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기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문장
필진들의 원고 교정은 간결함을 위한 ‘빼기’의 작업이다. 불필요한 조사를 빼고, 중복된 단어는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로 바꾸고, 반복된 문장은 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그 후엔 글 자체를 매끄럽게 고치기도 한다. 틀린 문장은 아닌데, 뭔가 어색하고 잘 읽히지가 않은 문장을 가독성 있게 바꿔주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을 덧붙이고 부수적인 설명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빼기의 작업은 문장을 담백하게 만들어준다.
몇 단어를 뺐음에도 문장이 어색하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문장은 짧아지지만 의미 전달에는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 뜻이 분명해진다.
기존 문장
반면에 시청률이 안 나오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주변 간섭이 많아지면서 도전보다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존에 하던 안정적인 기획을 반복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시청률이 안 나오면 ‘그거 안 될 줄 알았어, 안 된다고 했잖아’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진다고.
수정
반면에 시청률이 안 나오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주변 간섭이 많아지면서 도전보다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존에 하던 안정적인 기획을 반복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시청률이 안 나오면 ‘그거 안 될 줄 알았어, 안 된다고 했잖아’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진다고.
최종 문장
반면에 시청률이 안 나오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도전보다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안정적인 기획만 반복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럴 땐 ‘그거 안 될 줄 알았어, 안 된다고 했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대략 이런 식이다.
▲ HR Insight 교정 과정 예시
군더더기 없이 말하기
인터뷰 기사를 쓸 때 녹음된 인터뷰이들의 말을 몇 번씩 반복하여 들어야 할 때가 있다.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 그리고 몇 번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싶을 때가 그렇다. 분명 대화를 나눌 때는 문제없이 들렸던 말이 막상 문장으로 적을 때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강연자들의 발표 내용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들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던 말들이 막상 문장으로는 잘 적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또 아니다. 말은 되는데, 그게…참..
반면에 인터뷰할 때는 ‘이게 끝? 좀 성의없는데?’라고 생각했던 대화가 문장으로 옮겨보면 군더더기 없이 완벽할 때가 있다. 성의 없는 대답이 아니라 그저 간략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말을 구조화시키고 효과적으로 정리한 연습의 결과일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못 하는 글쓰기 비법≫에서는 효율적인 글쓰기에 비법 다섯 가지를 소개하는데 꽤 공감이 됐다.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
-무조건 쉽게 써라
-수동형 표현은 절대 금물
-수식어는 최소화해라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여라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결국 ‘빼기’이다. 문장에서 힘 빼기, 문장을 최소화하기.
삶에서도 의도적인 ‘빼기’가 필요하다
연말에는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업무도 더 많아지고 이래저래 사람들과의 마찰도 생기곤 한다. 그러다보면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상대방의 말 그대로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려고 한다. 물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 과한 의미 부여인 경우가 많다.
글쓰기에서도 의도적인 ‘빼기’가 필요하듯, 우리 삶도 그러하다. 지금 상태에서 한 단계만 힘을 빼도, 한 걸음만 느리게 걸어도 연말 연시가 조금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글을 읽고나니, 새해에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편집장님 글 잘 읽었습니다. 200% 공감합니다. 더하기는 쉬워도 빼기는 정말 힘들어요. 특히, 책을 쓰면서 절실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 이강은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