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가지고 일한다는 것

외국계 기업인 우리 회사는 일상적인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 영어 단어를 꽤 많이 혼용하는 편인데, 그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에 하나는 이니셔티브(Initiative)라는 단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OOOO팀이 Initiative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으며…”

“그 건에 대해서는 OOO님이 Initiative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분에게 contact 해봐.”

특히, 팀 매니저(팀장) 로서 Initiative를 사용하게 되는 상황은 팀원들에게 ‘새로운 or 확장된 역할을 기대할 때’이다. 그동안에 담당하지 않았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거나, 권한을 위임할 때, 조금 더 역할을 확장하여 일을 맡아주었으면 할 때, 조금 더 주체적이고 진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주었으면 할 때 Initiative를 강조하게 된다.


“OOO님, 이 업무는 이제부터 OOO님이 Initiative를 가지고 진행해주세요.”

매니저 입장에서는 해당 팀원이 업무에 대해 충분히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여 적어도 그 일에 대해서는 주체적으로 leading 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와 같이 ‘Initiative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해달라’고 말을 한 것 일터. 하지만 어떤 팀원들은 매니저가 행여나 ‘귀찮은 일을 자기에게 떠맡기는 것’은 아닐까 싶어 쉽게 Yes라고 답하기를 망설인다. 예상컨데 개인에 따라 이 말에 대한 반응이 다른 이유는 과거의 리더십에 대한 경험이 특정한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 아닐까.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든 상황과 현실을 해석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처럼 말이다. ‘케이크 위에 얹어져 있는 체리만 집어먹는 행위’란 뜻인 ‘체리피킹(cherry picking)’과 같이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왜곡된 행동과 판단은 조직에서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부서와 부서 간의 갈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만일 이게 아니라면, 어쩌면 ‘Initiative를 가지고 일한다’는 말이 도무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라서, 혹은 ‘내가 생각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내 팀장이 생각하는 일에 대한 태도’가 서로 다를까 봐 고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갖고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순전히 주관적인 경험과 직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나름의 의미에 대해 썰을 풀어본다.

1. 고민을 남들보다 훨씬 깊고 넓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고민이 많을 때 ‘몰두’한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쉽게 답이 나오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조만간 답을 찾을 것도 같은 그 문제는 ‘오기’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하다 보면 입체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문제를 이리저리 굴려보게 된다. 그제야 문제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발견되기 시작하며 해결을 위한 힌트와 실마리를 찾게 된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은 수평적으로 넓어지다가 점점 수직적으로 깊어진다. ‘오기’가 발동되어 문제에 ‘몰두’하며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새로운 그림(圖)이 그려진다. 우리는 이 그림을 ‘기획(企劃)’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업무적 행동 특성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선택지 발견하기

다양한 대안들의 장단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른 대안 준비하기

남들이 생각지 못한 디테일 챙기기

2. 선택과 결정을 본인이 직접 한다는 것이다.

조직 안의 개인은 의사결정의 크기와 범위를 나누어 가지고 있고, 조직은 이 수많은 의사결정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의 집합체다.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우리는 ‘권한’이라고 부른다. 조직 생활에서 개인이 성장하는 모멘텀(momentum)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강력한 성장의 모멘텀 중 하나는 – 1) 현재 자신의 지위보다 조금 더 무거운 권한을 부여받아 2) 그 권한을 제대로 감당해내기 위해 개인이 애쓸 때 – 이때, 상당한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선택은 한 개인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고 그 결과는 틀림없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만들어낸다. 변화는 단지 물리적인 것만 뿐만 아니라, 정서적이고 가치적인 것을 포함한다. 아무리 작은 선택과 결정이라도 그로 인해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선택의 과정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 그리고 그 이후의 영향력까지도 더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일 것, 이것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마인드 셋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업무적 행동특성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자신에게 잠시 맡겨진 권한의 범위를 제대로 이해하기

선택에 따른 결과와 영향을 충분히 예상해보기

다양한 옵션 중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기

3.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최전방에 선다는 얘기다.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생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기획자-의사결정자-실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서로 다를 경우에 의도치 않은 오류가 생기는 것을 많이 본다. 구성원에게 나가는 정보의 내용뿐만 아니라 배경과 목적, 원하는 action item 그리고 보이지 않는 signal까지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획자나 프로젝트에 대한 ownership을 가지고 있는 담당자가 커뮤니케이션까지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만일 조직 내에서 이렇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기획자-의사결정자-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사이에 충분한 배경과 맥락 공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나서 해당 업무/프로젝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알아서 잘 공유를 하겠거니 하고 믿고 기다렸다가는 블라인드(Blind)에 생각지도 못한 공격글에 당황할 수도….

이 과정에서 발견되어야 하는 업무적 행동특성은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배경/맥락 공유하기

목적과 방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의 목적을 제대로 알리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기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다음 프로젝트에서 make-up 하기


 

 

+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이다.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할 때, 구성원으로서의 두려움은 ‘책임’에 있을지 모르겠다. 행여나 ‘우리 매니저/팀장이 나 몰라라 하고 나더러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 말이다.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을 잘하고 있는지, 맡겨진 권한을 잘 감당해내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다. 주도적으로 일을 수행하게 된 구성원이 훗날 실제 리더가 되어 position으로부터 오는 합법적인 힘(Position Power)을 부여받았을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를 시켜주는 과정이다. 이니셔티브를 줄 때는 특정 일/프로젝트에서 일부분만 떼어서 주기보다는 A~Z까지 모든 범위를 관장하며 주체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게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만일 구성원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옆에서 가이드를 해주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이니셔티브를 다시 회수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의존적인 존재인 자녀를 독립적인 성인으로 양육해내는 과정이다. 구성원에게 도전적인 성격의 일을 부여하고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하라며 때로는 조금 모질게 구성원을 필드로 밀쳐내는 매니저들의 역할도 이와 비슷한 것일지 모르겠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덧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을 하게 되는 날이 오면 부모는 아쉬움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낀다. 미안함과 서운함, 개운함과 행복함, 그리고 감사함. 이 모든 감정이 자녀가 독립하는 날 부모가 느낄 감정일 것이다.

구성원이 리더가 되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그날을 위해, 과감하게 팀원에게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책임은 매니저인 내가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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