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현실과 이상


 

재경 담당자인 제가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경험하게 된, 직장생활에 대한 관점과 태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

 

우리가 살면서 어떤 대상에게 실망하거나 현타를 느끼는 순간은 보통 언제인가요? 아마도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다를 때, 또는 내가 바라는 것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나 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일 것 같은데요.

그 범위를 직장으로 좁혀서 생각해볼게요. 편하게 얘기하라고 하면서 막상 솔직한 의견을 내면 불편해하는 상사를 볼 때나, 회사는 항상 도전과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아쉽게 실패한 프로젝트가 남긴 것은 낮은 고과와 질책뿐일 때. 그런 경험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면서 우리는 조직에 실망하고, 더 나아가서는 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까지 마음의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합니다.

그간의 제 직장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외적인 선언과 내부 사정이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 현실에 여러 번 실망했고, 매년 회사가 외치는 변화에 대한 약속은 그저 형식적인 선언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기대감 없는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죠.

저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크게 환기시켜 준 이론이 있습니다. 조직문화 연구가 에드거 샤인의 ‘조직문화의 세 가지 차원’인데요. 조직의 문화를 1. 겉으로 드러나는 인공물, 2. 조직이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가치, 3. 구성원들이 당연하다고 믿는 암묵적인 기본 가정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김성준 교수님의 책 <조직문화 통찰>을 참고했습니다

 

1. 인공물

우리가 직장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는 로고, 사무실, 근무복장, 회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업무를 하면서 사용하는 고유한 용어, 회사의 규범, 업무 절차, 제도 등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2. 표방하는 신념과 가치

회사가 대외적으로 이야기하는 슬로건, 미션, 핵심가치 같은 것들입니다. 회사가 사업을 성장시켜 오면서 중요하다고 학습하게 된 가치가 될 수도 있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와는 다를 수 있어요. 말 그대로 겉으로 ‘표방하는’ 신념과 가치입니다.

3. 암묵적인 기본 가정

조직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 것’입니다. ‘인간은 선하고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업무 환경을 구성합니다. 반대로 ‘인간은 악하고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기본 가정을 가진 회사는 직원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게 됩니다. 암묵적인 기본 가정은 조직의 문화적인 토대가 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세 가지 차원이 완벽히 일치하는 조직이겠지요. 하지만 직장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권위주의 탈피와 수평적인 문화로의 변화를 선언하고도 임원을 위한 전용 주차공간, 식당, 집무실 같은 인공물들을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자율과 창의성을 장려한다고 말하지만, 수치화된 KPI로 직원들을 통제/관리하고, 튀는 행동을 하는 직원에게 눈치를 주며 개개인성 보다는 집단 내에서의 평균주의를 강요하는 조직들도 아직 많이 있지요.

현실에서 마주하는 이런 괴리가 실망스럽고 답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직의 문화를 말과 행동이 다른 한 덩어리의 존재가 아니라,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그런 부정적인 마음을 조금씩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매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제시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또한 그에 맞는 업무적인 제도와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를 계속해서 시도해야 하지요. 하지만 구성원들의 마음과 행동 깊은 곳에 자리 잡힌 기본 가정은 금방 바뀌지 않습니다. 다른 차원들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여러 가지 충돌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아주 서서히 바뀌어가는 것이 기본 가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 느끼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조직을 바라볼 때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당장 경험하고 있는 차원 간의 괴리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세 가지 차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문제인 것이죠. 지금 비록 그것들이 일치하지 못하더라도, 지나온 시간을 쭈욱 펼쳐서 살펴봤을 때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조직에 대한 희망을 어느 정도 품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에드거 샤인의 이 이론을 안경처럼 쓰고 직장을 바라보면서, 조직이 시도하고 있는 변화의 과정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대체 왜 이럴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구조적인 이해를 갖는 일은 직장생활을 보다 이성적이고 주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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