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살롱백반, 아무튼…술

두 번째 이야기는 어쨌거나 누가 뭐래도, 아무튼…술* 입니다. 

 

오랜동안 직장인의 애환을 달래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주었을 소주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요즘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조직문화’의 어제와 오늘이 어쩐지 평행이론을 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희 아내의 강력질문, ‘야, 근데 니네 HR이 말하는 조직문화란 게 대체 뭐냐?’ 우리는 과연 무슨 대답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요

코로나 유행이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거리두기 단계는 여전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거나 만남을 가지기는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 연초 우연한 계기로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을 읽다가,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나지 못해 아쉬운 사람들에게 한잔의 술 대신 이 책을 온라인으로 선물했습니다. ‘만나서 술 한잔하고 싶은 마음을 대신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는데, 여러분도 한번 해 보세요) 

여세를 몰아, 서양식으로 하면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기 전에 술이나 마실 것부터 물어오는 것처럼 오늘은 술에 관한 이야기로 연재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많은 술 가운데에서도 김혼비 작가가 ‘소주 오르골’이라 예찬하며 첫 잔을 따를 때의 쾌감에 대한 부분에 적잖이 공감하는 바, 소주를 소재로 골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소주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님을 밝힙니다. 술 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뭐 이런 클리셰(?))

제가 좋아하는 잡학을 덧붙이면,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슬이 처음으로 이즈백’류의 소주는‘(곡주 등을) 태워서 만든 술’ 즉 증류주라는 뜻에서는 약간 벗어난 개념의 술입니다. 많이 아실 것 같은데1960-70년대 쌀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양곡관리법에 의거 고구마와 타피오카에서 증류된 에탄올을 희석해서 만든 희석식 소주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먹거리 문제의 해결이 정권의 존재의 이유이자 당위 와도 같았던 시절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죠. 효율중심의 압축적 경제성장에 먹거리가 발맞추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 천개의 양조장이 존재하였다는 기록이나 흔적들이 사라지는 동안 소주라는 ‘주종의 다양성’은 상당시간 억제되다가, 최근에 이르러 ‘대장은 화요일에 품’ 같은 술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애환을 달래주는 데 수많은 시간 혁혁한 공을 세워주었을 소주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요즘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조직문화’의 어제와 오늘이 어쩐지 평행이론을 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의 직장인 세대들은 공격적인 에탄올의 맛이 좋건 싫건 권하면 마시고, 누적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와 시간을 통해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더 해가던 정경이 아마 낯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벌써 십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제 신입사원 시절에 회사는 ‘뉴비커먼센스딕쇼네리(가칭)’를 필독서로 지정, 급기야 “삼겹살을 잘 굽는 역량과,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상이며, 부장님이 택시 타고 돌아가시는 것 까지가 회식의 끝이라는” 반드시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만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당 도서와 저자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모욕을 주고 싶다며, 화장실 앞에서 엄지 발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꾸역꾸역 다 읽었습니다).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은 모여서 뭔가 하는 일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도생.    

얼마 전 저희 아내가 원티드에서 하는 한 북클럽에 다녀와선, “야, 니네 HR이 말하는 조직문화가 대체 뭐냐?”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져 줬습니다. “응, 조직문화란 말야…심오한거지. (심호흡) 회사는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익집단이잖아?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몰입된 환경에서 자기개발의 실현이나 더불어 업무성과를 내는 게 되게 가능한 것인데 말야(gesellschaft), 조직문화는 개인과 회사 집단의 목적 달성을 촉진하게 하는 뭐 하나의 정신(spirit, geist)같은 거랄까?” 라고 말하고 보니, 저는 조직문화에 전문가도 아니고…뭐 대강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말았습니다.

“근데, 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봐. 내가 몇 해 전에 불굴의 해봤어 정신을 미국법인과 독일법인에 어떻게 주입 하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던 한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았을 때 실로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예전처럼 ‘하면된다’는 식의 슬로건이나 프로파간다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더구나 외국인들에게 주입/체화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닐까?”  

그렇습니다. 세대라는 게 언제나 갈등과 긴장의 연속선상에서 조금씩 서로 타협하고 양보(체념)하며 인류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 온 것이고 보면, 우리 조직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이전과 달리 모색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매진하고 계시고, 저는 그저 뭣 모르는 하나의 논객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에 잠깐 등장했던 것처럼, 레트로 감성에 기댄 과거 정조의 반복이나 여전히 단일 주종을 가지고 새롭게 식탁에 올려 보려는 일련의 시도들은 재점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류의 소주를 소개하기 보다는, 이 소주에 맥주를 타든, 얼음을 넣든, 토닉워터를 부어 마시든 당신 취향대로 드시기만 하면 족합니다 라고 말하는 여유를 세우는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얼마전 읽은 불복종에 관하여**** 중에서 눈에 띄는 구절이 있어 잠시 공유 드릴까 해요. 

“조직인은 불복종의 역량을 잃은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복종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역사의 현 시점에, 의심하고 비판하고 불복종하는 능력이야 말로 인류의 미래냐 문명의 종말이냐를 가를 모든 것일지 모른다. (중략) 하지만 태어난 첫날부터 아이들은 순응의 가치를 비정상적으로 존중하는 태도, ‘남과 다른’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득 주입 받는다. 이렇게 해서 가정과 학교에서 ‘조직인’이 길러지며, 거대 조직에서 교육이 완료되고 나면 이런 조직인들은 견해는 있으되 신념은 없는 상태가 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지만 불행한 상태가 되며, 익명의 비인간 권력에 자발적으로 복종해 자신의 삶과 심지어는 아이들의 삶까지 기꺼이 희생시키고자 하는 상태가 된다.” 

무려 40년 전에 쓰여진 책이 오늘날까지 시사점을 준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이 책이 요즘 시절의 인사부서 그리고 조직문화에 관련된 일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복종에 관한 단순한 문제를 제쳐두고서라도… 과연 우리가 조직인을 만들고자 또 하나의 정신을 주입하는 것은 아닌지, 다양성과 유연함에 대한 포용과 존중을 말 하면서, 결국은 또 다른 형태의 정신과 에토스에 복종하도록 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건 아닌가 말입니다. 우리가 조직문화라고 앞에 내놓고 하는 많은 일들을 적나라하게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여기 있지 않나 생각 합니다. 아무튼,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데 쓰이는 물건도 술 이요, 숙취로 고생하며 두번 다시 입에 대면 내가 멍멍이라고 후회를 하게 만드는 물건도 술입니다. 모쪼록 조직문화가 건전한 하나의 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화학적 결합의 촉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도 계속 고민 하렵니다.  

*김혼비. (2019). 아무튼, 술. 파주: 제철소 (애독자로 여러권 구매하여 인세로 돌려 드렸으니, 모쪼록 김혼비 작가님께서도 이 제목 사용을 허락해 주시는 아량을 베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영미. (1994). 서른, 잔치는 끝났다. 파주: 창작과비평 

*** 소주의 역사. (2020/11/26). Retrieved 2021/01/31. https://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EC%9D%98_%EC%86%8C%EC%A3%BC

**** 에리히프롬. (1981). 불복종에 관하여. 김승진 옮김. (2020). 서울: 마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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