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시선을 나누어야 할까.

일을 하는 게 목표라면 그냥 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하는 일 중에는 ‘그냥 또는 혼자 하는 일’이란 없다. 조직이란 더 나은 사업의 성과를 위해 혼자가 아니라 ‘같이’ 더 좋은 시너지를 얻도록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기에 그 에너지를 감당하고 진행하는 것도 여간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꾸준히 도모해야 할까.

우리 회사는 분기별 1회 정도 신제품이 출시된다. 출시되는 우리의 신제품은 음식으로 종류를 대자면, 양식이다. 어느 날, 휴가 중인 팀장님이 부서 SNS 단체방에 글을 올렸다. 곧 신제품이 출시되는데, 임직원들의 관심과 신제품 판매를 높이기 위해 복리후생 차원에서 내부 프로모션(내부 직원이 홍보할 수 있도록)을 기획해 달라고 했다. 내부 직원들도 고객이니 제품을 먹고 (어떤 식이든) 후기를 남겨주면 일석이조 아닌가? 그러나 오늘은 월요일, 신제품 출시는 이번 주 금요일. 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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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것까지 해야 돼요? 마케팅도 있고 전략팀도 있는데 꼭 우리(HR)가 해야 하나요? 바쁜 12월, 갑자기 1주일 두고 기획하라고 하면 당장 기한도 촉박하고요. 예산도 없어서 품의하고 예산 추가 결재 올리고… 결재라도 바로 되면, 다행이죠.  직원들에게 어떻게 지급할 건지도 정해야 해요. 미리 얘기가 나왔으면 금요일 출시와 맞물려 안내해 줄 수 있는데 제품이 뭐가 나오는지도 모르는 데(OO메뉴가 나온 다는 것을 SNS 단톡방과 팀장님이 회람 준 품의서를 보고 알았다), 이렇게 갑자기 전달하면 유관부서와 소통도 해야 하고(잘못 접근했다가 영업이나 마케팅에게 혹여 생각 없이 일한다고 빈축을 살 수도 있다) 시간 소모와 수고가 많이 들어가요. 직원들이 잘 참여해 줄지도 모르겠고, 당장 어떤 것을 하더라도 (시스템상)사내 수공업(HR부서의 수작업 또는 품)은 필수일 거예요.”

‘분기별 1회 출시되던 신제품이 계속 미뤄지면서 우여곡절 끝에 출시가 되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출시된 제품이니 만큼, 직원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우리(HR)부서가 나서서 프로모션을 기획해 직원들에게 안내하면, 함께 홍보도 해주고 홍보하는 만큼 제품 판매도 되고,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으샤으샤하는 분위기 조성으로 긍정적인 시너지도 생길 것이다. 회사의  신제품 출시를 직원들에게 적극 알리고 복리후생 차원에서 Benefit 제공도 될 것이니 팀원들에게 전달해서 신제품 출시와 관련하여 HR이 지원사격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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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직접 들은 말)과 팀장(추측한 팀장의 생각)의 동상이몽이다. 같이 일한 지 수년째지만 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이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다만 어떤 일이든,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나 배경이 어떻게 소통되느냐에 따라 어떤 일은 우리 일처럼 순순히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어떤 일은 저항과 방어가 생긴다. 이 일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대한 효과, 또는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효과나 목적이 정해지고 함께 합의가 되면 해보고 실험해 본 다음, 그 일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그때 가서 따져 보면 된다. 감히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불 보듯 뻔할 거라는 다수의 머릿속에 잡힌 ‘감’이나 ‘짐작’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실패하게 되면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거봐, 안 된다고 했지?” 그런 의견쯤은 쿨하게 무시하자. 그래도 실험을 통해 중요한 경험을 얻었으니 근거 하나는 마련하지 않았는가? 그거면 충분하다. 또한 일을 지시한 사람에게 다르게 질문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지시에 Deadline이 없으니, 급하지 않다. 지시 안에 ‘당장’이라는 기한은 없었으니 이것저것 따져보고 자초지종을 함께 이야기하고 설득하면 또 다른 안(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가장 Best는 팀장이 배경에 대해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또는 비즈니스적 시각으로 HR의 직무상 책임에 맞추어 의도를 명확히 설명했다면 동상이몽의 감정 소모는 덜 했을 수도 있다.

 

일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 고민했을까? 해결이나 끝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단선적인 사고로 겉에 보이는 현상과 실무적 문제를 가지고 고민만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모든 일에 같은 에너지를 쓰며 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연결되어 있어서 HR의 업무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다른 부서의 일에 영향을 미치거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조직은 유기체라고 하는 말이 이럴 때 필요한 말이지 싶다. 그것이 우리가 조직이란 울타리 안에 같이 일하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지시를 받았으니 하던 대로, 적당히 하면 목적은 물론 어떤 효과도 전혀 마주할 수 없다. 진정 그것이 맞았는지는 영영 모를 수 있다. 익숙한 것들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이 대단한 노하우인 양 붙잡지 않았으면 한다. 대단한 경험도 결국은, 늘 정답이 아니기에 자꾸 실험하고 시도해 보아야 다양한 관점과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일의 시작(문제에서 출발)은 같을 수 있어도 결과는 절대 같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원칙에만 의존하는 일을 하고 있진 않은 지, 효율이란 이름으로 목적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포함한 우리가 많이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당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이유를, 한 박자 늦었지만 나의 동료에게 다시 말해주고 싶었다. 이쯤 되면 궁금하실 텐데, 위에 나온 기획은 출시일에 맞추진 않았지만 진행이 되었고 우리(HR)에겐 유의미한 시도가 되었다. 모든 일의 방법론이 같더라도 그 안의 내용과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준다. 그래서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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