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인류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의 유명 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영역은 어디일까. 역시 업(業)일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의 전파를 막기 위해 시작된 재택근무 열풍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재택근무와 회사 출근을 병행하는 근무형태인 ‘하이브리드 근무’라는 용어가 생겨났고, 아예 제주도에 내려가 ‘한달 살기’를 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또 살고 있던 집을 내놓고 수도권 외곽에 전원주택을 구해 살면서 업무를 병행하는 이들도 속속 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회사 출근외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코로나라는 복병이 나타나면서 여러 근무형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재택 근무의 장점은 무엇일까. 재택 근무를 하면 출퇴근 시간이 아예 사라진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살 경우 적어도 하루에 2시간 정도는 출퇴근에 투자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공부를 좀 해보려고 해도 시루떡 같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읽기도 어렵고 집중도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최근 추세는 재택근무로 줄어든 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을 하거나 투잡 또는 쓰리잡에 도전하는 ‘N잡러’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탈잉’이나 ‘숨고’, ‘크몽’ 등 재능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판매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와 더불어 재테크 열풍에 주식과 부동산 강의를 붙잡고 씨름하는 이들도 대폭 증가했다. 이번 기회에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자며 몸짱이 되기 위해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상당히 늘었다.

실리콘벨리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가 잦아든 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IT기술을 베이스로 한 일부 국내 기업들도 재택근무 상용화를 선언한 상태다. 막대한 규모의 오피스 임차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모든 현상에는 언제나 반대급부가 있는 법이다. 재택근무는 직원 간 인간관계를 더욱 단절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줌(Zoom)을 통해서 직장동료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카카오톡을 통해서 업무얘기 외에는 하지 않는다. 직장동료와 같이 밥을 먹으면서 동료애를 키우는 것도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속감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라는 언텍트 근무환경을 활용해 이직을 시도하는 이들이 대폭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채용절차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다보니 집에서 화상 면접을 보고 합격하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현재 다니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는 것이다.
회사 그 자체가 생계를 위한 월급 창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회사 내부 사정을 인터넷에 제보하거나 폭로하는 일도 빈번해 지고 있다. 물론 이는 사안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고,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성 하락이라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면대면 교육이 줄어드는 탓에 신입사원들의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화상회의와 전화, 카카오톡으로 소통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처음에는 도제식으로 상사가 가진 암묵지를 비롯해 업무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게 상당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는 인사 평가에 있어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들이 같이 근무하던 때는 업무 과정을 사무실이란 공간에서 공유하고 체크하기 때문에 소위 ‘공감대 형성’이나 컨센서스라는 게 작용했다. 하지만 언텍트 시대인 지금은 과정은 없고 오로지 결과만으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 입장에서 인사 평가 결과가 더욱 박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업무 처리과정에서의 애로사항도 어필하며 조언이나 도움을 받기보다는 오로지 계량화된 수치로 내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에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회사와 조직원 간에 불신이나 불협화음이 생길 소지가 더욱 많아진 셈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근무 형태는 기업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재택을 하는 것이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는 것도, 성과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결국 관건은 회사가 코로나라는 상수를 어떻게 시스템화하는 데 달려 있다. 회사는 직업에 대한 교육훈련을 비롯해 업무 처리 프로세스, 인사 평가, 성과보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코로나 시대에 맞게 변형시켜야 한다. 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은 직원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엑소더스’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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