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서른,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feat.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고백하건대,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은 사실 몇 장 읽다가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제목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저는 종종 어떤 상황설명이 논리적으로 되지 않는 상황이나 사람들을 일컬어 ‘저거 아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상황’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자기 자신의 상담 경험과 이야기를 써 내려간 책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리는 걸 보면, 요즘을 사는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한 4~5년 전부터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종종 상담을 받곤 합니다. 어떤 때에는 건강검진 하는 것처럼 한 두번 띄엄띄엄 하기도 하고, 올해는 좀 진득하게 해보자 해서 16회기 정도 상담을 받았습니다. 마음에도 감기가 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떤 분이 하신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리면서 말이죠. 사실,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사실 우리는 누구나 알게모르게 ‘상담’과 유사한 일들을 하며 삽니다. 친구끼리 떡볶이 먹으며 나누는 고민, 심지어 점을 보러 가는 행위 자체도 상담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기 마음을 드러내 보이고, 공감 혹은 지지를 얻는 일 모두가 상담인 셈입니다. 이런 마음을 드러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마음을 드러낼 곳이 없이 고독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코로나블루’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블루’가 찾아와서인지 회사를 쉬고 싶은데 일이 바빠 쉴 수 없다는, 그야말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회사 동료로부터 얼마 전 ‘고민상담’을 겸한 점심식사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말이  “사람들이 불쑥불쑥 인사도 없이 질문하고 답변을 해 주어도 감사인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정말 많아졌어요. 요즘 AI Answering Machine 이 된 기분이에요”. 복리후생을 담당하며 사람들에게 친절과 편의를 제공하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었습니다. 아마 예전 같았다면 질문과 답변 감사인사까지 넉넉하게 주고 받았을 일이, 이렇게까지 비인격화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비단 이 분 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에서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대면이나 육성보다는 이메일이나 메신저같은 ‘문자’로 대체되는 사이, 커뮤니케이션의 온기는 빠르게 식어버린 것 같습니다. 글로 따뜻한 메시지를 적어 보낸다는 게, 말로 하는 것보다 시간도 들고 에너지도 소모되는 게 사실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온기가 식어버린 가운데 고독한 재택근무가 계속되는 사이 번아웃까지 찾아 온 이분과의 대화는 ‘무엇을 해 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템플스테이라도 며칠 떠나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요. 생각이 요즘 너무 많거든요”

“그럼 며칠 다녀오시지 그러세요”

“아 근데, 제 일이 매일매일 하지 않으면 구멍이 나는 일이라서 자리를 떠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 다른 분들에게 부탁을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부서 내 다른 분들도 번갈아 가면서 그렇게 서로 도와가며 쉬면 좋잖아요”

“그럼 너무 제가 죄송하기도 하고, 다녀와서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일이 쌓여있을 것이라서, 하아…그래서 그냥 회사를 그만 둘까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렇게 갑갑한 상황이라면, 회사를 그만두고 좀 쉬는 것도 괜찮겠네요. 회사를 그만두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예??!! 진짜 어렵게 취업한 회사인데, 막상 또 그만두고 나면 앞날이 막막하니까 그런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 정말 템플스테이 가야될 것 같아요”

무한루프(Endless loop).

배운대로라면 그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와 주었어야 했지만, 슬슬 대화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때마침 시간도 없고해서…

“그럼 새벽 네시에 일어날 수 있으세요? 회사 앞 ㅂㅇㅅ라는 절 아시죠? 거기 가면 새벽 네시부터 예불을 할 수 있습니다. 휴가 내고 템플스테이 다녀오실 수 없으면 그렇게라도 조금씩 며칠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예???! 새벽 네시에 일어나면 하루가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자니 제약이 너무 많아서 망설여진다는 이야기처럼 들려요. 그럼 지금 해 볼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쉬운 혹은 사소한 ‘습관의 변화’를 해 본다면 뭘 해보실래요?”

이 대화는 여기서 멈추고 저희 둘은 4주 뒤에 다시 만나서 어떤 부분에서 사소한 변화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갑갑한 상황.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저는 그나마 쉽게 해 볼 수 있는 일이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아주 사소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말은 요즘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시는 가이드 명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자신을 변혁시키는 것이다 (We can transform our world only by transforming ourselves)’ 사실 변혁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큰 단어처럼 들립니다만, 사소한 습관이나 변화도 변혁의 시발점이자 그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이라는 책을 보면, 제목이 말하듯 작은 습관을 반복적으로 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습관은 곧 자기 정체성을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그 정체성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행위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하루에 책 30분씩 읽기’ 라는 목표도 좋지만, ‘꾸준한 독서가로서 나는 하루 30분씩 책을 읽겠다’는 식의 자기 정체성 확립형 습관을 세우는 것이죠. 결국 그 정해진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고, 패턴이나 리듬이 중단 혹은 방해 받더라도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가져 오면서 그 결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주라는 내용입니다. 앞서 제시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침형 인간으로 시간의 노예가 되기 보다는 주인이 되는 그런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일이 주는 의미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저항을 인식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건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면서 하기 어렵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사례에서 본다면, ‘무엇인가 해야하는데 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출발점입니다. 그리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 그 모든 저항의 요소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어떤 균열점을 찾아 이 상황에서 빠져 나올지 생각하는 것이죠. 자기 자신에게 계속해서 불편함을 가져오는 요인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도구를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코로나블루 그리고 단절된 업무환경에서 오는 번아웃이 감기처럼 찾아오기 쉬운 요즘, 여러분들은 어떠십니까? 단계적 일상회복이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전화를 집어 들곤 마음 내키는 사람에게 연락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새로운 만남을 시도해 보시는 것은요? 그것도 귀찮다면, 자기 생활에서 아주 쉽게 바꿀 수 있는 패턴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떨까요? 사소한 팁입니다만, 저는 Habit Reminder 라는 앱을 무려 돈주고 구매 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저에게 리마인더를 보내주는 앱입니다. 정해놓은 습관이란 아주 단순합니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 습관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합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행복했나요? 죽고싶지만 떡복이는 먹고 싶은분들, 모쪼록 오늘 하루…좋은 사람들과 수다떨며 떡볶이 먹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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