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회사 구하기, 나는 어디서 부터 시작하였나?

“여기 모인 임직원 000명이 대표 보다 훨씬 현명하고 유능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회사 대표로 취임한 첫날 이렇게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 취임 전에, 회사는 바닥 없는 늪으로 가라앉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파악해 보니 상황은 더 나빴다. 인건비는 급상승하고, 매출의 하락추세는 멈추지 않았다. 수익성의 악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벗어나보려는 몇 차례 시도는 이미 실패로 끝난 터였다. 바닥에 구멍이 난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듯 했다. 더구나 M&A 이후 새로 투입된 직원들은 기존 직원들과 서로 갈등하며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조직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업조직은 경영자의 입장에 볼 때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입었던 “아이언맨 수트” 와도 같다. 평범한 신체능력을 가졌던 토니는 이 수트를 입으면 하늘을 날고, 엄청난 힘과 민첩성을 가지고 악을 응징한다. 평범한 사람도 기업조직이라는 수트를 입으면, 큰 능력을 발휘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퍼 히어로가 되기도 한다. 경영자의 능력은 그의 수트의 질, 즉 지휘하는 조직의 힘에 좌우된다.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류)”라고 불리는 신 인류를 창조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라는 강력한 수트를 입지 않고 아이폰으로 세계를 바꾸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생사를 건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에서도 지휘관의 성과는 조직의 능력에 달려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어느 나라의 전투 조직이 가장 강력하였을까? 미국의 군사학자 “트레버 드푸이”가 그의 저서 “전쟁의 이해”에서 1943년부터 1944년 사이에 연합군과 독일군이 벌인 81번의 교전을 분석했다. 병사의 수와 장비, 작전과 지형요인 등을 동등하게 수정하여 분석한 결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독일군 100명은 각각 영국군 145명 미군 132명 소련군 200명과 동등한 수준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참전했던 독일군, 미군, 영국군 24개 사단의 전투효율 분석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미군 88사단이 5위를 차지한 것 외에는 1위부터 10위까지 9개사단이 모두 독일군이었다. 미국 할리우드가 만들었던 2차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전후 군사 전문가들은 오랜 연구 끝에 그 비결이 독일군의 독특한 “임무형 지휘체계”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임무형 지휘체계의 핵심은 이렇다. 첫째, 상급부대는 하급부대에 달성해야 할 목표를 철저하고 정확하게 공유한다. 그 공유는 상하간의 치열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어 진다. 둘째, 목표 달성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예하 지휘관들에게 최대한의 재량권을 부여한다.

독일군 중에서도 임무형 지휘체계를 가장 잘 활용하여 하급지휘관에게 전술적 재량권을 보장한 지휘관이 사막의 여우로 알려진 롬멜이다. 롬멜 장군이 예하 지휘관에게 간섭하는 경우는 자신과 공유한 전략목표에 반하여 공격이나 기동에 소극적일 때에 한하였다.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의 독일군은 공격이나 대응속도가 기존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을 정도로 빨랐다. 영국군은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롬멜사단에게 매번 패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많은 연구보고에 따르면, 독일군 조직은 고위 장성들의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나라 군대들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덜 권위적이었다. 연구, 토론, 비판이 그 어느 나라 군대보다 자유로웠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가진 독일군의 경직된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독일군 사단의 강력한 전투력의 비결은 바로 임무형 지휘체계가 잘 정착된 것에 있었다.

나는 눈 앞의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과정에서 회사 조직을 임무형 지휘체계로 재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상처 입은 조직원의 회복 및 재배치, 필요한 역량의 부분적 외부 수혈, 및 내부의 숨은 인재 발굴은 당연히 병행되어야 하는 필수 작업이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수트의 수리 정비작업인 셈이다.

임무형 지휘체계로의 재편 첫째 단계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한 목표의 확실하고 철저한 공유였다. 이 과정에서 평가제도가 차별보상을 위한 사전 단계라는 생각을 과감하게 버렸다. 평가제도에 늘 포함되는 업무 목표설정은 반복 피드백을 통한 소통의 도구로 작동되도록 노력했다. 기존의 상대평가제도 자체도 부작용이 클 뿐 아니라 피드백 주기가 매우 길어 소통 툴로 무의미하므로 절대평가에 가깝게 수술했음은 물론이다.

(그저 미국에서 유행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만들어준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수입품 인사제도를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상대평가는 갓난아이 때부터 엄마 아빠와 다른 방에서 혼자 잠을 자며 자라난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적인 제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서너 살이 되도록 엄마의 품에 잠들며 성장한 한국인들의 조직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부작용이 없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인사담당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며 인사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하여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각 계층별 리더들이 자신들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명령형 지휘체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지속적인 신뢰의 표현으로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반복 확인시켜 주고 격려해 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짧은 순간에 마법처럼 이루어 지지 않는다. 많은 이야기와 설득이 필요하고 경영자가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며 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도 변화는 진행 중이고,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조직이 수리되면서 침몰하던 배 같던 회사는 바닥의 뚫어진 구멍을 수리하고 순항을 시작했다.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던 사람들이 큰 성과를 내면서 회사의 실적에 크게 기여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개선된 성과 위에 덤으로 얻는 보상이었다.

도입 성격의 첫 번째 글이라서 많은 이야기들을 생략하였습니다. 다음부터 개별 이슈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공유하기

Share on facebook
Share on linkedin
Share on twitter
Share on email
0 개의 댓글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인살롱 인기글

error: 컨텐츠 도용 방지를 위해 우클릭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로그인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문의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로그인
벌써 3개의 아티클을 읽어보셨어요!

회원가입 후 더 많은 아티클을 읽어보시고, 인사이트를 얻으세요 =)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Close Bitnami banner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