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임직원이 경험에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직문화, 임직원이 경험에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부제: 회사의 첫 번째 담당자로 조직문화 업무 발견해 나가기)

 

# 핵심가치에 대한 냉소

지금까지 HR업무를 담당하면서 핵심가치, 리더십, 핵심역량 등의 주제로 교육과 육성업무를 맡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조직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제들을 HRD의 관점에서 다뤘어야 한 것입니다. 이 중에서 핵심가치와 관련된 주제들은 가장 인기가 없었습니다. 임직원들은 통과의례처럼 교육에 참가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하고 좋은 내용인데, 왜 저들의 눈빛은 차갑지?” 교육을 진행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답을 찾기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핵심가치들이 임직원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하는 방법, 의사결정의 기준, 회사의 제도와 시스템 등 임직원의 일상적 경험에 핵심가치가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핵심가치는 벽에 걸린 액자 속 구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 핵심가치는 왜 영향력이 없을까?

핵심가치를 얘기하면 이를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은 좋은데요, 현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특히 리더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현실도 핵심가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착하게 살자’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나요?” 현장에서 경험하기에는 핵심가치가 추상적이고 애매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을 설계하던 저도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핵심가치가 지금까지 우리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낸 요소가 맞는다고 치자. 그런데 이 요소들이 미래에도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을까? 조직을 오히려 과거에 집착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절대불변 개념으로 존재한다면, 핵심가치가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도 있었습니다.

# 움직이는 ‘핵심가치’에 대한 통찰

그러던 중에 제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습니다. 동사형의 표현으로 핵심가치를 담아낸 기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Amazon의 Leadership Principles이 대표적이었습니다. Zappos의 ’10 Core Values’도 그랬습니다. 비록 타이틀은 명사였지만, 핵심가치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들을 담아내고 있는 Netflix의 Culture Deck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핵심가치들의 특징은 굉장히 구체적이었습니다(물론 보는 이 회사들의 핵심가치가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있겠습니다만, 각 개념이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지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4개 수준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10개 가까이,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많은 개념으로 핵심가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면 핵심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단 애매모호함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과의 간극에서 오는 괴리와 과거 지향적인 개념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절대불변이라는 핵심가치의 개념을 버리고, ‘우리가 잘해왔던 것’이 아닌 성장하기 위해 ‘우리가 앞으로 전략적으로 잘해야 될 것’ 포지셔닝만 시켜준다면 말이죠.

# 측정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핵심가치 만들기

회사의 첫 번째 조직문화 담당자로 가장 먼저 한 일은 ‘측정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역량진단 및 평가를 위해 역량사전을 만들고 Assessment Center를 세팅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회사가 미래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을 도출하고 이를 핵심가치로 승격시켰습니다. 명사가 아닌 동사로 표현하고, 각 핵심가치에 따라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행동들도 직책별로 구체화했습니다. 누구나 행동의 유무를 진단/판단하고 본인(또는 조직)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도출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는 추후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개인과 조직을 평가해 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잘하는 것이 아닌 잘해야 하는 것’으로 포지셔닝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임직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으며 핵심가치에 대한 저항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바꿔야 하는 내부 관행, 업무 프로세스, 제도 등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유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신속한 실행력을 강조하는 ‘Drive Action’이라는 핵심가치가 있습니다. 임직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 조직의 실행력 수준을 점검해보고, 우리의 실행력을 가로막는 내부 요인, 정책, 프로세스, 관행 등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 임직원이 주도하는 조직문화의 변화

변화의 성패는 임직원의 경험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변화의 시작은 담당부서에서 혹은 리더들의 문제제기나 방향설정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나 방향설정을 통해 임직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면 임직원들이 변화의 주체가 됩니다. 자연스러운 조직문화 형성/변화가 가능해집니다.

먼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회사의 HR제도 전반에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사실은 변화의 수준이 아닌 새롭게 디자인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채용, 목표수립, 성과관리, 평가, 보상 등에 이르는 일련의 제도를 바꿨습니다. 물론 저항도 있었지만, ‘왜 바뀌는지, 어떤 효과를 내기 위해 바꾸는지’에 대한 설명을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고, 임직원들의 이해도 무난하게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그 외의 제도(근태, 예산 등)에 대한 변화도 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각 개인/조직별로 우리 회사 내에 핵심가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 내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개선은 임직원들 스스로 솔루션을 내고 바꿔가는 방식이었습니다.

# 조직문화 담당자의 불문명한 역할 경계

조직문화 담당자로 시작했지만 저의 역할은 굉장히 불분명합니다. 핵심가치 관련된 이슈, 혹은 조직문화와 관련된 모든 이슈에 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각종 제도를 설계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내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일, 심지어 개인과 부서의 R&R을 조정하는 일 등에도 제 의도와 상관없이 관여하게 됐습니다. 불분명한 업무 영역, 심지어 제가 잘 모르는 영역에도 발을 담가야 하기에 벅찰 때도 많습니다. 때로는 주제 넘게 다른 사람과 부서의 영역에 진입해야 하기도 하고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하지만 핵심가치를 적용해야 하는 영역이 나아가 조직문화라는 것이 회사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경계 없는 업무영역’이라는 모습은 조직문화라는 업이 조직 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특징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발견하는 조직문화라는 업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결론은 “현장은 흥해야겠고, 조직문화는 쇠해야겠다”입니다. 구성원 스스로 움직이기에 필요한 듯하면서 필요하지 않는 듯 느껴진다면, 다양한 영역을 다뤄야 하기에 조직 내에서 업무 영업을 명확하게 정할 수 없다면, 그 모습이 어쩌면 조직문화라는 업을 제대로 찾았다는 신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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