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으려면, 자발적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망하는 시나리오
서울시 5급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2박 3일의 교육 일정의 주요 내용은 서울시의 현재와 미래, 타 도시 경쟁력 비교, 나의 리더십, 서울시가 망하게 되는 시나리오, 우리의 할 일, 시장 특강으로 이루어졌다. 이 교육의 핵심은 서울시가 망하게 되는 시나리오 토론 및 결론 도출 그리고 발표였다. 서울시는 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시가 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 전쟁, 경제 폭락으로 세금이 걷히지 않음, 도시기능의 마비 등 다양했다.
다양한 토론과 해결방안이 도출되었다. 망한다는 전제가 있으니 결론은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게 하는가에 집중되었다. 전제를 서울시가 지속 발전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로 진행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가만 있어도 서울시는 존재하기 때문에 토론의 진행이나 도출된 결론에서 획기적 발상을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가 망한다는 자발적 위기의식이 역으로 서울시가 지속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해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안주하는 기업은 망한다.
A회장의 고민은 갈수록 심해진다. 한 명 밖에 없는 자식인 아들은 기업 경영에 관심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의 길을 걸어간다. 전문경영인 체계도 쉽지 않다.
회장의 눈에 비친 내부 임원들은 내 사업이라는 생각이 없다.
외부 영입을 시도했지만, 내부 임원과의 갈등으로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70세를 넘긴 회장은 오늘도 8시 이전에 출근하여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주관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아쉬움이 많다. 본부장들이 변화의 흐름 속에 사업의 모습과 방향, 중요 전략과 중점과제에 대한 고민이 적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이므로 지금 이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선제적 조치가 매우 부족하다.
현재의 문제에 대한 대책만 난무하다. 악착 같은 근성이 없다. 함께 기업을 성장시킬 때에는 너 일 내 일이 없었고 밤낮이 없었다. 회사가 성장하며 직원이 늘고 조직이 커가는 것이 즐거웠다.
이들이 본부장으로 있는 지금 더 키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정도면 잘했다며 안주하는 듯하다.
무엇을 지시해도 하겠다는 말보다 어려움을 말하거나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기일을 묻는다.
이전의 열정이 본부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CEO 모임에 가면 성장하는 CEO는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미래를 만들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회사는 미래 예측은 고사하고 무엇이 문제점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깨어 있으라고 본부장 회의에서 강조한다. 본부장들은 열심히 받아 적는다.
깨어 있으라고 백 번 적어도 실천과 결과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A회장은 회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본부장들이 안주하지 않고 깨어 있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깨어 있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A회장은 직접 본부장을 지도하며 평가하기로 결정했다. 매주 목요일 3시간의 시간을 내어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과제를 주고, 발표, 지도, 실천 방안 도출, 개별 면담의 5단계를 유지했다.
매 주제에 대한 본부장 평가를 통해 유지와 퇴직을 결정하기로 다짐했다.

첫 번째 주제는 사업의 본질 이해였다.
사업의 의미, 사업의 본질, 사업의 밸류체인, 밸류체인별 무엇이 핵심인가를 과제로 제시했다. 본부장들이 목요일 과제를 발표했다.
체계적으로 완벽한 과제해결을 한 본부장도 있지만, 개념 자체를 파악하지 못한 본부장도 있다.
A회장은 직접 사례를 들어가며 과제에 대한 본인의 철학과 원칙, 경영에의 시사점을 설명하였다.
회사와 각 본부별 사업의 본질을 어떻게 내재화하며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토의하도록 했다.
사전 준비가 없어서인지 토론의 깊이도 열정도 없다.
A회장은 주어진 3시간이 지나고 한 명씩 개별 면담을 통해 생각을 듣고 조언을 했다.

두 번째 주제는 사업을 둘러싼 현 환경과 미래 환경 변화였다.

같은 방법으로 과제를 제시했고, 본부별 어떻게 발표하는가를 살폈다.
산업 연구원의 보고서처럼 산업 전반에 대한 현재와 미래 분석을 한 본부장, 회사를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한 본부장 등 다양했다. 회장은 회사의 현 수준과 5년 후 모습을 제시하며
이런 회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개별 면담을 통해 본부별 5년 후 모습(사업구조, 매출, 조직, 인원), 핵심역량, 핵심인재에 대한 과제를 부여했다.

세 번째 과제는 5년 후 회사의 바람직한 모습과 전략이었다.

본부장에게 사전 어느 정도 틀을 제시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안을 발표할 것이라 생각했다.
2번의 교육에 질책이 없이 진행한 탓인가? 대부분 본부장들의 발표안에는 고민의 흔적이 적었다.
마치 학생이 숙제를 제출하는 생각과 수준이었다. 간절함과 절박감이 없는 죽은 보고서였다.
9개 본부의 매출을 더하면 현 매출의 30배가 넘지만, 사업구조는 그대로이다.
조직과 인원도 큰 변화가 없다. 현 수준의 조직과 인력으로 어떻게 30배의 매출을 달성할 것인가?
본부별 핵심역량과 핵심인재에 대한 개념도 천차만별이었고, 함께 토의한 흔적이 없다.
회사는 혼자 이끌어 갈 수 없음을 잘 아는 본부장들이 자신의 본부만 생각한다.
발표를 듣고 A회장은 형편없는 본부장 2명을 그 자리에서 경질했다.
인사담당 임원을 불러 본부장과 금일 안에 2명의 본부장을 추천하라고 했다.
추천된 본부장 후보자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3번의 거부 후 추천된 본부장 후보 중 한 명은 타 본부의 임원이 아닌 팀장이었다. 발탁이었다. 진정성이 느껴져 추천된 팀장을 만나 보았다.
눈빛이 살아있었고 회사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본부장들에게 같은 주제로 1주일을 추가 부여했다.
거듭된 실망으로 3번의 발표가 더 진행되자 회장의 마음에 흡족한 각 본부별 전략이 도출되었다.

네 번째 과제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로 정했다.

5개년 모습과 전략의 구체적 실천 과제와 방안을 작성하여 발표하도록 했다.
새로 부임한 본부장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과제의 심각성인지 2명의 본부장이 퇴임한 탓인지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발표 당일 분위기가 긴장이 감돈다.
특히 새롭게 임명된 본부장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4번의 발표와 토론을 듣고, A회장은 회사의 대표이사로 B본부장을 임명하였다. 위기의식을 갖고 항상 선제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략적 판단과 결정을 주도하였고, 내부 평판 뿐 아니라 외부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면이 월등했다.
사업부의 실적도 높고 분위기도 긴장감이 엿보였다. 4번의 과제에 대한 준비와 발표, 토론을 이끄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A회장은 자신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새로운 대표와 함께 금번 과정을 기억하며 한 마음이 되어 한 방향으로 가길 기원한다고 당부하며 2개월에 걸친 본부장 교육을 마무리했다.

위기는 외부 환경, 타인에 의해 조성될 수 있다. 예상하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닥칠 수 있다.
깨어 준비하는 사람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현명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회사와 사람은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여 선제적으로 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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