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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노동조합이 새로 생긴 한 사업장의 단체교섭 자리,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의 3년간 미사용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요구했다. A사는 “그동안 일이 없을 때 연차휴가를 다 같이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고, 노동조합은 “연차휴가는 강제 사용이 불가능한데, 일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출근을 거부한 것일 뿐 근로자들은 연차휴가를 청구해 사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사례 2: B사는 하계휴가를 연차유급휴가에서 부여하는데,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하계휴가 일정을 잡으면 사업장 가동이 어려울 수 있어 특정 시기에 일률적으로 하계휴가 일정을 잡고 근로자들에게 출근하지 않도록 해 왔다. 그런데 그 시기에 가족들 일정상 휴가 사용을 못한다는 직원이 출근을 하겠다 하고, B사는 그 때 사업장 문은 닫을 것이니 알아서 하라고 한다. 

 

사례 3: C사는 연차휴가사용대장은 없지만, 업무량이 적을 때 근로자들이 쉬도록 했기 때문에 연차휴가는 이미 충분히 소진하고도 남는다고 자신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직원이 인사팀에 “우리 회사는 연차휴가는 없냐”며 문의해 왔다.

 

사례 4: D사는 월요일에 보통 일이 없어서 다 같이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들이 연차휴가 사용에 불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사실상 못 쓴다는 불만이 있다.

 

연차유급휴가 vs. 휴업

 

위 사례는 사용자는 연차유급휴가(이하 ‘연차휴가’)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근로자는 사용자 측 귀책사유에 의한 휴업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다.

 

사업장에 작업물량이 없는 시기나 휴일 등이 끼어 있는 일명 샌드위치 데이, 하계 휴가철에 근로자들의 연차휴가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차감하는 회사들이 있다. 사업장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연차휴가를 소진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개별 휴가 신청 절차는 누락되기도 한다. 보통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신청을 받으면서도 사업장 전체 근로자의 연차휴가를 소진할 때는 신청을 별도로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연차휴가 사용을 원치 않는 근로자들은 이를 사용자 측 사정에 의한 ‘휴업’으로 인식한다. 즉, 근로자는 노무를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나 사용자가 부여할 업무가 없어 노무수령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 시기 청구권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사용자 측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으로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사용자 측 귀책사유로 인해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평균임금 70% 이상의 휴업수당(통상임금 초과시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6조제1항).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는 미사용한 채로 남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46조(휴업수당)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제1항의 기준에 못 미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시기청구권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차휴가와 휴업은 외관은 유사해 보이지만, 연차휴가는 근로자에게 시기청구권이 있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사용자가 주어야 하고, 다만 근로자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법 제60조 제5항)고 하고 있다. 법에서는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을 인정하긴 하나,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뿐이다. 단지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 준다면 그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엿보이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연차휴가의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단순히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함으로써 근로 인력이 감소되어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 시기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서울고등법원2019. 4. 4. 선고 2018누57171 판결).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정당하게 인정되지 못한다면 근로자의 연차휴가도 사용했다고 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회사가 연차휴가를 가급적 근로자가 업무량이 적은 시기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다만, 회사가 원하는 시기에 근로자들의 연차휴가가 사용되길 원한다면 근로자들이 연차휴가의 사용시기를 청구하도록 해야 함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회사는 우선적으로 특정 시기의 연차휴가 사용을 근로자들에게 독려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집중 하계휴가 유도기간이라고 하여 근로자들에게 해당 시기에 연차휴가를 청구하도록 온오프라인을 동원해 대대적인 집중 홍보를 하고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청구를 받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해당 시기에는 연차휴가를 장기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거나, 여름휴가기간이라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등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청구하도록 유인책을 회사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개별 연차휴가 청구가 없음에도 연차휴가를 소진시키는 방법으로는 ‘유급휴가 대체(근로기준법 제62조)제도가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연차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개별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 시기청구가 없더라도 연차휴가를 사용 및 소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앞선 사례에서 회사가 통상적으로 일이 없는 시기나 샌드위치 데이 등에 근로자들의 연차휴가가 일률적으로 유효하게 소진되게 하려면 이러한 유급휴가 대체 제도를 사용했어야 한다.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를 통해서도 근로자의 연차 사용시기를 사용자가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근로기준법 제61조). 연차휴가 사용기간이 끝나기 전 6개월 전(1년 미만 근로자는 3개월 전) 의 1차 사용촉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그 촉구를 받은 때로부터 10일 이내(1년 미만 서면 촉구 후 발생 연차는 5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사용자는 연차휴가 사용기간이 끝나기 전 2개월 전까지(1년 미만 근로자는 1개월 전, 1차 서면 촉구 후 발생 연차는 10일 전까지)  근로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서 근로자의 연차 사용시기를 사용자가 특정할 수 있다. 물론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가 유효하려면 사용자로서는 적극적인 노무수령 거부 등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업무량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변경의 고려

 

사업장 중에는 통상적으로 일이 없는 요일이나 시간대가 있어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게 하거나 일찍 퇴근하도록 하는 사업장들이 있다. 사례 3과 사례4와 같이 사용자는 근로자가 일찍 퇴근하도록 하거나 출근하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반차나 연차휴가를 부여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연차휴가나 반차휴가 사용 시기를 지정해 청구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부여할 업무가 없어 근로자들이 쉬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휴업’ 내지 ‘부분휴업(근로기준과-387, 2009.2.13.)’의 실질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에도 통상 업무량이 적은 요일이나 시간대에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나 반차휴가를 자발적으로 신청한다면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처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자 본인의 필요 보다는 사용자가 부여할 업무가 없기 때문에 휴가 사용을 강요 받는다고 본다면, ‘휴업’으로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장에 업무가 발생하지 않는 요일이라면 휴무일이나 휴일 등으로 변경하는 등 소정근로시간 변경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업무량이 적은 시간대라면 시간대별 적정 인력이 배치됐는지 검토도 요구될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소정근로시간의 변경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 근로계약 내용 변경뿐만 아니라,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개정 절차까지 수반되어야 하고, 그 변경이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으로 판단될 경우 불이익 변경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장의 시기별 업무량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근로자집단과의 협의 내지 합의 절차를 사전에 거칠 필요가 있다.

 

행정해석은 소정근로시간 축소와 그에 따른 임금감소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될 수 있으며, 1주 총 근로시간은 유지하되 1일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조정하되 기존 근무일이던 토요일을 휴무일로 변경한 경우는 불이익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근기 68207-3019, 2002.10.07.).

 

휴가와 휴업의 구분에 따른 인사관리 필요

 

e-HR의 발달로 근로자의 연차휴가 신청 및 승인 절차를 전산으로 간편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회사가 사용자 측 사정에 의해 일률적으로 근로자들의 연차휴가를 소진시키려고 하는 경우 법상 필요한 실질적 요건과 절차가 누락될 때가 있다. 한편, 근로자들의 근로의 권리 및 연차휴가 사용시 시기지정권에 대한 의식은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근로자의 근로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나 그 법적 실질에 사용자와 근로자 간 인식의 다름은 장기에 걸친 다수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이나 노사간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례1의 노동조합의 3년치 미사용연차휴가수당 청구 사건이 대표적이다. 근로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 사용을 못했음에도 미사용연차휴가수당도 못 받은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지만, 회사는 근로자들이 불평 없이 유급으로 쉬고 이제와 연차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며 근로자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별 근로자의 연차휴가 시기지정청구도, 근로자대표와의 휴가대체 서면 합의도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연차사용에 대한 증빙을 가지고 있지 못했고 사용자는 사용자 측 귀책사유에 의한 휴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사용자와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인지 휴업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인지와 필요한 법상 절차를 거쳤다면 이 같은 노무분쟁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상 유급휴가 대체나 연차사용촉진제도 외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가 아닌 시기에 사용자가 근로자가 쉬도록 하는 것은 연차 사용이 아닌 사용자측 사정 내지 귀책사유에 의한 ‘휴업’임을 명확히 하고, 근로자의 연차 사용에는 시기에 대한 동의 내지 청구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함을 감안해 노무 서류나 시스템의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반복적인 휴업이 요구되는 구간은 소정근로시간에서 제외하여 휴업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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