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살롱백반, 삼겹살 vs. 특수부위

이 글을 보면서 ‘우리를 돼지고기 부위에 비유하다니’라며 불편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하나의 비유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을 서두에 붙입니다.

삼겹살 랩소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삼겹살 사랑은 대단하죠. 번화가나 식당가를 둘러보면 가히 삼겹살의 각축장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다양한 식당옵션이 존재합니다.  삼겹살에 대한 사랑이야 비단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Korean BBQ를 좋아하는 한국음식 상위에 종종 올리곤 하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부위별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이런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으로 말미암아 삼겹살 부위의 가격은 언제나 거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비인기 부위라고 할 수 있는 뒷다리살과 4-5배 가격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지난해 연말에 방영된 모 방송사의 ‘삼겹살 랩소디’라는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삼겹살의 다양한 유통-소비 과정을 비추는 듯 하더니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돼지고기의 기타 부위도 사랑해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정도였으니까요.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가격조절기능은 당연한 소리지만, 돼지고기엔 삼겹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결국 남는 부위를 어떻게 수요 진작 할 것 인가는 양돈 농가와 축산업계의 큰 고민거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가격상승을 초래하는 상황이 우리와 가까운 곳에도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인력의 수요와 공급입니다. 기업들마다 사활을 걸고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을 외치는 사이 디지털 관련 분야 인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반면, 우리나라 인재시장에서 디지털 인력이 차지하는 혹은 증가할 수 있는 탄력성이 한정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 포지션에서 소위 말하는 ‘가격경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일부 IT/Tech 기업에서 개발자나 신입사원 유치를 위해서 연봉경쟁을 촉발시키면서 가격상승은 더 가팔라졌습니다. 공급사이드의 구직자나 인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발빠르게 Digital Upskill/Reskill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지만, 수요 사이드의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숙련된 인력풀이 형성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제한된 인력풀 내에서 디지털 포지션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이들의 보상패키지 상승은 불가피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 급박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마케팅, 영업, 재무, 인사와 같은 전통적(?) 분야의 인재들의 사정은 어떠한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다른 분야 이야기 할 것도 없이, 우리HR 자신들부터 좀 긴급점검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요즘의 세대와 구직자들에게 HR은 얼마나 인기가 높은 분야인가요? 우리는 어떤 심정으로 이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과 금값이 된 디지털 인재들을 바라보고 있나요? 얼마전 같이 부서에서 일 하는 후배분과 대화에서 그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우리가 뭐 마케팅이나 Finance 도 아니고, 지원부서 (Back Office) 이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꼰대기질 발동하여, ‘그렇지 않단다. 우리 HR이 얼마나 전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조직에 기여하는 부서인지 니가 몰라서 그래’로 시작 ‘그래도 우리는 가늘고 길게 갈꺼야’라는 궁색함으로 마무리된 일장 연설에서 약간의 무력감도 들었습니다. ‘회사내에서 최고인재집단’이라고 세뇌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전히 HR이 Front Office 못지 않은 중요 부서라고 생각 하거든요. 그 후배의 말이 비단 HR 비즈니스 내에서의 의사결정기능이나 영향력 행사의 정도를 논 말하는 것 뿐만아니라, HR의 현재 보상과 미래에 기대하는 보상수준을 염두한 것 이었단 것을 나중에 설명해 주어서 알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잡플레닛에서는 아래와 같은 분석자료를 릴리스 하였습니다. 정말 우리는 가늘고 오래가는 (가기나 하는) 거북이인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잡플레닛, Retrieved on Jun 18 2021, https://www.jobplanet.co.kr/contents/news-897)

 

요즘뜨는 특수부위

아래 이미지 인용 기사에 보니, ‘MZ세대들은 낯선 식재료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그래서 특수부위를 공수해서 요리하는 ‘특별한 경험’을 SNS에 자랑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볼살·가브리살·돈마호크…돼지고기 특수부위 '특수'

(출처: 한국경제, Retrieved on Jun 18 2021,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52773221)

우리는 그저 Back Office에 불과한 뒷다리살이 될 것인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애호가들에 의해서 높은 가격으로 소비되는 특수부위가 될 것인지 선택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 가치를 스스로 높일 시간이 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더 높은 수준의 HR 로 함께 도약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부서가 되어야 하기도 하고, 부서로서의 역량 재정의/재평가와 개인의 업스킬링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래의 업무 그리고 미래의 HR 에 대해서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한 바 있지만, 저는 이 지면을 빌어 제 나름대로의 아래와 같은 전술적 변화를 제안해보려 합니다.

토탈사커, 채용에서 퇴직까지 

Tactical Theory: Space occupation & creation

(이미지출처: Retrieved on June 18 2021 https://totalfootballanalysis.com/article/tactical-theory-space-occupation-creation-tactical-analysis-tactics)

우선 토탈사커(Total Soccer)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컨셉을 저보다 잘 아실 것 같은데 (저는 아쉽게도 ‘신이 버린 발’이라서), 1970년대 네덜란드의 명감독 리누스 미헬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선수 전원의 정교하고 조직적인 패싱을 통해, 상대팀에게 공을 쉽게 내주지 않고, 공을 골까지 배달한다’는 전술적 사상입니다*. 요약하면 공격시에는 전원공격, 수비시에는 전원수비 개념이고, 이 개념으로 인해 축구가 마침내 진정한 팀 스포츠가 되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입니다.  인사업무도 결국 채용-퇴직에 이르는 직원라이프사이클에서 전반적이고도 압축적인 업그레이드가 동시에 일어나는 전술적 구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채용은 Business Partnering 의 시작입니다. 많은 채용담당자들이 여전히 비즈니스의 흐름에 대한 이해나 직무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학습에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기업은 국내기업대로 직무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연습이 덜 되어 있기도 했고, 외국계기업은 외국계기업대로 단순한 채용의 오퍼레이션에 집중해 온 경향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합니다. HR 보다 직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서는 없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직무가 탄생한다고 했을 때 이 직무를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빠져서는 안되고, 그러자면 비즈니스 전체적 흐름과 프로세스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부고객에 대한 비즈니스 파트너링 역량을 강화와 동시에 (압축적으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으니까..) 외부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지원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마케팅 렌즈를 가진 채용담당자의 출현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디지털 세계의 네이티브들에게 우리의 고용브랜드를 알릴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파격을 부리자니 내부의 보수들을 설득할 시간과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내부고객 비즈니스 파트너링 역량 강화를 먼저 제안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부에서 쌓은 신뢰와 포인트를 바탕으로 외부에서 파격을 시도할 수 있는 그런 듀얼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불어 탐색적면접(Exploratory Inerview) 혹은 내부직원면담과 같은 소통을 통한 인재공급망 확보와 함께 Talent Review/Succession Plan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앞으로의 인재수요를 한발 앞서 예측하는 Talent SCM을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노무(ER) 업무를 요약한 채용공고를 보면 유독 ‘대응’이라는 Responsive/Reactive 한 단어가 눈에 띱니다. 노무 부서는 향후 선제적으로(Proactive) 직원경험을 디자인 하는 부서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시말해 종합적 Retention Strategy 를 설계하고 제안하여 채용의 방식, 보상의 내용, 교육의 방법을 재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직업과 돈의 가치를 다르게 생각하는 요즘 세대에 리텐션과 로열티 확보는 노무부서의 가치를 확실히 업그레이드 해 줄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노무’라는 단어와의 이별부터 해야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의 First Contact Point 나 Helpdesk 가 되는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한 요즘의 인기와 점점 높아지는 관심을 보면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점점 마음의 평안과 위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직장내에서의 스트레스와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의 양상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하나의 전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모 회사에서의 직원 자살과 같은 비극적 사건을 막아세우는데는 ER 이 역할 할 부분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커리어에 대한 코칭이나, 적극적인 EAP 연결 등 결국 ER 이 직원들의 마음속에 회사 내에서의 ‘키다리 아저씨’로 자리매김 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교육은 제가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전문가도 아니라서 할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Learning은 개별화에 대한 고민을 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이나 데이터/People Analytics에 기반한 전환이 가장 잘 일어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더 이상 One-size-fits-all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입아픈 이야기가 될 것 같고, 직원 개개인이 각자에게 맞추어진 특별한 경험을 요구한다고 했을 때 그 다양성을 어느 수준까지 맞추어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불어 온라인 러닝이 이제는 어느정도 ‘손쉽게’ 진행 가능한 사이, 교육 참가자들의 몰입도나 교육성과에 대해서 과거의 등식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 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적의 교육시간(하루중 시간도 의미하고, 길이로써의 시간도 의미), 교육콘텐츠, 전달방법 등 고민해 볼 부분이 무궁무진합니다. 기업과 개인의 목적의식(Sense of Purpose) 를 조화시키는 역할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ESG니 뭐니 기존의 CSR을 재정립하는데 분주한 것 같습니다. 결국 회사의 존재 이유를 효과적으로 직원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알고 있는 단 하나의 부서가 있다면, 바로 교육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끝으로 평가보상은 가장 분주한 파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투명성에 대한 요구와 민감도가 높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평가와 더불어 거의 분초단위의 즉각적 피드백과 보상을 요구하는 세대를 대상으로 한 보상에 대한 고민의 깊은 한도 끝도 없어 보입니다. 기존의 보상프로그램과 패키지를 거의 해체하는 수준에 가까운 혁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낳은 직무별 보상격차를 어떻게 매니지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가고요. 강력한 재무적 지식과 분석능력을 갖춘 리워드 팀은 인사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두터운 선수층과 역량기본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미래의 업무(Future of Work) 양상과 그에 따른 보상체계 수립 등 주요 어젠다를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령, 재택근무를 기본 업무 세팅으로 하는 직무/직군을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보상 패키지를 달리 가져간다든지…극단적 형태의 Gig Economy/Flexible Work Setting 에 대한 제안을 먼저 한다든가하는 국면과 태세 전환을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달 연재에서 사실은 디지털 인력의 급여상승에 대응하는 내부인력 보상조정, 시장연봉상승에 따른 내부인력의 Market Adjustment 기제와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저 Market Alignment 에 대해서도 다양한 프렉티스가 공유가 일어나고, 고민이 되었으면 하는데 실제 컨설팅 회사에 자문을 구해도 그야말로 one-size-fits-all이 없기는 한 모양입니다.

일필휘지로 적고 나니, 여기 제 짧은 소견으로 적은 것만 착착 진행 되어도 특수부위로서 인기를 누리기에 충분하겠구나 생각되는데 실제 세계에서의 구현이라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전달 드리고자 하는 메시지는 HR 하는 많은 분들이 백화제방의 논의가 일어나고, 우리를 업스킬링 하는 논의가 보다 더 활발히 진행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HR 선배들에게도 어떤 책임(?)과 역할을 부여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많은 HR 관련 업계의 분들이 아마도 ‘누군가와 소통하며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점을 우리 업무의 미덕으로 여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 시선과 관심사가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라, 우리 자신을 돌보고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우리 가치를 제고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좀 부자연스럽고 우세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직무분석이니 Job Evaluation에서, Finance 와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에 우리를 위치하는 겸손함은 이제 좀 던져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역할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의 가치를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Finance 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의 일은 10년전과 지금이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사는 좀 많이 변화하고 변화를 요구받지 않나요? 결국 그렇게 해서, 높은 내부평가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부서이자 다음 세대들이 진입하고 싶어 하는 부서가 되는것이 제 소박한 바람입니다. 끝으로, 그러기 위해서 누구보다 빨리 우리 스스로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 진격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를 통해서 Transaction/Operational 업무로부터의 자유를 얻고, 마침내 인사관리에 보다 더 높은 수준의 Human Touch/Centricity 가 일어난다면 아주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 출처: 나무위키, Retrieved on Jun 18 2021, https://namu.wiki/w/%ED%86%A0%ED%83%88%20%ED%92%8B%EB%B3%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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