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학원들이 있습니다. 제 기억 속에는주판 학원이 가장 크게 와닿는데요. 어린 시절 주판을 들고 학원에 가서 계산하는 법을 배우면 수학적 사고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주입(?) 받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판 학원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계산기가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물론 계산기 학원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우리의 계산 능력을 계산기에 외주(outsourcing)줬지요. 그런데 지금은 계산기보다는 엑셀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대규모 계산은 RPA 등을 통해서 자동으로도 수행하고 있다. 기술은 이렇게 우리가 일하는 직무의 성격을 바꾸고 있습니다. “계산한다”는 직무는 동일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을 뿐이죠. 그렇지만 그 “방식”에 따라서 일자리 숫자 역시 바뀌고 있다. 다른 인살롱 글을 통해서 소개드렸지만 국내 기업인 H사 사례를 통해서 2017년과 2020년의 일자리 숫자 변화와 Frey & Osborne(2013)에서 제시한 기술에 의한 일자리 대체 확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을 보이고 있었다. 더욱 두고봐야 겠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우리가 수행하는 일자리의 숫자와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고, 그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H사는 일자리 변화 등에 대해서 임직원 약 430명에게 관련된 설문을 수행했다. 구체적으로 했던 질문으로는 ‘일자리 숫자 변화에 대한 예측’, ‘수행 업무의 변화 정도’, ‘업무 대체 정도’, ‘변화 시기’, ‘변화하는 시기에서 현재 직무의 전문성 유지 정도’ 및 ‘변화에 대한 준비 정도’ 등이었다. 우선 70%가 넘는 응답자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95% 이상이 기술에 의해서 수행 업무 성격이 변화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으로 기술에 의해서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¼ 이상이 대체될 것이라고 80% 이상이 응답했으며 그러한 변화는 5년 내에 발생할 것이라고 56% 가까이 응답했다. 변화에 따른 전문성 유지 정도로는 87% 가까이가 기술적 요인에 의해서 영향은 받겠지만 나의 전문성은 어느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반면, 변화에 대한 스스로의 준비도는 33%만이 어느정도 되어있다고 응답했다. 흥미롭게도 나의 전문성은 유지되겠지만 일자리 변화에 대해서 준비는 대부분 안되어있다고 응답한 부분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전체적인 긍정/부정 응답으로만 볼 수 없는 함의점(implication)을 뽑기 위해선 동질적 집단으로 이를 쪼개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일자리 숫자의 변화 및 수행 업무 성격의 변화에 대해서는 40대 이상의 직원들이 많고 넓은 범위로 변화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기술의 변화 시기 역시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40대 이상의 직원들이 전문성 유지와 변화에 대한 준비도 가장 높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이 기술적 변화에 대해서 더욱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과 조금 다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20대가 변화 준비도 측면에서 연령별에서 가장 낮게 나왔으며 전문성 유지 역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H사 회사에서는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서 진행되는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변화는 직무에 맞춰서 변화할 수 있는 인력 집단으로 20-30대를 타겟팅 하고 있었으며 현장에서의 그들을 대상으로 한 전환 사례 역시 발생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20-30대에게 기술적 변화에 맞춰서 본인의 직무를 바꿀 의지가 있는지를 물어본 질문에 대해서 40대 이상 집단에 비해서 많이 높은 수준으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 우리와 같은 HRer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은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정말로 40대 이상의 직원들이 기술적 변화에 대한 준비가 잘되어 있고 전문성이 유지될 것인가? 둘째, 기술적 변화에 맞춘 직무 전환에 대한 의지가 높고 변화에 대한 준비가 낮다고 인식한 20-30대를 우선적으로 회사의 자원을 투입해서 여러 가지 intervention을 지원할 것인가? 이다. 우선 seniority based의 직급 및 보상 체계가 아직까지 작동하고 있는 H사와 같은 한국 기업에서 40대 이상은 관리자급일 가능성이 높다. 즉, 그들은 대부분의 일을 시켜서 하고 있으며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기술’을 이용해서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AI/Big data/Cloud 등의 기술적 변화를 도입해서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적 변화에 대한 실체를 잘 모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20-30대 직원들은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을 익히려는 노력을 일선에서 하고 있으므로 항상 빠르게 뛰어가는 기술 발전 속도를 인지하고 본인이 준비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HRer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필자는 전직원들에게 기술적 변화를 직접 경험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AI/Big Data/AR/VR 등을 화면이나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하게끔 하는 것이다. AR/VR을 통한 평가 및 교육 사례는 국내에서도 다수 소개된 바 있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체험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AI 등도 최근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최소한으로 하고도 실행할 수 있는 로우 코드(Low-Code) 프로그래밍이 있으며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SageMaker 등도 배워볼 만한 도구이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직접 체험해서 쓰게 한다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체감하고 20-30대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20-30대가 갖고 있는 직무 전환에 대한 의지는 상당히 의미있는 자산이다. 일본의 캐논은 최근 전략적 변화에 따라서 카메라 산업에서 헬스케어 산업으로 업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서 기존에 카메라 산업 인력을 헬스케어로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며 오랜 기간 여러 시도 끝에 성공 사례를 만들기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어렵지만 직무 전환에 성공한 사람들은 기존의 기술에 대한 숙련도도 아닌 직무 전환에 대한 흥미와 동기부여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기술에 대한 수용력이나 선행 수준도 중요하지만 결국 흥미와 끝까지 할 수 있는 끈기가 전환에 주요한 결정요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20-30가 갖고 있는 이러한 의지는 조직에 매우 가치있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기술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이에 따른 우리의 학습과 적응도 더욱 숨가쁘게 일어나야 할 것이다.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의 성격은 바꿀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HRer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상시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지속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 HRer 역시 데이터 및 기술적 변화를 우리 업무에 먼저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기술적 변화 시대에 First 펭귄이 HRer가 되길 바라며 본고를 마친다.
기술적 변화를 경험시키고 흥미를 통해 자발적 의지를 심어주는거 완전 공감합니다~! 두분 좋은글 감사합니다 ^^
부족한 글이었을텐데 여러모로 격려해주시고 호응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digital experience management 관점의 제언 감사합니다.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허들을 낮춰줄 필요가 있겠군요!
이건 뭔가 제가 댓글 달아달라고 해서 넣어주신게 너무 티가 나서 ㅋㅋㅋㅋ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인살롱 칼럼을 애독하며 정진해야겠네요 ^^ 감사합니다
48초만에 답글을 달자면…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