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피플 애널리틱스(PA)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업계와 학계 양측에서 가장 폭넓은 응용 및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링크드인(LinkedIn)의 빅데이터로 가늠해본 HR 직군의 규모는 약 52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7만여 명이 PA에 종사한다. 이는 비율상 1.3%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두 배 이상의 규모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내부 PA팀을 갖춘 기업은 2만 곳이 넘는다. Fortune 1,000대 기업 중 70%가 자체 PA팀을 설립했으며, 미국 내 상장기업의 3분의 2가 불과 지난 5~6년 사이에 PA 팀을 신설했다.
현재 미국 내 PA는 IT와 금융산업이 주도하고 있으나, 의료/제약, 에너지, 정부 기관, 유통/소비재 업계에서도 최근 수년간 꾸준히 PA팀을 신설하고 있다. 이 밖에도 AOM, SIOP, SHRM과 같은 대형 컨퍼런스 뿐 아니라 PAFOW, Wharton 처럼 PA에 특화된 컨퍼런스에서도 활발한 연구발표와 벤치마킹, 그리고 산학협력의 기회가 확산되고 있다.
PA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1)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전략개발 및 평가와 연구, (2)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3) HR 업무의 간소화/표준화 및 HR 관련 디지털 솔루션 제공, (4) 인사이트를 응용한 인사 관련 업무 지원이다.
이러한 역할의 이면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우선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앞서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 풀고자 하는 비즈니스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수리 통계적으로 검증할 가설을 세우고, 분석된 결과에서 끌어낸 인사이트를 응용할 액션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물의 가치가 어떻게 해당 조직원에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이는 다시 PA팀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를 길러주어, 조직 전체와 함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
초창기 미국의 PA는 HR 리포팅에 포커스를 맞췄다. 채용과 보상 및 조직문화 등을 서베이로 측정하고, 기술통계 분석자료를 표준화하여 리포팅하는 업무가 주를 이뤘다. 이후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을 활용해 조직원의 역량, 성과, 리텐션 등을 예측하고,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방법론을 도입해 대규모의 텍스트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직장 내 정서(employee sentiment)를 파악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HR 관련 지원을 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단계까지 이르는 등, HR의 디지털 전환의 핵심에 PA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미국 내 PA 분야에서 크게 주목하는 토픽 중 하나가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D&I) 이다. 다양성은 크게 내재적 다양성(inherent diversity)과 습득적 다양성(acquired diversity)으로 나눌 수 있다. 내재적 다양성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성별이나 인종과 같은 것이며, 습득적 다양성은 인생 경험을 통해 습득한 다양성을 뜻한다. 따라서 다양성이라 하면 흔히 생각하는 인종과 성별 그 이상을 포함한다. 보편적으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다양성은 인종과 젠더 문제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요인인 조화, 참여, 그리고 차이에 대한 포용성(inclusion)을 고려하지 않는 다양성은 결국 그 임팩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포용성이 높은 조직은 구성원들의 개인적 능력, 배경, 철학, 경험 등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룬다.
D&I를 추구하는 기업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휴렛, 마샬 & 셔빈(Hewlett, Marshall and Sherbin, 2013)의 연구에 의하면 D&I 팩터가 높은 기업은 비교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시장 점유율 증진과 (연 평균 45%) 신규시장 진출 기회를 (+70%) 잡는다. 재무성과 역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2015년 맥킨지의 조사에 의하면, 젠더 다양성 팩터가 상위 25%인 기업은 하위 25%의 비교군 대비 EBIT가 평균 15% 이상이었다. 인종 다양성에서 상위 25%인 기업은 하위 25%의 비교군 대비 평균 35% 이상의 EBIT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 결과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측정한 내용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란 점에서 여전히 유용하다.
포용성 (inclusion)은 채용 제안 및 이직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딜로이트의 휴먼 캐피털 트랜드 서베이 보고서(2017)에 의하면, 경력직 응답자의 80%가 이직 제안을 고려할 때 해당 기업의 포용성 문화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고, 72%의 응답자는 현재의 위치보다 포용성이 더 높은 기업으로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다양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 대비 포용성에 대한 정의는 개인과 조직별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포용성에 대한 교육을 확장하는 추세다.
D&I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 내 많은 기업은 D&I를 장려하기 위해 매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Fortune 500의 기업은 2017 회계 년 기준 총 $16B(₩19조)을 diverse 채용에 투자했다 (기업 평균 $32M). 필자가 소속한 마이크로소프트는 $55M을 D&I의 활성화를 위해 투자했고, 2021년 이후 $150M의 추가예산을 잡았다.
이러한 D&I 교육과정에 대한 프로그램 효과를 평가하는 것 역시 PA팀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 예를 들어, 무의식적 편견을 낮추는 일은 D&I 기업문화 형성에 중요하다. UCSF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의도치 않은 무의식적 편견이라고 한다. 가령 임신 계획이 있거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여성 팀원의 해외 지사근무 발령을, 무의식중에 당사자의 의사확인 없이 남성 직원으로 대체 발령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편견 및 차별이 없는 채용, 온보딩, 업무평가 및 승진심사를 위한 교육에 많은 예산과 리소스가 투입된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평가하기 위해, PA에서는 서베이와 네트워크 분석, 포커스그룹 등 다양한 양적/질적 방법론을 혼합한 믹스드 메소드(mixed-methods)를 응용하여 분석하고, 도출된 인사이트를 통해 현존하는 제도를 보완하거나 신설한다.
PA의 D&I 분석은 채용 단계에서도 그 효능을 발휘한다. 텍스티오(Textio, 2016)의 연구에 의하면, 경력직 채용문(Job Description)을 NLP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 채용문의 톤(tone)에 따라 남성/여성 지원자의 비율 및 채용 비중이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단 이 연구는 IT직군 내 단일 기업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일반화를 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여성 비율이 매우 낮은 IT/엔지니어 계열 직군에 지원하는 여성 인재의 수를 늘리기 위한 PA의 고도화된 분석(advanced analytics) 사례로 의미가 있다.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D&I 요소이며 그 효과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 역시 PA팀의 과업이다. Work-Life-Flexibility (WLF)는 업무 강도가 높더라도 자율적인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며, 업무시간 사이에도 급한 용무를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제도적인 장치이다. 예를 들어 가정에 어린아이가 있거나 지병을 앓는 가족이 있는 직원에게 WLF이 보장될 경우, 잠재력 있는 유능한 직원의 유출을 막고 업무 능력 향상 및 애사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퇴근 이후의 삶이나 전체적인 업무량에 대한 워라밸(Work-Life Balance)과는 조금 다른 컨셉이다.
본고에서 필자는 D&I의 개념 및 사례를 설명하고, PA가 이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PA는 현재 급성장하는 HR 분야이며, 빠르게 진화하는 고급분석 방법론의 활용뿐 아니라 디지털 솔루션 프로덕트 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꾸준하게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D&I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다섯 가지의 방법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