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리더가 경계해야 할 네 가지 증후군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알고 이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신임 리더가 바로 그런 대표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잘하고 싶은 의욕은 충만한데, 열심히 하려고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신임 리더들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증후군을 네 가지로 소개한다.

 

첫째 승자의 저주 증후군이다. 본인의 능력이나 과거 성공 경험을 과신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일체 무시하는 것이다. 성장판이 닫힌 경우라 할 수 있다. 전에는 동료였지만 이제는 부하직원이 된 구성원들 앞에서 유능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과감한 실패’보다 ‘작은 성공’만을 추구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업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이전에 했던 대로 하면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될 거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전 성공경험에 기반한 안정추구와 마이오피아적 시야, 이는 신임 리더가 경계해야 할 첫 번째 요소다. 리더가 승자의 저주 증후군에 걸리면 그 조직도 성장을 멈추게 된다. 시티그룹의 척 프린스가 그러한 예이다. 유능한 변호사였던 그는 자신의 특기인 M&A에만 집중했고 사내 아이디어와 외부 목소리를 줄곧 외면했다. 결과는 회사 전체에 치명적이었다. 이 증후군에 걸리지 않으려면 조직 내외부를 걸쳐 열린 소통과 지속적 센싱이 필요하다. 리더 개인에게 겸손과 다양성 인정이라는 마인드와 태도의 전향적 변화가 요구된다. 주변에 대한 열린 소통과 지속적 센싱이 진행된다면 그 과정에서 리더는 시야가 트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닫혔던 성장판도 다시 열리게 될 것이다.

둘째는 실무자 증후군이다. 신임 리더들은 조직 안의 모든 실무를 한 손에 잡고 흔들어야 리더로서 권위가 선다고 착각하기 쉽다. 이럴 경우 일상적인 현안과 직무수행 관리에 집중하느라 장기적 전략과제와 사람 및 조직 다이너믹스 관리를 소홀히 하는 오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들 실무자 증후군 리더들이 잘 쓰는 말은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바쁘다’이다. 이 일, 저 일 빠지지 않고 세부적 잡무까지 일일이 관리 한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빨리’가 이들의 모토이다. 하루에 자신이 결재하는 건수, 주재하는 회의의 건수가 자신의 성실도, 리더십의 성적표로 오판하기 십상이다. 장기적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사소한 실수를 잡아내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람과 조직 다이너믹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보다 직무 전문성만으로 권위를 세우고자 한다. 실무를 통해 성과를 내려는 마인드가 여전하다 보니 구성원과의 마찰과 충돌을 피하기 어렵고 성과평가로 구성원들을 좌절시키고 신뢰를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필자가 만난 신임 팀장들의 한결 같은 고백은, “팀장이 되고 나니 새로운 직업을 시작한 것 같았다”라는 것이었다. 실무자일 때는 직접 성과를 만들었다면 리더는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격세지감을 호소하는 것이다.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사람이 어느 때 동기부여 되고 몰입하게 되는지 그 매커니즘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데 그저 직급과 지위를 활용해 통제하면 될 것이라는 아닐 한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잔디구장에서 통했던 볼 키핑 능력과 패스, 슈팅이 흙바닥 구장에서 그대로 통할 리 없다. 구성원이었을 때 뛰었던 어제의 방식이 리더로 뛰게 될 오늘의 방식과 같을 리가 없지 않은가? 리더는 자기가 실무를 들고 직접 뛰어 다니기 보다 진정한 임파워먼트를 통해 구성원들이 실무의 주인이 되어 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리더는 덧셈보다 뺄셈을 잘 해야 한다. 빼기를 통해 확보된 시간으로 자신은 보다 본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특정시간에 이른바 ‘Think Hour’를 마련해 구성원을 심도있게 이해하고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루틴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1997년 코카콜라의 CEO에 오른 더글러스 아이베스터는 2년 만에 이사회에 의해 쫓겨났다. 성실하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다. 그는 CEO가 된 이후에도 COO를 겸직했다. 자기 눈에 차는 COO를 뽑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 수십 건의 보고서를 직접 받아보고 당장의 세세한 업무에 간여했다. 그 결과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전략을 세우거나 조직 구성원의 몰입을 관리하는 본질적 업무를 놓쳤고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당장의 현안과 실무에 지나치게 바쁜 리더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셋째는 보스 증후군이다. 이 증상의 리더들은 부서를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채운다. 그리고 통상 부서이기주의를 보스의식으로 착각한다. 그 결과 부서 간, 리더 간 경쟁은 조직 전체로 확산되고 이는 사내정치로 이어져 모든 구성원들이 편 가르기라는 소모전을 치르게 된다. 리더는 기본적으로 퍼포머보다 커넥터여야 한다. 커넥터가 된다는 것은 회사 내 모든 구성요소가 서로 어떻게 어울리고 영향을 주고 받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과 소속부서의 독보적인 성과를 강조하지 말고 부서 간 공헌을 연결시켜야 한다. 리더는 반짝이는 ‘구슬’이 아니라 ‘끈’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질문에 답 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 협조해야 하는가? 누구로부터 협조를 기대하고 요청할 수 있는가? 협조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끝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연예인 증후군이다. 갓 승진한 김팀장, 그는 평판 관리를 위해 최대한 자신의 성질을 죽이려고 노력했다. 신참 팀장이 너무 나선다는 얘기가 사내에 도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하게도 신임 팀장이 너무 물러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래서 재빨리 강경모드로 전환했다. 예컨대 지각한 직원에게 예전에는 “자네, 무슨 일이 있나?”라고 했다면, 강경모드로 전환한 뒤로는 “자네, 그만두고 싶나?”로 바꾼 것이다. 얼마 후 김팀장은 또다시 자신에 관한 뒷담화를 듣게 되었다. “처음엔 팀장님이 자상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 똑같은 상황인데, 언제는 허허 넘기다가 언제는 호통을 치고… 팀장님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 리더십 학자 워렌베니스는 다음과 같이 조언해 주고 있다. “일을 추진할 때 항상 주변의 동의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해로울 뿐 아니라 비생산적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리더를 좋아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협력을 통해 나오는 일의 질적 수준이다”. 리더는 존경을 받는 자리이지, 호감을 받는 자리는 아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는 다음과 같은 첫 구절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부부 간의 사랑, 경제력, 자녀교육, 종교 및 인격 등 모든 요소가 어느 정도 이상 충족됐을 때 그 가정은 행복하지만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날 경우 설사 나머지 요소가 넘치게 충족되더라도 그 가정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흔히 성공의 이유를 한 가지 요소에서 찾으려 하지만, 중간중간에 매복되어 있는 실패의 늪을 잘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이른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 한다.

필자가 제안한 네 가지 증후군의 상호 관계성은 흡사 이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과도 같다. ‘합’이 아닌 ‘곱’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탁월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 요소 모두를 상향 평준화 시켜야 하겠지만 또한 이와 더불어 어느 한 요소라도 ‘0’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0’이 될 경우, 최종 결과는 ‘0’이기 때문이다. 신임 리더들은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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