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조직이 되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정보사회에서 소셜 네트워크사회로 진화하면서 개인과 조직에서 창의성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조직들이 어떻게 해야 구성원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그것이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지 고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향하는 바와 실제 실행과의 간극은 아직 큰 상태다. 오늘은 그 핵심 이유 두 가지를 살펴 보도록 한다.

창의적 조직이 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창의를 평가와 보상의 대상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란 절차와 규칙을 따를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선진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업무 공간의 형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든지, 업무 스타일과 업무 시간을 직원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가지 해법들을 시도해 왔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다 더 절차와 규칙의 통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조직을 관리해 오고 있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물리적 업무환경조성보다는 인사제도로 조직 내 창의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경향이 더 크다 .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의 창의성을 평가해 보상이나 승진에 반영하겠다는 악수(惡手)를 두고 만다. 창의성에 대한 평가 보상, 이것이 왜 악수일까? 그 이유를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테라사 애머빌(Teresa Amabile)의 실험을 통해 살펴본다.

애머빌과 동료학자들은 브랜다이스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40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하였다. 애머빌은 학생들에게 주어진 재료만을 써서 개인별로 콜라주 작품을 만들라고 지시하였다. 그런 다음, ‘평가 여부’와 ‘청중 여부’라는 두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네 가지 실험 조건을 설정하였다. 먼저 ‘평가-청중’ 조건에 무작위로 배정된 학생들에게는 한쪽에서만 보이는 거울 뒤에 미술가 네 명이 앉아 콜라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평가-무청중’ 조건의 학생들에게는 콜라주 작품이 완성되면, 미술가들이 평가를 하겠지만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반면, ‘무평가-청중’ 조건의 학생들에게는 지켜보는 사람들은 있으나 작품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무평가-무청중’ 조건의 학생들은 평가를 한다거나, 자신을 지켜보는 청중이 있는지 없는지 자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학생들이 콜라주 작품을 만든 후 애머빌은 10명의 미술가들에게 평가를 의뢰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평가를 한다는 것을 모른 집단의 창의성 점수가 더 높았다. 무평가-무청중 조건의 학생들은 창의성 점수가 24점에 근접한 반면, 평가-무청중 그룹의 점수는 19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즉, 평가 받게 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집중력이 분산되어 창의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콜라주 만들기가 끝나고, 연구자들이 평가 그룹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평가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났다. 그들은 무평가 그룹보다 불안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동안 미술가의 평가 결과에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애머빌의 실험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평가가 창의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를 저해하였다. 창의성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방식은 오히려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뭔가를 새롭게 도입하고자 할 때 산업시대의 틀에서 사고하는 경영자들 대부분은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하면 된다’라는 가치를 동원한다.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도 강압적이면서 중앙집권적인 방법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산업시대의 성공요소였던 ‘빨리빨리 문화’가 창의성 향상에도 먹히리란 환상을 가지고 있다. 창의는 ‘관리’될 수 있는 대상일까? 그렇지 않다. 평가와 보상이라는 통제적이고 강제적인 장치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는 기술적으로 좋아 보여도 전혀 창의적이지 못하다. ‘평가로 관리되는 창의’란 말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창의가 관리될 수 있다면 이미 그것은 창의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설사 평가로 창의적인 직원이 누군지 알고 관리할 수 있다 하더라도 현재 대부분 조직에서는 창의적인 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조직의 주축으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 조직이 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창의에 대한 이중 잣대에 있다.

우리는 제니퍼 뮬러(Jennifer Mueller)의 실험을 통해, 직원이 창의적일수록 잠재적인 리더십 역량을 낮게 평가받는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뮬러는 194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아이디어 제시자, 다른 한 그룹은 평가자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다시 아이디어 제시자를 둘로 나누어, 한 그룹에겐 ‘참신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유용하지만 참신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도록 하였다. 아이디어 제시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항공사가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승객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었다. 아이디어 제시자들이 평가자들에게 10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하면, 평가자들은 아이디어의 창의성, 참신성, 유용성뿐 아니라, 제시자의 잠재적 리더십을 세 가지 차원으로 평가하였다. 분석 결과, 참신하면서도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참가자들은 유용하기만 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참가자들에 비해 평가자들로부터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잠재적 리더십 점수는 훨씬 낮았다. 학생 대상의 실험이라는 한계점 때문이 아닐까 해서 이후에 뮬러는 인도 중부 소재의 다국적 정유회사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결과는 같았다.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창의적인 직원들은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매우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다.

독자가 소속된 조직은 어떠한가? 창의적인 직원은 현상 유지라는 관성을 깨뜨리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때문에, 조직에게는 불확실하고 불편하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진 않은가?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민한 속도로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인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을 리더의 위치에서 알게 모르게 제외시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왜 이런 고정관념이 뿌리 깊을까?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튀지 말고’ 조직의 규율과 조직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인식, 즉 조직순응적 성향이 더 필요하다는 암묵적 전제가 은연중에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거의 모든 회사의 사훈이나 인재상에 ‘창의’ 혹은 ‘창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창의를 드러내게끔 풍토를 마련하는 실질적 노력 없이 직원들 개인에게 창의를 강조하기만 한다면, 현실과 이상과의 갭 때문에 직장에서 몰입하고 싶은 욕구는 사그러들 것이다. 창의를 발휘할수록 오히려 리더가 될 기회가 줄어든다면 그 조직을 매력적으로 느낄 직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 우리가 바라는 인재상은 혹시 말 따로 실행 따로 아닌가?
열심히 평가할수록 오히려 조직 창의성을 죽이고 조직에 대한 구성원 신뢰는 훼손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평가 보상제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이다.

 

 

공유하기

Share on facebook
Share on linkedin
Share on twitter
Share on email
0 개의 댓글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인살롱 인기글

error: 컨텐츠 도용 방지를 위해 우클릭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로그인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문의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로그인
벌써 3개의 아티클을 읽어보셨어요!

회원가입 후 더 많은 아티클을 읽어보시고, 인사이트를 얻으세요 =)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Close Bitnami banner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