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고 있네’ 3000년 전 이솝 우화가 예측했던 K-인사

인력/조직 계획, 채용, 면접, 신규입사자 온보딩, 업무성과 측정 및 평가, 보상과 승진, 변화관리, 급여, 복지, 교육, 조직문화, 안전관리, 노무, 총무 등

사람과 조직에 대한 모든 일을 포함하는 인사(人事) 업무, 매우 다양하고 범위도 넓습니다. 경영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보니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 혹은 사람이 활용한 방법이 알려지면, 모든 조직의 담당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의주시합니다.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그만큼 공통적이며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도 이미 여러 방법론이 소개됐습니다. 성과를 관리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차원의 것들로는 KPI방법론, 린 스타트업, 애자일 방법론 등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구글과 실리콘 밸리의 혁신기업들이 적용했다는 OKR, 넷플릭스의 “규칙없음” 등이 급격하게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AI면접, 데이터 기반 인사관리 등도 마찬가집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개념들이 한국에 소개될 때마다 기업, 조직, 경영진, 실무자들은 공통된 행동양태를 보입니다. 저는 이솝우화를 통해 그 현상을 잠시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솝 우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 읽고 들었던 적이 있는 이야기 꾸러미입니다. 그런데 원래 이솝우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훈집이 결코 아닙니다. 어린 시절 가졌던 이미지와는 조금 달리 실제 이솝우화의 세계관은 거칠고 무자비합니다. 정글의 법칙처럼 약육강식, 권모술수도 넘칩니다. 기원전 6세기 후반 그리스에서 살았던 이솝(Aesop, 620~564?)은 인간과 사회의 본성을 드러내 당대의 성인들을 일깨우고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이솝우화는 현대인들은 물론이고 테스형(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도 극찬했던 고전 중의 고전이 됐습니다. 약 350여 가지 우화 중 5가지 이야기를 추렸습니다. 함께 보시죠!

<천문학자>

한 천문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교외로 나가 하늘을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별을 보려고 정신이 팔려 있다가 우물 속으로 떨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물 안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는 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천문학자가 우물 안에 빠지게 된 자초지종을 듣고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하늘에 있는 것들을 보다가 땅에 있는 것들은 보지 못했군요”

<말처럼 우는 솔개>

솔개는 말이 멋있게 우는 소리를 듣고는 자기도 그렇게 울고 싶어 열심히 따라했습니다. 하지만 솔개는 말의 소리를 완벽하게 배울 수는 없었고, 자신이 갖고 있던 원래의 울음소리마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솔개는 말의 것도 아니고 자신의 것도 아닌 울음소리를 갖게 됐습니다.

<사자행세를 한 당나귀>

당나귀 한 마리가 사자의 가죽을 둘러쓰고는 사자 행세를 했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고 당나귀를 보고는 멀리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 사자 가죽이 벗겨져버렸고, 당나귀의 원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도망 다녔던 모두가 당나귀에게 달려들어 마구 때리며 비난했습니다.

<여우와 큰 뱀>

큰 뱀이 나무 옆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본 여우는 그의 긴 모습을 부러워했습니다. 여우는 뱀의 옆에 누워 자신의 몸을 길게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나머지 몸이 찢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당나귀와 매미>

당나귀는 매미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화음에 매료됐습니다. 그는 매미의 목소리를 부러워하며 무엇을 먹어야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매미들은 이슬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당나귀는 이슬이 맺히기만을 기다리다가 굶어 죽고 말았습니다.

앞서 한국 사회에 각종 이론, 사례, 방법론 등이 소개될 때마다 흥미로운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린 스타트업이나 OKR을 다룬 책 한 권이 번역 출판된 뒤 대기업부터 신생 스타트업까지 모두 책을 구입하고 직원들에게 선물하며 전사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요즘 이런거 좋아보이던데 한 번 도입해보지?’ 경영진이 툭 던지듯이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독서클럽이나 사내 스터디를 만들어 학습합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전문가’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컨설팅을 받기 시작합니다. 컨퍼런스라도 열리면 우르르 몰려갑니다. 그리고 마음의 평온과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정작 조직/구성원은 기존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넷플릭스의 규칙없음을 알게 된 뒤에 ‘우리도 규칙을 없애보자’고 접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해고와 고용이 훨씬 자유로운 미국의 환경, 인재 풀과 고용방식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하면 단단히 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 방법론들은 매우 훌륭한 개념입니다. 잘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개념을 도출한 당사자들이 여전히 잘 활용하고 있는지는 불명확합니다. 더 나은 또 다른 방법론으로 전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원칙과 이론들은 그들 스스로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하며 탄생한 생산물입니다. 이론을 직접 생산하는 관점과 남의 이론을 그대로 가져다 활용하는 관점은 그 차원이 다릅니다. 조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도 다릅니다.

 나는 내가 속한 조직과 구성원들,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지난 시간 우리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의 찌꺼기에만 매달려 있던 건 아닐까요?

짧은 우화 1개를 더 보겠습니다.

<피리 부는 어부>

피리를 아주 잘 부는 어부가 피리와 그물을 갖고 바다로 갔습니다. 그는 고기들이 감미로운 소리를 들으면 물에서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피리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고, 피리를 내려놓고 그물을 물속으로 던졌습니다. 그물을 들어 올리니 물고기들이 파닥 거리고 있었습니다. “피리 불 때는 가만있다가 피리 불기를 멈추니 춤추는구나, 못된 녀석들!”

이 우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을 짚습니다. 어부처럼 엄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는 현상들도 볼 수 있습니다.

  •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워크샵을 하고 타운홀 미팅도 하자!
  • 거기에서 논의된 것을 바탕으로 행동강령을 만들고 선언하자! 포스터로 예쁘게 꾸미고 잘 보이는 곳에도 붙이면 최고!
  •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기존의 핵심가치도 새롭게 만들자! (근데 우리 핵심가치가 뭐였지?ㅋㅋ)
  • 매일 아침마다 핵심가치와 행동강령을 다 같이 낭독하자!
  • 핵심가치 문제 출제하고 많이 맞춘 사람에게 포상하자!
  • 한국 특유의 높임문화가 창의적 사고를 막으니, 영어이름을 쓰고 모든 직급을 없애자! 수평문화 선포식을 대대적으로 열고 언론에도 홍보하자!

인사와 관련된 굵직한 사안들이 위와 같이 진행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한마디로, 촌극 중의 촌극입니다.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의 방법론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 조직의 현장에 있습니다. 조직과 사람, 인사에 있어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전문가는 없듯이 각종 컨설팅도 결국 조직 외부의 입장에서 원론적인 담론을 짚어주는데 그칠 뿐입니다. 조직과 구성원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비즈니스 환경과 업의 특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해답(not 정답)을 탐색해야 합니다. 시기별로는 해답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유명하고 유망한 방법론들은 그 조직의 맥락에서 생산된 결과물입니다. 그들의 찌꺼기입니다. 그들이 부단히 소화시키며 만들어낸 입니다. 저는 그것을 부정하거나 가치를 절하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유수의 이론과 사례를 철저히 배우고 익히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와 우리 조직의 중심을 제대로 부여잡자는 것입니다. 문제와 해답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면서 본질을 놓치지 말자는 겁니다. 유행에 휩쓸리며 조직과 사람, 인사를 망가트리지 말자는 겁니다. 힙해보이고 좋아보이는, 어디서 들어온 어떤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자’는 겁니다. 종속이 아닌 주체가 되어보자는 겁니다.

모두 각자의 을 멋지게 만들어 내시길 응원합니다. 저도 제 을 잘 생산할 수 있도록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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