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연차사용률 99%, 연간 근로시간 1800시간에서 1700시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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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을 중시하며 밀도있게 일하는 게임회사
우연한 기회에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38개국 중 5위를 기록했다. 중남미국가(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가장 높은 순위다. 매년 근로시간의 격차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낮은 근로시간을 기록한 독일(1349시간)보다 거의 600시간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의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졌다. 지난 글에 썼듯이 회사의 초과근무시간이 줄어들어 2021년보다 훨씬 더 근로시간이 줄어들었을거라는 기대를 안고 연간 근로시간을 조사해보았다.
근로시간 조사는 어렵지 않다. 우리는 초과근무수당을 주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관리하고 있어 HR 시스템에서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의 근무시간의 기록을 다운받았다. 유급, 무급 휴가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 근로시간만을 더했다. 중도입사자와 퇴사자는 1년 전체 근로시간을 추정하기 어려우므로 제외했다. 2022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 모두 재직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했다.
과연 우리 회사의 2022년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몇 시간일까?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평균 1771시간이었다. 연 기준이 좀 다르긴 하지만 2021년 우리나라의 평균 연간 근로시간인 1915시간보다 144시간이나 적은 수치였다!!! 게다가 지난해에 비해 근로시간은 평균 43시간이나 단축되었다. 같은 조건으로 조사한 2021년 기준 우리 회사의 평균 근로시간은 1814시간이었다.
구성원 개인의 근로시간의 차이도 조사했다. 2022년 기준 가장 근무시간이 적었던 이는 1506시간이었고, 가장 근무시간이 많았던 이는 1931시간으로 400시간의 차이가 나는 점이 걸렸지만 전반적인 편차는 2022년보다 적어졌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근로시간이 적어졌을까? 우선 올해 연차 사용률이 매우 높아졌다. 우리는 연차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고 1월에 미사용 연차를 수당으로 정산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소멸되는 연차를 모두 사용했다. 무려 연차 사용률이 99% 였다!!! 연차를 쓰지 못한 한 명도 장기근속보상으로 인해 장기근속보상 휴가를 쓴 탓(?)이었다. 작년에 수당으로 나가는 연차 개수가 전체 46일 정도였는데 올해엔 전체 다 합쳐서 6일 뿐이었다.
특히 2021년에는 연말에 신규 게임 출시로 인해 연말 초과근무시간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연말에 연차를 소진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2022년 연말엔 그런 경우가 줄어들어 연말에 사무실이 텅텅 비었었다.


연말 연차 사용 현황 (구성원 40명의 연말 연시 연차)
연차엔 당연히 이유가 없고 결재도 없다. 미리 동료들과 리더들에게 공유만 하면 된다.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성훈님도 연차를 모두 소진한다.

이런 거 No!!!!
유급 휴가 뿐 아니라 우리 회사는 리더와 동료의 협의가 있다면 무급 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무급 휴직을 사용한 이도 꽤 있었다. 또한, 22년 3월, 코로나 정점엔 우리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병가로 인한 유급 병가를 쓴 구성원들도 많았다. 계획된 장기 연차는 백업 인수인계를 한다. 대부분은 백업할 이가 있기 때문에 장기 휴가를 가더라도 서로서로 돕는 분위기다.
우리는 단축근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게 바로 ‘나’다. 나는 급여를 조정해 7시간만 근무하고 있다. 기본 7시간 근무인 나는 올해에 연차를 모두 사용했고 병가와 경조 휴가 등도 사용했다.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1538시간이 산정되었다.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은 시간이라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 더 효율을 내야겠다 싶었다.
게다가 초과근무시간이 적어졌다. 초과근무가 줄어든 것과 연차 사용률이 매우 높아진 것은 일감을 산정할 때 연차 쓸 것을 미리 계획하고 버퍼를 잡기 때문이다. 스케줄을 무리해서 잡지 않는다. 너무 무리해서 잡으면 리더가 이를 제지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리더다. PD나 스크럼마스터가 연말에는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12월 업데이트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으며 12월 일감 스케일을 줄인 부분도 있다. 또 개발팀 리더는 개발문화의 장점을 꼽으라는 말에 ‘야근 싫어함, 매우 싫어함,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발휘하여 개인의 워라밸을 찾기를 추구함’ 이렇게 말할 정도로 극도로 초과근무를 좋아하지 않는다. 또, 아트팀 리더는 그동안 프로젝트의 개별 아트 담당자 배치를 직무파트로 전문화했다. 프로젝트 개별 아트 담당자가 있을 때는 개별 역량에 따라 시간 차이가 날 수 있고, 프로젝트에서 갑자기 무언가 추가하거나 일하다가 볼륨이 커지면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대로 담당하는 사람이 최대한 다 대응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직무 전문화가 된 이후로는 파트가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체제로 바뀌면서 좀 더 효율을 추구하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파트 전문화 시스템에 대해서도 한번 써보겠다.) 또 그는 ‘12월 중순 이후로는 프로젝트 업무를 추가 진행하지 않는다’ 선포한 후 아트팀에 연차가 남은 이들은 12월 중순 이후부터 재정비할 수 있도록 연차를 소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요즘엔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실제 게임회사라고 해서 매일 야근하고 갈아넣으며 빡빡하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프로젝트에서도, 팀에서도, 회사의 경영지원팀(프론트)에서도 여러가지를 고민하여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끝없이 고민하고 있다. 올해에도 쉼과 일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가며 일하는 시간에 더 효율적으로 밀도있게 일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시스템, 더 나은 문화를 함께 고민해야겠다. 가능하다면 다른 회사도 연간 근로시간을 파악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각 회사별로 분명 다른 포인트가 있을 것이고 개인별 근로시간에 따라 인사이트도 흥미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야근없이 제시간에 집에 갈 수 있도록 다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