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비전공자 인사담당자의 직무생활 02 산 넘어 산

 

01 시발점에서는 중소기업 제조업 사무보조로 입사하여 급여 크로스 체크를 하게 되었고, 이후 사수가 회사 20년 만에 최초로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했다.
사장님은 사수의 태아검진 또한 의심했고, 항상 나에게 병원에 대한 서류와 시간을 체크해서 보고하라고 했다.

사수, 사장, 전무 등의 무의미한 심리싸움에 등터지는 건 나였다.
이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경력 2년을 위해 그만두지 않았다.

17년이 되면서 회사는 급격히 상황이 안 좋아졌고, 정기적으로 지급하던 상여금이 밀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사장님이나 전무님에게 상여금 지급에 대해 묻기보다 나에게 계속 물었고 여러 번 들으니 스트레스였다.​

 

 

17년 5월, 1명이 퇴사한 후 상여금 미지급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했다.

사장님은 상여금은 회사 매출이 높을 때 지급해 준 거뿐인데 그걸로 진정 접수했다고 극대 노했다.
20년 만에 최초의 노동부 진정이라서 바로 주변 회사에 노무법인을 소개받아 진정을 진행했다.

누가 들어도 결과는 너무 뻔해 노무법인에서도 진정인에게 지급하려고 했지만 사장님은 지급명령을 받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았고, 진정인에 대해 부정적인 말만 했다.

7월, 2명이 퇴사하고 상여금 미지급에 대해 또 진정을 했다.
아쉽게도 진정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진정을 포기했고 사장님은 본인이 잘못한 게 없다며 의기양양했다.​

 

8월, 또 진정건으로 인해 노동부 출석 요청이 왔다.
이번에는 지각으로 인한 임금 삭감에 대한 진정건이었다.

사실 이때도 뭐가 잘못된건지 몰랐다.
어차피 사장님은 노무법인 말만 들으니 따로 공부할 생각을 안 했다.
무엇보다 노무법인이 손쓸 수 없을 만큼 결과가 너무나 명확했다.​

 

9월, 근로 감독을 받고 벌금 1,000만 원 가까이 납부했고, 직원들에게 받아야 할 금액과 지급해야 할 금액이 발생했다.

사장과 전무는 직원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고 받아야 할 돈에 대해서 받겠다는 말을 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진행한 절차로 인해 본인들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에 억울하다는 입장이었고, 나 또한 내야 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고용노동부 관할 지청에 전화했는지 근로감독관이 전화 와서 직원들에게 돈을 내라고 했는지 물어봤고,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2가지뿐이었다.
1.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2. 사장님과 직접 통화하셨으면 한다.

근로감독관이 사장님에게 전화해서 뭐라 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날 아침에 다시 한번 직원들을 한 공간에 모았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받아야 할 돈은 안 받겠다고 공지했고, 누가 근로감독관에게 전화한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 서운하다고 했다.​

사장님이 말하는 최선은 급여일을 미루지 않고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용주의 최선이 아닌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사수는 출산휴가에 돌입했고 나는 사수가 쓰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사장님은 나를 믿는다고 했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에는 내가 급여 인상을 요구할 만큼 완벽하게 아는 것도 아니어서 내년에 알아서 인상해 주겠다는 사장님 말만 믿었다.​

이후 직원들도 타 사와 비교한 질문이 급격히 증가했다.
처음에는 답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노무법인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답변이 느렸다.
언제까지 노무법인에 기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근로기준법부터 보기 시작했지만 바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회사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서 톡 오픈 채팅방을 검색할까 생각했다가 3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1. 나는 인사 담당자인가? 경리인가?
(이 생각은 직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었다.)
2. 경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인사담당자 오픈 채팅방에 참여해도 될까?
3. 중소기업이고 알려줄 수 있는 정보가 없는데 오픈 채팅방에 참여해도 될까?

현실은 위 3가지로 인해 주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형식적인 말이 아닌 현실적인 도움이 절실했다.​

처음으로 인사담당자 오픈 채팅방을 참여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따스하게 맞이해줬고, 우려와 달리 업무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오픈 채팅방 참여가 나에게는 인사담당자로서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이후 대부분 질문에 대해 오픈 채팅방에서 해결할 수 있었고, 나 또한 근로기준법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현재도 다양한 인사담당자가 함께하는 오픈 채팅방은 많다.
오픈 채팅방 여러 곳에 합류하는 것보다 본인 성향에 맞는 오픈 채팅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오픈 채팅방을 어떻게 활용하냐 따라서 유익함은 달라질 것이고, 신입~사원때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인이 오픈 채팅방을 정독한다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많기 때문이다.​

 

사수가 출산휴가를 간 이후에는 퇴사하는 사람마다 진정을 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실제로 진정에 건에 대한 소식은 오지 않았다.
이후에는 크게 기억 남는 일이 없이 법인 통장 숫자와 진정의 압박을 받으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18년 1월, 인사담당자 오픈 채팅방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소통만 하다가 오프라인으로는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던 시간들이 있어 많이 어색하지는 않았고, 온라인보다 훨씬 재밌었고 더 생생한 이야기들 들을 수 있었다.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비슷한 애환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어느 자리를 가도 막내라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물론 술과 함께 했지만 술이 함께 했기에 더 거리감 없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이야기하면서 “공부하고 놀자.”를 시작으로 스터디 모임이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모임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스터디(세미나) 모임을 하면서 업종, 규모, 경력이 다양해서 배울 것이 많았고, 사회생활하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많지 않아 새로웠다.
모임을 하면서 느끼는 장점은 모임 날 정시 퇴근, 일부 사람들(유부..)의 자유시간, 꼰대 검증 시간(★)이라는 것이고, 단점은 아직 모르겠다.

 

2월, 정식적인 스터디 모임 전 예비 시간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볍게 시작했는데 2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멤버가 바뀌는 시기가 일정하고 나가는 사람만큼 들어오는 것이 반복되고, 서로를 배려하고 있어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월 2일, 처음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했던 이유를 적자면
– 모든 걸 내려놓고 기다렸던 경력 2년이 도래한다.
– ​더 이상 회사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매출 하락으로 인해 거래처에 사정을 구하는 것에 대해 이미 지쳤다.
– ​회사 운영에 사장님의 개인 돈이 쓰이기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다.
– ​회사 상황이 어려우니 기다려달라, 참아달라는 말뿐이었다.
– ​회사 내에 배울 것이 없었다.

 

갑자기 사장님이 함께 은행을 가자 했다.
사장님이 사직서를 챙겨와 차 안에서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말과 함께 사직서를 찢었다.
찢기는 사직서를 보면서 끝이 안 좋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3월 중순, 주말 뒷차가 가만히 있던 우리 차를 박았다.
당일에는 괜찮았는데 다음날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출근을 못하겠다고 이야기한 후 이튿날 사직 의사를 다시 밝혔으나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이전에도 개인적인 일로 인해 통원치료를 한 적이 있었는데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기억이 있어 한번 더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3월 2일에 제출했던 사직서에 적었던 날짜까지 출근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이후 공고를 올렸지만 사장님이 원하는 나이대의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영업팀 과장님에게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대충 듣는 태도가 보였다.
그래서 퇴사 후에 연락 안 받을 예정이니 인수인계 귀담아들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태도의 변화는 없었고 퇴사 후에 연락이 자주 왔다.

 

 

 

퇴사 후 치료와 휴식을 위해 한동안 본가에 있었고,  간간이 여행을 갔다.

항상 정신없이 지내다가 아무것도 안 하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2년을 뒤돌아보니 시원섭섭 하기보다는 시원 그 자체였다.

 

왜 진작 그만두지 못했는지 생각해 보니 자취생이라는 상태에 수입 없이 유지하기 힘든 것들이 있었고, 2년 이하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17년 11월쯤 사직서를 내밀었을 거 같다고 지금은 말하지만 아마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에는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했다.

 

처음으로 가지는 휴식이라서 초조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알찬 시간을 보냈다.

 

18년 7월, 멘토링을 통해 알게된 대표님의 제안으로 신설회사에 합류하게 된다.
이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의 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고, 미화하면 권고사직에 대해 마스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편에서 진정 등 예민한 내용이지만 다룰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폐업한 회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호기심이 부른 신설회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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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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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beat12
외부필진
blackbeat12
1 개월 전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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