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는 바로 ‘왜(why)’라는 질문인 것 같다.
‘왜’ 그렇게 되나요?
‘왜’ 이게, 그 자료가 필요하죠?
‘왜’ 이 일을 해야 하죠?
‘왜’ 이게 안 되어있죠? 또는 ‘왜’ 이걸 (이렇게) 했죠?
‘왜’
‘왜’
‘왜’……….?
직접적으로 ‘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언가의 목적(what)이나 과정(how)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결국 질문은 ‘왜’이다. 일할 때 뿐인가, 생각해보면 일상에서도, 특히 육아를 하는 중에도 (아이가 서너 살이 되면 중2병만큼이나 무섭다는 ‘왜요 병’에 걸려 엄마 아빠를 시험에 들게 한다) 끊임없이 묻고, 질문을 받고, 상황에 맞는 답을 찾기 위해 여념이 없다. (feat. 재빠른 구글링)
그런 의미에서 첫 문장을 정정한다면, ‘살면서’ 가장 많이 듣고, 묻는 질문 중에 하나가 ‘왜(why)’이다.
우리가 살면서 적어도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각자의 직장이다.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을 16시간 정도라고 했을 때 그중 절반 이상인 8-10시간을 물리적으로 회사에서 (혹은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는 집의 working station에서) 보내고 있고, 출근 준비와 통근시간까지 감안하면 직간접적인 일의 범위 안에서 하루의, 한 달의, 청춘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이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하는 적절한 의미를 찾으라는 듯 유수의 작가들이 ‘일하는 이유’를 주제로 우리에게 묻는다.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우리는 왜 일하는가 (배리 슈워츠)
당신은 왜 일하는가 (데이브 울리히, 웬디 울리히)
나는 왜 일하는가 (헬렌 S.)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사이먼 사이넥)
내가 일하는 이유 (도다 도모히로)
엄마가 일하는 이유 (신삼순)
왜 함께 일하는가 (사이먼 사이넥)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케이시 윅스)
….
일을 대하는 태도와 일의 의미를 되새겨주기도 하고, 심리학적, 철학적, 뇌과학적, 심지어는 양자물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지, 어떤 상황에서의 질문인지에 따라 그 답변은 다양할 것이다. 좀 더 솔직해진다면 평가기간에 생각하는 내가 일하는 이유와 월급날에 느끼는 이유도 다를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복합적인 이유로 일을 하고 그 이유는 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어쨌든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면, 그냥 일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만이라도 뭔가 고차원적으로 자기 암시를 줄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조금 더 가치 있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한 명의 직장인이면서
한창 엄마가 필요한 영유아기 두 아이의 엄마로서,
내조의 여왕을 바라기는커녕 외조의 왕이 되어야 하는 남편의 아내로서,
일찌감치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여유로운 황혼기를 기대했으나 현실은 황혼육아에 지쳐가는 부모님의 딸로서,
어느 역할 하나에 온전히 충실할 수 없는 워킹맘으로 허덕이며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한 고비 두 고비 닥칠 때마다 그저 막연하게 ‘그래도 일은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며 지나왔을 뿐, 정말로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일을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10년 차 프로직장러가 되었고, 마침 잠시 쉬어가는 참에 나에게 있어 ‘일의 의미’를 정리해볼까 한다. (라고 쓰고, 기고문 주제를 정할 시점에 읽고 있던 책이 마침 ‘우리는 왜 일하는가’ 였다고 한다.) 나의 일하는 이유들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일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로서 고객인 구성원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인사담당자인 우리의 일은 구성원인 그들을 위함이지 않나.
몇 가지의 이유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번 연재를 통해 ‘내가, 우리가, 그들이 일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들을 위해 나의 일을 하는 고민의 과정을 풀어가다 보면 우리,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Next…
첫 번째 이유. 일이 재미있다고요? (레알?!)
p.s. 잊을만 하면 나오는 ‘엄마는 왜 회사에 가는 거야? 안 가면 안 돼?’라는 아들의 질문에 매번 논리 정연하고 일관성 있게 답을 해준다.
“엄마가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야 니가 갖고 싶은 장난감도 더 많이 사줄 수 있고, 니가 좋아하는 비행기도 더 자주 탈 수 있고,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블라블라…”
육아전문가가 들으면 손사래를 칠 만한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대답이지만 이보다 효과적인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더 설득력 있는 답을 찾으신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곽지아
우아한형제들 인사지원실 보상팀장
jia.kwak@woowahan.com
‘좋은 인사’를 하고 싶어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우아한형제들에서 구성원들이 배민답게 일하면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평가/보상제도를 만들어가고 있고, 해외사업에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