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양한 조직과 사회 활동에서 MBTI가 활용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SNS)에서는 앞다퉈 자신의 성격 유형과 해석을 올리고 있다. 왜 이렇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을까? 추측컨대 성격 해석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해놨으며 해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인기있는 MBTI 진단이 왜 회사 채용 현장에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진단으로서 신뢰도와 타당도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에서도 성격진단을 채용에 활용한지 오래되었다. Hogan, 16pf 등 다양한 성격진단이 전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한국의 큰 조직은 자체적인 도구를 개발하여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채용을 할때 왜 성격(personality)를 측정하려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 그리고 조직 고유 문화와의 정합성을 중요하게 조직에서 생각하고 있으며 특정 산업과 직무에 따라서 성격이 개인의 성과를 예측하는데 높은 예측 타당도를 갖기 때문이다. Hunter & Schimdt (1984) 연구 등을 통해서 몇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성과를 예측하는 유의미한 성격은 몇 가지 밝혀진바 있다. 산업과 직무에 관계없이 성실성(consciousness)는 직무 성과를 예측하는데 가장 안정적이며 효과적이다. 외향성(extraversion)은 영업 직무 등에 유효하며 사회성(agreeableness)은 서비스 직군 등에 높은 성과를 내는 성격으로 뽑히기도 한다. 이렇듯 해외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성과를 예측하는 성격 연구가 제법 진행되었지만 한국 맥락에서 연구는 김도영과 유태용(2002)년 이후로 자주 출판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성과를 내는데 “좋은” 성격은 어떤 것일까? 결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대표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성격 구분을 이야기해보면 Big Five라고 불리는 다섯가지가 유명하다. 성실성, 사회성, 외향성, 신경안정성, 개방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Hogan 등의 검사에서는 성실성을 성취지향성 등으로 구분하여 6요인으로 본 사례도 있다. 이렇듯 Big Five는 대표적인 성격 구분으로 한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A사는 에너지와 제조회사로서 채용시 성격 5요인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오랫동안 성격을 활용해서 채용 의사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성과를 예측하는데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고민해본 바가 없었기 때문에 필자와 함께 분석을 진행했다.
아쉽게도 직무성과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대신 입사시 인터뷰 성과를 활용했다. Schmidt et al. (2019) 메타 연구를 통해서 인터뷰 성과는 직무 성과를 예측하는데 매우 유의미한 관계를 가지므로 성과 변수의 대리 변수로 인터뷰 결과를 활용했다. 분석은 머신러닝의 기본적인 방법론 중 하나인 교차 검증(cross-validation)을 활용했으며, 생성된 모델은 총 120개였으며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인터뷰 성과를 예측한 모델을 찾아내는게 본 분석의 목표였다. 5개의 성격 요인 중 인터뷰 성과를 가장 잘 예측했던 모델은 사회성과 성취지향성이었다. 흥미롭게도 5가지 요인이 다 투입되었을때보다 2가지 성격이 인터뷰 결과를 가장 잘 맞췄다. 다음으로 예측 타당도가 높았던 모델은 사회성, 성취지향성 그리고 성실성이 투입된 모델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인 많은 요인이 투입될 수록 예측 타당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과는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가장 높은 예측 타당도를 보인 사회성과 성취지향성은 하나의 목표를 공동으로 함께 성취해가는 조직에서 유효한 성격으로 추론된다. 즉,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동료들과 함께 달려나가는데 상대에 대한 공감 및 배려심이 중요하며 동시에 끈기를 가지고 목표를 이뤄내려는 성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성과를 예측하는데 두 가지 성격이 유의미한 지표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본 인터뷰는 몇 개의 직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10개 이상의 영업, 기획, 연구직까지 다양한 직무를 아우르고 있는 결과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본 결과는 우리가 항상 옳다고 생각했던 성격 5요인이 개인의 성과를 예측하는데 모두 유효한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점과 동시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조직에서의 효율성 제고에 도움을 줄수 있다면 이렇듯 활용되는 성격 요인의 숫자를 줄일 수 도 있다는데 함의가 있다. 더불어, 개인의 성과를 예측하는데 성격이 활용될 수 있는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결국 조직에서 “성격”이 좋은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은 함께 일하려는 동료로서도 중요하지만 직무 성과가 높을 수 있는 사람을 확인하는게 중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의 성격진단이 더욱 와닿고 재밌는건 HRer로서 가진 딜레마가 아닐까 싶은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