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HR: 책 읽어 드립니다> 여덟번째 책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의 <히트 리프레시>다. 저자를 소개하자면, 인도계 미국인으로서 빌 게이트, 스티머 발머에 이어 2014년에 MS의 3번째 CEO가 되었다. 성과를 만든 CEO는 많지만, 방대한 기업을 조직문화적 관점에서 변화를 이끌어낸 CEO는 드문데, 사티아 나델라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고 2019년 포춘지는 그를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조직의 관료적이고 경쟁적인 문화를 협력적이고 개방적으로 만들었으니,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롤모델로 삼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도 그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차에 책이 출간 되자마자, 즐겁게 읽었던 경험이 있다.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으로 이만한 책이 없기에, 이번에 다뤄보고자 한다.
변화의 시작, 존재의 이유 찾기
상상해보자, 당신이 MS의 CEO가 되었다. 무엇을 목표로 삼고,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상당히 막막하게 느껴진다.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 첫해에 ‘제대로 해내야 겠다’고 마음 먹은 목표는 3가지다. 첫 번째는 비전, 두 번째는 문화, 그리고 세 번째는 가치다. 어떤 문장에서도 ‘매출과 이익 혹은 경쟁사’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아마도 그는 기업을 깊은 수준에서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러한 숫자가 아니라, 비전, 문화, 가치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서 느낀게 아닐까.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정확히 7년뒤 20달러에 머물던 MS의 주가는 현재 340달러가 되었고, 시가총액은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아마존, 애플, 구글과 다시금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인이 된 것이다.
나는 취임 첫해에 몇 가지 일을 아주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P. 125
- 우리의 사명감, 세계관, 사업, 혁신에 대한 포부를 주기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알린다.
- 위에서부터 아래로 회사 문화를 변화시키고 적절한 팀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 차세대의 혁신과 플랫폼 변화를 따라잡을 준비를 한다. 임박해온 모바일과 클라우드 퍼스트 세상을 장악하기 위한 기회를 재구성하고 신속하게 실천한다.
-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고 모두를 위해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회복한다.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 직후에 했던 고민은 ‘자신과 기업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다. 변화를 위해선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않고자 매출과 이익이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고객들의 사랑(Customer love)‘으로 지표를 정의했고, 본질적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존재 이유’를 밝혀야 할까? CEO가 해야 할 첫 번째는 조직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꾸준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가치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 스스로 떳떳해야 오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MS가 정직하지 못한 조직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결국, 그는 자신들의 기술과 노하우로 고객의 혁신을 도와주는 기업으로 MS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CEO라는 새로운 역할 속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조직에서 모든 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었다. 내가 이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제대로 답을 찾지 못한다면 과거의 실수가 계속되고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정직하지 못한 조직이 될 거라는 걱정이 앞섰다.” P. 35
클라우드 퍼스트, 비전의 제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 모두는 현재보다 미래에 의해서 동기 부여되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미래를 위해서 ‘클라우드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조직 내부의 저항은 어땠을까? 모두가 예상했듯,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나델라에게 있어서 ‘조직의 비전’ 만큼은 결코 물러설 수 없었다. 그는 “지시 대신 합의를 통해 사람들을 이끌겠다는 결정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역설하며, 비전을 받아드릴 수 있도록 거듭 설득하고 강조했다.
“조직 구축은 상향식과 하향식의 양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명확한 비전과 문화를 갖추고 동기를 부여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도 직관에 어긋나는 전략을 받아들이도록 팀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다시 말해 모두를 먹여 살리는 대형 서버와 도구 사업이 아닌, 수익을 거의 올리지 못하는 소규모 클라우드 사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설득해야 했던 것이다.” P.45
OKR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래서 상향식으로 목표를 정해야 하나요? 하향식으로 정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사티아 나델라가 말했듯, 이때 중요한 것은 상향식과 하향식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리더는 명확한 비전을 설정하고 설득함으로써 직원들을 동참시켜야 하고, 직원들은 스스로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 찾고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치열한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시점에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조직문화’다.
조직문화의 혁신, 공감과 성장
사티아 나델라가 큰 찬사를 받는 이유는 ‘조직 문화의 혁신’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먹거리를 찾는 것이 비교적 쉬운 일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다. 그는 CEO의 C가 문화(Culture)의 약자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조직 문화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One Microsoft를 만들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썼다. 특히 관료적이고 배타적인 문화를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문화로 변모시키기 위해서 기존에 경쟁사라고 여기던 애플, 구글과 같은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상대평가를 없애고 절대평가를 도입하며 리더의 피드백을 강조했다.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설명해주는 문구는 ‘성장하는 사고’입니다. 그것은 어떤 장애물이든 극복하고 어떤 어려움이든 이겨내며 개인의 성장, 더 나아가 회사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을 지닌 우리 모두를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그가 강조한 첫 번째 가치는 ‘성장하는 사고’다. 기존의 MS가 무너진 것은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의 ‘고정된 사고방식’이라고 규정하며,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리더들로 조직을 새롭게 리빌딩했다. 두 번째 가치는 ‘공감’인데, 그에겐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들이 있었고, 이를 통해서 공감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CEO의 역할은 전적으로 다른 리더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델라는 공감을 강조했고, 결국 타인에게 공감하고, 성장하려는 의지를 가진 리더들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채워나가고 문화를 변화시켰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고객을 향한 집착과 혁신’이 일어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리해보자면, 사티아 나델라가 조직을 변화시켜 나간 과정은 3단계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미션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개인적이고 성찰적인 작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진정어린 변화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두 번째는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자, 리더로서 가장 힘든 여정이다. 특히 조직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를 책임지는 수 많은 부서들의 저항을 온몸으로 두들겨 맞는다. 하지만, 이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용기를 발휘하는 과정을 통해서 리더로서 다시 태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은 핵심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비전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사티아 나델라의 의사결정은 철저히 그가 만들고자 하는 ‘조직 문화’와 정렬되어야 한다. 결국 미션-비전-핵심가치는 액자 속에 존재하는, 조직과 동 떨어진 무언가가 되어선 안 된다. 조직과 CEO의 매 순간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살아 숨쉬어야 한다. 경영학 서적 어딘가에 있을 법한 개념을 살아숨쉬는 이야기로 듣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