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시절이라…HR에게 더욱 필요할 ‘공감능력’

들어가며. 딱히 원티드가 마감을 독촉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약속한 날짜의 자정 전에는 원고를 올려온 바, 그러니까 나름의 마감을 앞두고 불꽃 집필을 한 후에, 쓴 글을 모두 날려 먹고 새로 쓰는 그 참담한 심정을..여러분 혹시 아십니까? 만리장성 인터넷의 벽 앞에서 통곡하며…한번 더 쓰는 글이라는 걸 미리 알리며..아마 공감하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아요. 그럼 된거죠 뭐.

한국인만 빨리빨리를 외치는 줄 알았더니, 중국 시장도 놀라운 수준의 속도경쟁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모바일 생태계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온라인 커머스의 배송경쟁이 30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더라고요. 이 넓은 땅에서. 경제성장 속도도 가팔라서인지 일자리가 (과장 조금 보태서)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채용시장도 그에 발맞춰 연봉과 타이틀 경쟁이 매우 심화된 양상입니다. HR에 몸 담고 있는 동료분들도 이런 속도에 익숙해져서인지, 다들 최단 시간 내에 HRBP가 되고 HRD가 되는데 큰 관심을 두는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HRBP에서 CoE로 돌아온 이유가 뭐야?” 처음에는 이 질문의 의도가 뭔지도 모르고 주절주절 더듬더듬 답변 하였는데, 알고 보니 ‘HR Generalist 로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삼천포로?’ 와 같은 질문인 경우도 있었던 것이죠. 저도 HR을 시작하던 시절에 ’10년 안에 HR Business Partner가 되어야지’와 같은 목표 같은 게 있었으니, HRBP가  HRD가 되는 전초 단계의 어디쯤으로 여겨지는 건 어디나 비슷한 모양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열과 순서를 가리는 일이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HRBP가 되는 일. 혹은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서 과연 무엇이 중요할까요?

좋은 HR BP가 되는 일은 ‘수학의 정석’같이 한 가지 답이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많은 분들이 이미 짐작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 나름으로 정리 해본다면, 결국 이것도 파트너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상대방 그러니까 비즈니스 이해관계자와 어떤 파트너십을 맺는가로 결국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파트너십은 사실 저마다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의 역동성(Dynamism)’에 기대고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라, 딱 뭐다…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그래도 억지로 뭐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정리하면, HR BP가 되는 일에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HR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두루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신뢰를 얻어 가기도 하고, 다른 분들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보지 못하는 사람과 관련한 밀접정보를 제공하며 신뢰를 쌓아 가기도 하죠. 제 HR BP 경력 중에서 얻은 하나의 통찰을 공유하자면, 결국 비즈니스 상대방이 나를 믿고 신뢰할만한 대화의 상대로 여기는가가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이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HR관련 논의를 깊이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조직이나 회사 내에서 시니어 그룹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리더들은 참 외로운 존재입니다. 사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 현안에 대한 이슈나, 사람때문에 벌어지는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공감을 받는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리더들은 더더욱.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에게 그걸 말하고 공감받기 위해서는 사실 상황과 맥락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 필요한데, 지속적으로 대화 나누고 설명된 사이가 아니고서야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공감받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매일매일 여러가지 비즈니스의 도전과제와 사람관련 이슈를 다루는 리더들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 놓고 이해와 공감 받는다는 건 매우 드물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 괜찮은 HRBP가 되기 위해서는 경청 공감이 기본 능력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HRBP를 비교적 시니

어 HR이 담당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쉽게 한두해에 만들어 지는 건 아니니까요. 경청과 공감을 이야기 하면서 AND 조건을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청은 공감에 이르는 첫 걸음이어서도 그렇고, 경청을 잘 하기 위해서는 공감능력이 필수로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영어로 말하면 vice versa 같은 관계인 것입니다.

흔히들 경청에는  3단계의 수준이 있다고 합니다. 1단계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경청을 의미합니다. 상대방 중심으로 경청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동조에 지나지 않게 되거나 말하는 사람의 진짜 의도나 노력을 간과할 가능성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 함몰되어서 상황과 사정을 올바로 바라보기 힘든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2단계 경청은 내가 중심이 되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문제를 과소평가 하거나, 과대평가 하거나, 해결하려 하거나, 충고/조언/평가/판단 하려고 하는 경향이 먼저 앞서게 됩니다. 그런 경청이 상대방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리는 만무하죠. 3단계 경청은 상대방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가 모두 관찰되고 두루 살펴지는 형태의 경청이라고 말합니다. 상대방과 내가 연결되어 있는 대화와 경청이 일어나는 것이죠, 사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3단계 경청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이건 제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라, 제가 몸 담고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이끌어 주시는 남관희 코치님이 해 주신 말씀입니다.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대화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식과 노력이 뒷받침 된 훈련이 필요하고, 그 훈련을 통해서 비로소 공감을 하나의 삶의 방법이자 자세로 취하게 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훈련에서 아주 모범생이 아니라서 선생님 말씀을 정확히 정리했는지 약간 염려도 되지만, 아무튼 공감도 훈련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는 메시지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보면, 공감이 주는 힘과 그 힘이 만들어 내는 치유의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업무의 현장에서 HR이 비즈니스파트너링…한다는 게 결국은 공감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업무를 계속 해 나가고 이 회사에 계속 다닐 이유 하나쯤을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늘도 사람 하나 살렸다, 그걸로 보람 된 하루였다’하고 말이죠. 사실 HR 모두가 지금의 시대에 가장 주의깊에 관심가지고 Upskilling 해야 할 영역이 바로 공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코로나가 일상에 만연하고, 당연했던 것들과 그렇지 않았던 것들의 경계가 속절 없이 무너지는 걸 매일 목격하면서 미치기(Insane)보다 미치지 않기(Sane)이 어려운 시대에, HR이 회사 안에서 발휘해 주어야 할 역할 중 가장 큰 부분이 경청과 공감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앞으로의 HR에게도 가장 필요한 개발 포인트고요.

그래서 돌아 돌아 남보다 빨리 HR Business Partner 가 된 중국의 몇몇 동료들을 보면, 그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파트너가 되었다기 보다는 HR 관련 의제에서 Communicator/Liaison/Representative 역할 정도를 겨우 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뭐 공감이 만능 수퍼파워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으려나 하고 저는 조심스럽게 짐작합니다. 그럼 결국 시간밖에 답이 없는 건가요? 라고 챌린지 하실 분들이 혹시 있을까봐…그렇지 않습니다. 평소 자신에게 익숙한 네트워크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회사 내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관심과 귀를 기울이고 이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는 노력이 꾸준히 된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충분히 되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근데 진짜 그렇게 내 업무 바깥의 사람들에게 꾸준히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는 HR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 보이는 건 그저 저만의 느낌적 느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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