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안 될 것을 대하는 자세 (Feat. 소통을 바라보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장에 팔러 갑니다. 당나귀를 그냥 끌고 갔더니 안 타고 간다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고, 아버지가 탔더니 매정한 아버지라 하고, 아들이 탔더니 불효자라고 하지요.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탔더니 나귀를 혹사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를 메고 갑니다. 그러다가 개울 앞을 지나는데 매달려 있던 당나귀가 버둥거리다 그만 개울에 빠져 떠내려가 버립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울먹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당나귀를 팔러 간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전래동화이다.

이 이야기에 나온 부자(父子)가 범한 어리석음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책에서는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줄 모르면 이렇게 된다고 경고한다. 물론 그 말도 맞다. 당나귀를 데리고 가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졌다면 당나귀를 개울에 빠뜨리지는 않았을 테니.

그러나 주체적으로 당나귀를 데리고 가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건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이야기 속의 부자(父子)가 왜 그런 방식을 선택했는지 사람들이 알기 어려울 테니. 어쨌든 당나귀를 무사히 장에 팔러 갔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조직 내 소통에서 ‘서로’라는 단어는 빠진다.

필자가 현업에 있을 때 같이 일하던 팀장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한데 ‘서로’라는 단어 좀 빠진 게 문제가 되느냐고. 그냥 잘 알려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다.

그런데 소통(疏通)이란 단어 중 소(疏)란 한자어의 훈독을 보면 ‘멀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소홀(疏忽)하다, 소원(疏遠)하다’ 등의 단어에 쓰이는 바로 그 한자어다.

그러니까 물리적인 거리든 심리적인 거리든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에서 통(通)하고자 하는 게 소통이다. 그리고 거리가 멀수록 통하는 게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소통을 잘 하려면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거리를 효율적으로 좁히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필자가 현업에 있을 때는 부서별로 조직 풍토에 대해 선제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단위 부서별로 워크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워크숍 진행 방식은 매년 진행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 내 질 좋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기에 충분히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며 진행을 했다.

그런데 구성원들의 반응 중에는 “고맙다”도 있지만 “이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도 상당했다. 처음에는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반응 또는 귀찮음 정도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구성원들을 실제로 만나본 후 그들의 부정적인 반응에는 감정이나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질 좋은 소통을 하겠다고 실시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히려 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경우도 있었고 매년 워크숍에서 하는 이야기가 비슷하지만 개선되는 요소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단순한 방법론은 구성원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느냐에 따라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고, 아예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또 그것에 맞게 발전시켜 새로운 시도로 응수한다.

소통에 정답이 있었다면 소통이라는 단어 구성도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 아닌 이미 이루어진 모습이나 결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정답이 없는 긴 과정에서의 승자는 지치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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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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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혁 (Kevin Yoo)
필진
유재혁 (Kevin Yoo)
5 개월 전

김범석님 글 잘읽었습니다!

김대표님께서 다양하게 실시해보신 방법중에 소통을 잘 하게 만들어준 워크샵, 또는 프로그램은 어떤것이 있었는지 tip을 주실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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