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왜 채용을 하는가? 사실 사람이 경쟁력이고 답이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전략, 제도, 시스템,
자금과 물자 등은 다 베낄 수 있어도 사람은 모방할 수 없고 경쟁력의 근원이기 때문 아닐까?
어떻게 채용할 것인가? 과거 사람 중심의 공개채용에서 이제는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으로 채용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필요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적절한 시기에 선발하겠다는 적소적재의 원칙이 적용된다.
문제는 선발방법이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통하여 채용 과정의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나이, 출신지, 혈연, 학력, 외모 등의 편견 요인은 제외하고, 보유하고 있는 직무능력을 평가하여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향은 옳다. 혈연, 지연, 학연이 아닌 그 직무를 할 수 있는
지식, 경험, 자격, 태도를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선발 되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채용에서의 공정성을 높이고 신뢰수준이 제고되었다.
하지만, 직무수행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 체계, 직무 중심의 채용 프로세스의 구축,
면접관의 선발 및 양성이 뒷받침해야 한다. 제도가 블라인드라고 방식도 모두 블라인드가 되면 곤란하다.
면접관이 면접 시간에 쫓기듯 들어와 입사 지원서를 보고, 일반 질문을 하면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면접관이 철저히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살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 끝난 후,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인재를 선발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A기업의 면접관으로 요청을 받았다. 당일 30분 이전에 오라고 한다.
입사지원서는 전부 PC에 저장되어 있고, 30분 이전에는 볼 수가 없다.
담당자가 면접 시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10여분 남은 상태에서 지원자 현황은 PC에 조별 정리해 놓았다고 한다.
3인 1개조이며, 면접 시간은 조별 20분이다. PC의 입사지원서에는 사진, 이름, 학교, 주소 등이 없다.
1조 1, 2, 3번으로 되어 있고, 자기소개서 중심이다. 자기소개서의 질문도 지원 동기, 특정 주제에 대한 생각,
성격 장단점, 향후 포부로 일반적이다. 읽어도 크게 차이가 없어 변별하기 쉽지 않다.
외부 면접관으로 참석하면, 면접관도 처음 보는 분들이다. 기업 내부 분들은 알겠지만, 블라인드 면접으로
면접관이 인사하는 것도 어색하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안내하는 사람이 없다.
용기를 내어 가벼운 인사를 하고 진행 방법을 설명했다. 면접관이 눈치를 보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지원자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하고 마치자, 공통 질문을 하고 1번 지원자부터 대답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3명이 답한 후 또 잠시 침묵이 흐른다. 각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하고 질문을 마쳤다고 했다.
다음 면접관이 질문한다. 10여분 지난 후 이전 질문을 하는 면접관도 있다. 면접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가도 모른다.
20분이 되고 얼추 질문이 마무리 되어 수고했다고 하며 향후 일정은 인사담당자가 알려줄 것이라 말하고 마무리했다. 채용 담당자가 다음 조 전에 들어와 개별 질문은 가급적 하지 말고 공통 질문만 하고 순서도 가능하면
1~3번 순서를 유지하라고 한다. 말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이렇게 면접을 하고 기업에 맞는 제대로 된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까? 지원자의 입사지원서를 볼 시간도 없고,
정해진 질문만 한다면 제가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귀가했다.
면접관은 어떤 마음가짐과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면접관은 회사를 대표한다는 자세로 면접에 임해야 한다.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지원자에게 심어줘야 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사부서에서 사정사정해서
면접관을 선정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사전에 이들을 선발하고
교육하여 임명해서 언제 누가 면접을 보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입사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일이다. 이를 결정하는 면접관이라면,
1) 채용하는 Position이나 직무에 회사와 현장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정확하게 알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2) 지원자 과거 이력, 면접 중 관찰된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3)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며 이를 중심으로 채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직무역량 중심의 면접 진행 시 면접관이 해야 할 일
직무 중심의 면접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인사제도가 직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직무중심의 인력운영계획이 추진되어, 직무 단위의 채용규모가 결정되어야 한다.
채용규모에 의한 채용공고도 직무 단위로 내야만 한다. 이 직무를 잘할 수 있는 지식이나 경험, 스킬과
자격증을 구체화하여 이를 갖춘 사람이 지원하도록 공고를 내야 한다.
직무 중심의 면접이 되기 위해서는 면접관도 직무 전문성이 있는 현장 관리자나 전문가가 선발되어야 한다.
이들에 의해 지원 직무별 질문, 질문에 대한 답변의 수준, 면접 시 진행 순서, 역할 분담, 심사표, 마무리 멘트
등을 정해 사전 연습을 하고 합격자의 수준 등을 조율해야 한다.
면접시 면접관은 면접에만 집중해야 한다. 시간관리와 질문과 관찰을 통해 회사와 직무에 맞는 인재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대화의 주체는 지원자가 되도록 하고, 직무역량에 관한 질문은 가능한 직무 단계별로 기초지식에서 출발하여 직무의 트렌드,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본질을 알고 있는가, 핵심을 알고 있는 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자세가 되어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 면접에 임하는 자세 등을 관찰하여 주어진 심사표의 직무역량별 수준을 체크한다.
면접이 끝난 후 토론 없이 면접관의 평가를 그대로 인정하고 평균으로 가져가는 방법보다는
면접관 간의 협의과정을 거친 후, 면접관의 평가표를 취합하는 방법이 보다 바람직하다.
면접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면접관의 선발과 교육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들에 의해 면접의 시작과 끝의 프로세스, 컨텐츠,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면접관이라는 자부심, 면접에 임할 수 있는 자격 검증, 사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회사에 맞는 채용 모듈화로 이루어질 때 직무 중심의 채용은 정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