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캐묻기] 2. 예외조차 예외일 수 없다.

‘진행하시죠.’

‘네? 그렇지만 이렇게 진행하게 되면 말씀드렸던 문제가…’

‘상황이 상황이니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진행합시다.’

실무자였던 박00 대리는 회의 막판에 던진 팀장님의 말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애초에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었다면 지금까지는 왜 그러지 못했다는 말인가? 이러면 그동안 여러 요청에도 규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나는 뭐가 되지? 득달같이 따지고 들 담당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려오기 시작했다.


회사 구성원 중 MZ세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기존 세대들과의 인식 차이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이슈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모 기업에서 논란이 되었던 성과급 기준 문제에 비추어 봤을 때 MZ세대는 특히 불공정성, 비합리성에 매우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시절부터 에타(대학별 익명 커뮤니티)등으로 대표되는 채널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납득가지 않는 기준들에 대한 의문을 표출해왔던 MZ세대들의 특징은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블라인드, 잡플래닛 등을 통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들을 통한 정보 공유의 일상화로 완벽한 비밀이라는 것은 더욱 존재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정보 공유의 범위도 더 이상 조직 내부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이제 조직 내의 크고 작은 이슈가 곧바로 기업의 이미지나 채용 브랜딩과 같은 무형적인 부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세대 중심 축이 변화함에 따라 합리성의 기준 또한 이전의 ‘개인이 조직에 반기를 들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라는 축에서 ‘억울한 것을 참아봐야 좋을 것이 없다’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의문 또는 문제를 제기하는 구성원 또한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

예전에 한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면접관이었던 대표이사님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어떤 제도가 잘 정착되고 있지 않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 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리더들의 공감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례로 빠르고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급을 폐지하고 호칭을 통일한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아무리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호칭 변경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리더들이 많다면 호칭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직 새로운 호칭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쭈뼛거리며 이전의 직급 호칭으로 불렀을 때, 리더들은 알면서도 호칭을 정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리더의 의중을 알아챈 직원들은 이전의 호칭을 계속 사용할 것이고, 회사가 추진한 제도는 그렇게 불편함만을 남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이 단순히 리더들의 공감만 얻어낸다면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기성세대와 MZ세대 간의 갈등에서 여전히 리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리더 개개인의 합리성에 기대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리더들의 문제 인식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원칙, 즉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답답하고 꽉 막힌 원칙 제일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업무의 유연성을 위해서 더더욱 명확하고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는 ‘체계 내에서 자유와 책임이 공존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이야기하며 규율을 지키는 문화를 만드는 것과 규율을 강제하는 것을 혼동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준’은 규정을 통한 통제가 아니라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더 나아가 특정한 요인이 있을 때, 모두가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이 단순한 포인트가 최선의 성과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기반인 신뢰감(안정감)을 만든다. 조직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의심해야 하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 도출된 결과물이 좋을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는 공정성과 합리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예외라는 이름의 방종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만약 우리 조직에서 예외 적용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면 관련된 기준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Moral Risk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백번 물러나 예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례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예외를 승인하기 위한 절차가 기준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리더는 이전의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기준을 수립하거나 수립한 기준이 문화로 정착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리더를 필두로 하여 우리 구성원 모두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기준이 조직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데 부합하고 있는지 꾸준히 지켜보아야 한다.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원칙을 어겨도 된다는 의미가 아닌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좋은 게 좋은거지’와 같은 식의 마인드로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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