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제큐티브 샤인(Executive Shine)이라는 회사를 들어 보셨나요? 혹시 처음 들었다 해도 그 이름때문에 어떤 회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구두 닦기 서비스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도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덴버 공항과 샬럿 더글러스 공항에 가면 만날 수 있지요. 보통 환승을 달가와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업무로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에게 특히나 환승은 또하나의 짐으로 느껴지지요. 하지만 이 두 공항에서 만큼은 다릅니다. 환승 때문에 1시간 정도 사이가 생기면 되려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이그제큐티브 샤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유가 뭘까요?
12단계로 이루어진 구두닦이 과정은 복잡한 듯 하지만 단계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일사천리로 거침없이 진행됩니다. 토치를 이용해 구두 가죽에 불광을 내는 퍼포먼스로 대미를 장식하는 재미도 선사하지요. 하지만 손님들의 마음을 사는 포인트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구두를 닦는 동안 손님에게 유쾌한 질문을 던지고 재미있는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 주며 추억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일상에 찌든 마음과 답답한 고민을 풀어내고 사람 냄새 나는 정겨움을 챙겨 나가게 해주는 잠깐의 멈춤이 되어 주는 것이지요. 게다가 요금도 손님이 마음대로 정하게 합니다. 모든 과정 중에 손님을 주인으로 대하는 셈이죠.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 되었다며 정가보다 덧붙여 내는 손님이 대다수라 하네요.
이그제큐티브 샤인은 많은 여행객들에게 마치 공항 라운지에 있는 단골 카페와 같은 장소가 되어 주었습니다. 여행 중 누리는 묘한 특권이라 표현하는 여행객들도 많지요. 심지어 샬롯 여행 시 일부러 구두를 모아 온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입니다. 이러한 반응에 이그제큐티브 샤인의 마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과 공감, 이것이 저희의 신조입니다. 우리는 진심을 다해 이 일을 합니다. 손님들은 구두만 닦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하고 싶어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미래지속가능 비즈니스를 논할 때 대부분 디지털 혁신, 파괴적 전략, 유니콘을 말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위시로 한 미래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가급적 감성을 배재한 채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이성적 생존방정식을 고안하라 이구동성이지요. 이들의 조언대로라면 이그제큐티브 샤인은 남들에게 없는 12단계의 차별적 공정을 더욱 정교화하고 이를 통해 구두를 탁월하게 잘 닦는 것, 그리고 이것을 기계로 효율화하는 것이 타당한 비즈니스 전개방향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거면 될까요? 고객의 마음을 샀던 그 인간미 넘치는 감성포인트는 구멍가게 시절에나 있었던 과도기적 산물 정도로 무시하고 지나쳐도 되는 걸까요?
인공지능이 많은 것을 대체해 가고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럴수록 더 깊고 진정한 인간미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앞으로 더욱 붙들어야 하는 것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진정으로 우리를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감성에 의해 움직이고 이성에 의해 이를 합리화한다’라고 한 롤프 얀센의 말을 곱씹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