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있는 힘껏 달려야 지금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어.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아까 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해.” – Red Queen –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속편인 ‘거울 나라의 엘리스’의 한 장면이다.

엘리스와 붉은 여왕이 등장하고, 둘은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엘리스가 붉은 여왕에게 물어본다.

“왜 계속 이 나무 아래인 거죠? 제가 살 던 곳에서는 이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다른 곳에 도착하는데 말이예요.”

붉은 여왕은 후대에 ‘진화론’과 ‘경영학’의 한 획을 긋는 이론에 영감을 준 역사적인 답을 한다. 저 위에 써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는 있는 힘껏 달려야 지금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어.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아까 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해.”

‘붉은 여왕 가설 (Red Queen’s Hypothesis)’은 진화학에서 언급되는 원리로,  진화에 있어서 경쟁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는 경쟁과 적자생존 간의 관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다.

시카고 대학의 진화학자 벤 베일론 (Leigh Van Valen)이 생태계의 경쟁과 적자 생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활용한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주변 자연환경이나 (생태계에서의) 경쟁 대상이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생물이 진화를 하게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자생존에 뒤처지게 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호 재시도 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지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을 위한 자원이 제한적인 생태계에서 경쟁은 필연적이고, 생물에게 있어서 생존은 본능적인 존재의 목적성이므로 그 어떤 욕구에 앞서고 있다. 최우선의 목표가 생존이기에 생물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간 끊임없이 경쟁하고, 경쟁을 통해 유한한 자원을 선 확보하여 생존의 확률을 높이는 냉혹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혹은 처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의 생물이 진화하면, 그 경쟁 관계의 다른 생물도 따라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공진화 (Coevolution)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공진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환경과 진화의 속도도 빠르게 지속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으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곧 경쟁상대와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뒤로 도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끝은 멸종이다.

HR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는 글에서 ‘진화론’의 소개가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조직이론이 ‘조직생태학 (Organization Ecology)’이고, 이 이론은 ‘진화론’에 학문적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학습한 바와 같이 ‘이윤창출’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이나 조직 (Organization)을 생명체로 보았을 때, 최선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영속적 발전 혹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은 생존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직생태학은 Hann & Freeman (1977)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조직 생태학은 특정한 조직과 해당 조직이 속한 조직군(organization population)의 진화를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직생태학자들은 특정한 기업 하나를 연구하지 않고, 해당 기업이 속한 조직군을 분석의 단위로 하고 있다. 조직군(생태군)은 핵심 속성이 유사하고, 조직군을 둘러싼 환경과 해당 환경이 주는 압력에 대해 유사하게 반응하는 그룹을 의미한다.

조직생태학이 다른 조직이론의 패러다임들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조직과 해당 조직이 속한 환경과의 관계에 관한 설명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른 조직 이론들은 기업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환경으로부터의 압력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으며, 환경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으나, 조직생태학의 관점은 환경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생존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종(species)을 자연환경이 결정하는 것으로 보는 진화론적 관점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다른 조직이론에서도 환경에 대응하여 생존하는 것을 핵심요인으로 보고 있으나 대부분의 이론이 환경에 ‘적응’ 한다는 관점인 반면 조직생태학은 환경이 어떠한 조직을 선택하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질문을 바꿔보자. 기업에게 ‘경쟁’은 도움이 되는가?

기업에게 경쟁은 필연적인 것이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기업은 경쟁을 가급적 피하고자 한다. 한 때 ‘블루오션’이 경영상의 중요한 숙제처럼 언급된 적이 있다.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경우 경쟁을 위해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들이 저감될 테니 기업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기업 경영자들의 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생태학의 관점에서 ‘경쟁 없는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저명한 경영학자 윌리엄 바넷은 그의 저서 The Red Queen among Organizations: How Competitiveness Evolves를 통해 ‘블루오션’은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는 저서를 통해 기업에게 경쟁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동력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즉, 기업은 조직군 다른 조직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생존을 위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경쟁이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쟁이 일어나면, 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성과향상을 위한 노력을 한다. 경쟁에서 진 기업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며 만회해 간다. 이러한 경쟁의 순환고리가 비록 기업에게 성과의 부침을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는 관점이다.

윌리엄 바넷은 이상과 같은 주장을 그의 저술 The red queen in organization evolution (Barnett & Hansen, 1996)을 통해 실증하고 있다. 1900년 이후 미국의 일리노이주의 2970개의 은행의 흥망성쇠를 분석하였는데 (거의 100년의 기간, 2천개가 넘는 기업을 연구의 대상으로 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경험한 조직들은 실패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낮았고, 기업 경쟁력은 경쟁을 경험하지 않은 조직대비 높았다. 경쟁에 임하며 조직들은 학습하고 이로 인해 다시 경쟁은 격화되며 기업의 역량은 이와 같은 순환의 고리 하에서 점차 강해짐을 확인하였다.

반대로, 경쟁상대가 없는 경우 독점적 지위의 혜택을 누리기는 하였으나, 경쟁 환경에 노출됨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부족하였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의 기업환경을 돌아보면, 4차 산업혁명의 급진적인 도래로 혁신의 가속화가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고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이다. 기업 생태계 역시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붉은 여왕이 말한 것처럼 뛰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기업은 뒤쳐질 것이다.

일변 잔인하게 느껴 질 수 있겠지만, 생태계에서의 도태는 종의 멸종을 의미하며, 조직 생태학에서의 도태는 기업의 사멸을 의미한다.

엘리스 보다 더 빠르게 뛰어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The Red Queen among Organizations: How Competitiveness Evolves

Barnett, W. P., & Hansen, M. T. (1996). The red queen in organizational evoluti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17(S1), 139-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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