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는 여섯 번째 별에서 지리학자를 만난다. 그는 바다와 강, 산 그리고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린왕자는 지리학자에게 물어본다. 그 바다와 강, 그리고 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지를. 그러나 지리학자는 본인은 학자로서 매우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책상과 서재를 떠나 한가로이 바다와 강 그리고 산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고 답하고는 다시 책에 집중한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앎’은 아마도 인지적으로만 습득한 것을 넘어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경험’의 과정을 거쳤을때 더욱 온전한 모습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우리가 일하는 일터에서 우리들이 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한 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임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누적된 긍정적 경험이 조직 내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임직원 경험은 조직 환경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경험들 중 구성원의 성장, 개발, 몰입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감정, 인식, 정서를 통칭한다(딜로이트, 2017). 이러한 경험은 문화적, 기술적, 물리적 환경을 통해서 조성되는데 오랫동안 문화 및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관심을 받아온 반면 물리적 환경은 크게 조명받지 못해왔다. 딜로이트(2017)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임직원 경험에 영향을 주는 5가지 요인으로 ‘의미있는 업무’,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 ‘긍정적 업무 환경’, ‘성장 기회’,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신뢰’ 등이 있다. 여기서도 ‘긍정적인 업무 환경’이 물리적 환경의 일환으로 뽑혀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환경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조직 구성원들이 느끼는 공간에 대한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들이 공간에 대해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알고싶었다. 즉, 개인이 근무하는 공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어떠한 형용사와 명사를 활용하여 공간을 설명하고 표현하고 있는지? 등이 궁금했다. 이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해외기업 리뷰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의 리뷰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글래스도어는 현직자와 퇴직자들이 회사에 대해 자유롭게 기술한 내용을 다양한 사람들과 널리 공유하는 곳으로 유명하며 최근 조직 연구자들에게 많이 활용되고 있는 소스 중 하나이다. 다만 글래스도어에 한국기업은 매우 제한적으로 있으므로 미국기업을 선정하고자 했으며, 최근 미국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FAANG(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등의 5개사를 선정했다.
우선 글래스도어에 있는 FAANG의 긍정, 부정 리뷰 데이터를 2만건 정도를 크롤링했으며, 대부분의 리뷰 시점은 2019년과 2020년에 걸쳐있었다. 다음으로 리뷰 데이터를 전처리해서 명사 및 형용사만 남겼고, 우리 분석의 주요한 시사점인 “공간”에 대한 인식을 알기 위해서 “space”와 연관되서 나오는 단어를 분석했다. 다시 말해서, FAANG 구성원들이 “공간”이라는 리뷰를 쓸 때 주로 함께 쓰이는 긍정과 부정의 단어들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공간”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 본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 및 부정리뷰에서 “space”과 가까운 단어를 각각 10개와 7개로 추출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각각의 10개 단어를 비슷한 의미로 분류했을때 3가지 종류로 구분가능했으며, 긍정 리뷰에는 “협업”, “포용적”, “영감을 주는”이 뽑혔으며 부정 리뷰에는 “집중하기 어려운”, “접근이 어려운”, “자유롭지 않는”으로 선별 가능했다.
FAANG 구성원들이 공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느낄 때는 공간이 보다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기 용이하고, 포용적이며, 영감을 줄 때인 반면 부정적인 감정은 공간이 집중하기 어렵고 접근하기 쉽지 않으며 자율성을 보장해주지 않을 때 였다. 이는 최근 실리콘 벨리 기업들이 새로 짓고 있는 오피스 공간과도 맥을 같이 하는데 특히 Apple의 신사옥은 스티브 잡스가 고안한대로 구성원간의 접촉이 잦고 협업하기 쉬우면서도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렇듯 구성원들은 공간에 대해서 분명히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 경험과도 높은 관련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다.
높은 급여, 성장의 기회 등이 구성원들의 몰입을 높여준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고 이를 위해 조직의 다양한 활동과 제도가 생겨나고 운영되고 있듯이 앞으로 우리는 직원들에게 긍정적 경험을 주기 위해서 공간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떠한 공간 구성이 직원들에게 보다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불러일으키는지와 부정적 경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말이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 요소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구성원들이 피상적으로 제도에 대해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행복하고 좋은 공간에서 긍정적 경험을 함으로써 조직에 더욱 높은 성과를 내는 주체적인 존재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는 공간을 바꾸거나, 시간을 다르게 쓰는 것이 3가지를 바꾸지 않고서는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오마에 겐이치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오마에 갓………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