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조직에서 데이터를 핵심 자원으로 강조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줄곧 물적자원의 왕좌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화석연료를 이제 데이터가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두 세기가 넘도록 화석연료는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마치 공기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모든 산업에 스며들었다. 이제 그 자리를 데이터가 대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산업화 시대에도 데이터는 있었다. 데이터란 기업활동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의 데이터는 필요에 따라 부차적으로 참조하는 대상이었을 뿐 본격적 경영자원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식정보화 사회가 도래하고 IT기술이 더해지면서 데이터는 어떤 산업부문, 어떤 사업 영역에서든 빼놓을 수 없는 자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즉, 데이터가 가치창출을 위한 필요조건에서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른바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의 탈바꿈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은 이러한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러한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되기 위해 HR에서 챙겨야 할 조직 리빌딩 포인트는 무엇일까?
모름지기 핵심자원이라 하면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을 지닌다. 바로 밸류체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인체로 말하자면 혈액에 비견될 수 있겠다. 그러기에 만일 어느 한 곳이 막혀 흐르지 않거나 특정 한 곳에 몰릴 경우 전체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조직이라 함은 데이터가 조직 내 밸류체인 상에 연료의 역할, 즉 부스터의 역할을 온전히 하고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있겠다. 간단한 비유적 예시로 데이터 기반 조직의 이미지를 그려 보자.
우리나라 호텔 중에 화장실이 객실 한가운데 있는 곳이 있다. 직접 체험해 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객실 자체가 대략 팔각형으로 생겼고 그 한가운데 화장실이 있다. 그 화장실을 빙 둘러서 사방으로 거실, 주방, 침실, 드레스룸 등이 있다. 실내 어디에서든 한 번에 화장실로 통하는 구조인 셈이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는 또 빠르게 접근하는게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이 구조를 보고 있자니 사실 배관놓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화장실이 집 한가운데 있다면 가장 효율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직에서 데이터를 관장하는 팀도 마찬가지 아닐까? 요즘같은 빅데이터 시대에 바람직하게는 조직의 한 가운데 데이터팀이 있고, 어느 부서에서든 그 팀으로 한 번에 빠르게 접근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혹시 지금 앉은 자리에서 회사 제품이 얼마나 팔리는지, 재고상태는 어떤지 볼 수 있는가? 웹사이트나 모바일앱의 일간/주간/월간 클릭수와 트래픽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가? 웬만한 기업에선 다 실시간 트래킹 되는 데이터들이다. 하지만 대체로 담당 부서만 알고 부서 밖으론 공유가 안 되는 게 현 주소다. 아마도 타부서에서는 정식으로 요청을 해야만 데이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도 결재에 결재를 거치고, 승인에 참조를 거쳐서, 워드파일이나 엑셀파일로 던져지곤 끝인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설명도 없고 분석도 없다. 왜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까? 이는 데이터 담당자들이 조직의 한가운데 있는 게 아니라 변두리에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벨류체인 전편에 녹여져 있고 혈액처럼 흐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토양 구축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실험과 시도, 그리고 그로부터 학습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는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데이터는 시장을 무대로 기업과 고객, 경쟁사가 함께 생성해내고 있는 가치창출활동의 흔적들이다. 따라서 기업활동이 시작된 이래 이미 만들어져 오고 있던 것이다. 다만 IT분야의 개가를 통해 그 생성과 관리, 활용 측면에 퀀텀 점프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만든다거나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는 착각들을 하기 일수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명확한 목적에 따라 적합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시도해 보고 이러한 시도결과로부터 학습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 중에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활용되도록 프로세스, 즉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조직 내에는 이미 가지고 있지만 잠자고 있는 데이터가 즐비하다. 이것을 깨워 내는 것이 먼저다. 그러려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관련된 가설을 세운 후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고 실험하는 토양이 필요하다. 이제 기업은 고객연구를 위한 일종의 랩실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쓰다 보면 체계화되게 된다. 쓰는 토양이 안 되 있는데 기술적으로 체계화하려니 힘이 들고 일이 되는 것이다.
둘째, 모든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데이터팀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제대로 된 데이터 기반 조직이라면 데이터팀이 별도로 없는 것이 맞다. 밸류체인 상에 이미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흘러다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별도 팀이 필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서 변화관리 과도기를 거쳐야 하니 일정 기간 동안 이를 전담하는 데이터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 빨리 그러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주요 의사결정 테이블에 데이터팀을 참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 때 지원부서였던 인사팀이 인적자원의 중요성 증대라는 변화를 맞이하며 관련된 많은 노력을 통해 이제는 많은 조직에서 CEO의 전략적 파트너로 그 위상이 재고 되었다. 그 노력 중 핵심적인 것이 의사결정 테이블에 HR 수장이 참석하게 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핵심자원이 된 데이터 관련 부서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이든 전략이든 UX/UI든지간에 데이터의 뒷받침 없는 의사결정은 내리지 못하게 해야, 데이터팀의 위상이 올라가고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이 가능해진다.
셋째, 시스템적으로 데이터가 전 조직에 실시간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제품 판매상황, 재고상황, 웹과 모바일 트래픽 등은 이제 빅데이터 시대에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이 공유해야 하는 정보다. 조직 내 모든 직원이 자기 자리에서 클릭 몇 번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도록 사내용 데이터 사이트를 구성하는 것 등의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보안이 필요한 내용이라면 개인별로 권한을 제한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부서 구분 없이 모든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인트라넷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UX 디자이너도, 마케터도, 인사팀도, 앉은 자리에서 바로 오늘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 뭔지, 회사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가 뭔지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겠다. 따라서 이제 업무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데이터가 있다면 빨리 이를 자동화시켜야 하겠다. 예를 들어 매주 영업팀에서 판매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한 시간이 든다고 하면, 개발팀을 붙여줘서 그 보고서를 자동작성해주는 메뉴를 만들어줘야 한다. 개발에 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론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모니터에 창 여러 개 띄워놓고 끙끙대는 직원이 있다면 리더들은 가서 물어야 한다. “뭘 도와드릴까요?”
넷째, 사내 데이터 전문인력 육성이 필요하다. 종국적으로는 전직원의 데이터 전문가화가 실현되야 한다. 따라서 이 역시도 온전한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된 후라면 필요없어지게 될 것이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 과도기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의 전반적인 청사진을 그려볼 수는 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실제 적용에 있어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철저히 조직 내부 맥락, 즉 조직 정황 내에서의 명확한 목적과 가설 기반에서 데이터를 다루며 체계화 나가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외부 전문가와의 적절한 소통과 도움 이후 당연히 데이터팀이 사내 전문가로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야 하겠지만 근본적 체질화를 위해서는 각 현업 부서의 맥락에서 실질적 활동을 해나갈 아바타들의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른바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Citizen Data Scientist)’들의 양성이다. 리더들은 조직 전체의 밸류체인 상에 데이터가 스며들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는 일, 그리고 예하 단위조직 내 상황과 맥락을 토대로 한 데이터 사이어니스트들이 양성되도록 하는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끝으로 독자의 조직이 데이터 기반 조직 대비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점검해 볼 방법을 덧붙인다. 우선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정리해 보시라.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랩톱PC 내 소장 자료까지 확인하여 조직의 총 데이터 자산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런 연후 조직 내 핵심 의사결정 사항 리스트를 정리해 보시라. 의사결정 항목에는 중요도도 함께 포기한다. 여기까지 되었다면 데이터 자산과 의사결정 항목을 맵핑해 본다. 즉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데이터에 근간하여 하고 있는지를 연결해 보는 것이다. 만약 중요도가 높은 의사결정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맵핑되는 데이터가 변변치 않음을 발견한다면 놀랄 수도 있겠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의 조직 내 밸류체인 상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가? 그렇다면 위 네 가지를 당장 시작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