 늘어나 소중한 지원자를 잃게 됩니다. 지원자의 경험이 굉장히 나빠진다는 것은 곧 채용시장에서의 브랜딩에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고, 당장의 지원자 뿐 아니라 potential candidate 마저도 잃는 크리티컬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채용담당자로서 글을 쓰면서도 끔찍합니다.)
깔끔한 프로세스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공통의 채용 절차를 만들고 포지션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프로세스를 만들고, 채용을 진행하기 전 interview loop를 구성하고 리드타임을 서로 확인하는 등 하이어링 매니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완성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더 나은 채용에 대해 고민할 수 있습니다.
보통 어떻게 채용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과거 채용이 어땠는지 회고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신기하게도 많은 회사가 비슷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고, 때로는 신선한 채용을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앞서 말한 JD/하이어링 바/깔끔한 프로세스는 모두 이 고민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의 채용을 따라 할 수 있고, 그렇게 채용 트렌드라는 것이 생기고 또 변화한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에 맞는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HR(채용담당자)만의 시선이 아니라 현업 그리고 지원자의 시선에서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이어링 매니저와 ‘도대체 누굴,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를 늘 얘기해야 합니다. (심지어 채용 이슈가 없을 때도 말이죠.)
물론 채용담당자에게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합니다. 또한 직급을 떠나 어느 상황이나 누구에게든 Business partner로서 직언할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능 채용담당자 만-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글에서 하이어링 매니저와의 대화를 강조한 것은 채용담당자라면 보다 나은 채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이어링 매니저와의 대화 그리고 공감이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이 글을 다 읽은 뒤에 ‘우리 도대체 누굴, 어떻게 뽑아야 하나요?’라고 하이어링 매니저에게 얘기하고 조금이나마 어딘가의 채용이 더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늘 정답이 없는 채용 시장에서 나름의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채용담당자분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번 글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