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서열 없는 평가_ 비상교육의 발칙한 도전(2) [낯설게 보기]

엄마 : “딸~ 부탁이 있어! 인살롱에 쓸 그림이 필요한데, 어제 본 영화 <소울(soul)> 그림 좀 그려 줄래?”
딸     : “좀 부담되는데!?! 그림 잘 못 그려서요.”
엄마 : “괜찮아~ 메시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 될 수 있기만 하면 돼~ 그리기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해보렴.”
딸     : “그래? 그럼 함 해 볼게요!”

초등학교 3학년. 평소 집중력이 20분에 불과한 딸이 2시간이나 집중해서 그려준 그림이다.

딸     : 엄마 눈썹이 너무 어려워요!
엄마 : 어떤 부분이 어려운 거야? 그럼 다르게 그릴까? 그리지 말까?
딸     : 아니! 보라색 눈썹이 포인트야! 이건 꼭 그려야 해요!
           엄마 눈꺼풀을 색칠할까요? 아! 화장한 것처럼 보여서 지워야겠어요! 어때요?
엄마 : 완전 좋아! 주인공 아이가 물방울 모습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딸     : 오른쪽을 뾰족하게 키세스 초콜릿처럼 하면서 얼굴을 좀 더 동그랗게 할게요.
엄마가 옆에서 잘한다고 말해주고, 주인공 얼굴을 뾰족하게 하라고 말해주니까 더 그림이 예뻐졌어!!
나 잘했지! 나 엄청 열심히 노력했다고요! 잘하려고 2시간 동안 그렸어!
엄마! 이 그림이 올라간 사이트 나중에 보여주세요!!! 이힛 기분 좋다!
엄마 : 딸 잘했어~ 최고~^^

나는 이런 딸 때문에 행복하다. 나는 딸이 그냥 걷기, 맛있는 거 먹기, 하늘 보기, 좋은 사람과 수다 떨기, 새로운 걸 시도하기, 모르던 걸 알아가는 기쁨 맛보기 등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평범하고 소중한 기억들로 인생을 채워가며 즐겁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그런데 잠깐! 평소 20분도 집중하기 힘들어하던 딸은 어떻게 2시간이나 집중해서 평소보다 고퀄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일까?

첫째. 딸은 자신이 하는 일의 Why를 정확히 알았다. 엄마가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용도로 쓰일지를 정확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둘째. What. How에 참여시켰다. 좋은 결과를 위해 과정의 결정에 아이를 참여시키고 엄마는 적극적으로 도왔다. 인터넷을 보며 <소울(soul)> 장면 중 무엇을 그릴지, 도구는 무엇을 사용해서 어떻게 그리면 좋을지 선택하게 하고 도움을 주었다.

셋째. 그리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피드백했다. ‘그건 이상한데? 그러면 안되지!’가 아니라 영화 주인공들이 영혼처럼 보일 수 있도록 아이에게 물방울을 상상하게 했다. 그리고 옆에서 ‘오! 더 좋다! 잘하고 있네! 점점 완성되고 있어! 전체 느낌을 한 번 봐봐!’ 하면서 격려하고 그림이 좋아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유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딸이 잘 할 거라 진심으로 믿었다.

 

일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은 동기부여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 동기부여는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갈 수 있지만 한계에 닿고 그 이상의 발전은 없다. 당근을 많이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고, 채찍은 많이 맞으면 쓰러진다. 비상교육도 수년간 이런 과정을 겪었다. 비상교육은 동기부여의 방법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비상교육은 동기부여의 적절한 방법을
1) 명확한 목표 설정, 2)목표 설정 참여. 목표를 향해 가는 3)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기 성찰과 4) 업무 유관 동료의 적절한 피드백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평가제도를 이 4가지 과정중심으로 설계했다. 리더의 역할을 지시자가 아닌 조정자로 설정했다.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얼라인먼트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조정자의 역할인 것이다. 리더 중심의 결과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점수화, 서열화를 폐지했다. 성장지향, 성장 마인드셋을 중시하고 있다.

기업에서 평가를 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해 좀 더 좋은 성과를 도출하는데 있다.

많은 리더들은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평가를 사용한다. C나 D를 주는 채찍, S나 A를 주는 당근이 그것이다. 즉 리더의 힘을 무기로 사용하여 구성원을 끌고가는 형태다. 이런 리더들은 상벌이 있을 때 구성원들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리더는 평가를 빌미로 부하직원을 벌주고 혼내는 감정배설용도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기업에서 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일의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것인데 기존 상벌의 방식이 최선일까? 비상교육은 고민했다.

비상교육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평가의 결과는 상벌이 아니라 정확한 현실 진단과 올바른 방향 설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가는 건강검진과 같다. 건강검진은 과거가 만들어낸 몸 상태를 자책하거나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정확하게 진단해서 미래에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받는 것이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한 처방이다. 과잉은 줄이고 결핍은 채워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특히 아픈 곳이 있으면 당연히 그곳부터 치료해야 한다. 건강한 몸을 위해 몸에 좋은 습관을 만들고 결핍을 보충하는 것처럼 건강한 조직에서 평가란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의 수준을 진단하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아는 것은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고 채워가기 위함이다. 평가는 반성反省을 넘어 완성完成을 향하는 것이었으면 했다.

결과에만 집중하면 잘함과 못함을 남과 비교하며 증명하려 한다. 이렇게 증명하려면 과정을 즐기지 못하게 되고, 과정은 단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희생이 된다. 결과의 순간은 짧고 과정은 긴 시간을 견뎌야 하니 지치는 것이다. 이 긴 과정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내 기준을 바로 세우고 나의 현재를 즐겨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도 하고, 하늘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깨어 있는 시간의 70% 이상을 보내는 삶터인 직장에서 일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과정을 즐기려면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는 도구로서의 평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즐기고 그것을 자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 이상적이지만 꿈꿔본다.

“어린 물고기가 어른 물고기에게 물어봤어요. ‘전 바다가 보고 싶어요’ 어른 물고기가 이야기 했어요. ‘지금 이곳이 바다란다.’ 어린 물고기는 믿지 못하고 다시 물어봤죠. ‘지금 여기가요?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전 바다가 보고 싶은 거라고요.’ 어른 물고기는 그저 웃고만 있을 뿐 입니다. ” -<소울(soul)> 대사 중 –

다음 달은 비상교육 평가제도 ‘밸류업’에 대한 마지막 글을 실으려고 한다. ‘왜 목표 설정에 참여를 해야 하는지’와 ‘그래서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는데?’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혹시 궁금하신 부분을 전달해 주신다면 관련 답을 드릴 예정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 처음 딸에게 그림을 요청한 이유는 그림이 저작권 문제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나와 원고를 쓰는 동안 딸에게 집중할 것을 주어 방해 받지 않기 위함이 또 다른 목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인살롱에 올릴거라 생각하니 퀄리티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담자들의 전공인 목표 설정, 피드백 과정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랬더니 결과는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역시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글은 과정 중심으로 다시 써야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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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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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j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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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jpeter
8 개월 전

평가관리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따님 그림솜씨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잘 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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