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숭이와 군인의 사정

 


[첫 번째 이야기]

중앙에 바나나가 매달린 긴 막대기가 세워져 있는 방에 원숭이 네 마리를 넣는다.
배고픈 한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려고 막대기에 올라타는 순간, 천장에서 찬물이 쏟아진다.
다른 원숭이들도 똑같이 해보지만 찬물을 뒤집어쓸 뿐이다.
여러 차례 물벼락을 맞은 뒤 원숭이들은 막대기 근처에 가지 않게 된다.

 


이후 실험자는 천장의 물을 잠그고 물에 젖은 원숭이 한 마리 대신 다른 원숭이를 들여보낸다.
바나나를 발견한 새 원숭이는 막대기로 다가가려 하지만 기존 원숭이들이 말린다.
경험상 찬물을 뒤집어쓸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에 젖은 원숭이 대신 새로 들어온 원숭이는 매번 막대기에 오르는 것을 저지당한다.

 

이렇게 한마리씩 원숭이를 바꿔가며 이제는 한번도 찬물을 맞아본 적이 없는 원숭이만 남게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도 막대기를 타고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왜 올라가면 안되는지도 모른 채 막대기를 못본채하는 것이었다.

 

                                     – 화난 원숭이 실험(Angry Monkey Experiment) 게리 하멜(Gary Hamel)

 

[두 번째 이야기]

새로 부임한 대대장은 부대를 시찰하던 중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
수풀로 가려진 공간에 낡은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있고 그 벤치를 두 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대대장이 병사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자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시찰이 끝나고 대대장은 중대장을 호출, 무엇에 대한 경계근무냐고 묻자 중대장은
자신이 부임하기 전부터 있었던 부대의 임무라고 말한다.

 

대대장은 부대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던 주임원사에게도 물었으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대대장은 비합리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업무를 쉽게 없앨 수 없었다.
무언가 매우 중요한 이유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부임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괜히 기존 규칙을 바꿨다가 무슨 잡음이 발생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은 흘렀고 인사명령에 따라 새로운 부대장이 부임했다.
그리고 부대를 시찰하던 중 낡은 나무 벤치를 지키고 있는 두 병사를 발견했다…

 

두 이야기 속에 어떤 공통점이 느껴지십니까?
HR쪽에서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용어 그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바꿀 수 없다는,
변화의 시도가 소용 없다는 것을 배우고 체념하게 되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이 조직에 많으면 많아질 수록 조직의 미래는 명확해질 것입니다. 물론 안좋은 쪽으로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조직은 단체로 다른 병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병입니다.
사람들은 특별한 이득이 없는 한 현재의 행동을 바꾸지 않으려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 톨스토이 ‘안나 까레리나’ 中

그래서일까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의 중요성은
HR분야에서 꾸준히 강조되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기업은 변화관리에 실패하거나
큰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죠. 역설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변화관리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 볼 수 있을까요?

 

  1. 본격적인 Roll-out 전에 미리 조력자를 심어두어라

    많은 전쟁에서의 승리요인 중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스파이와 게릴라입니다.
    옛말에 전쟁은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죠. 이들은 본격적인 전쟁에 앞서 상대의 무장을 해체하거나
    함정, 요인 암살 등을 통해 보이지 않은 사전 정지작업을 미리 해두곤 합니다.

  2. 작은 성공체험을 위한 마이크로 혁신을 장려하라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는 말, 인사를 담당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무서운 말입니다.
    우리는 조직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회사를 위하는 마인드셋이 갖춰져 있음을 전제로 이를 일깨워주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역할인 사람이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끝그림을 보여주며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눈앞에 작은 성공케이스를 보여주며 ‘이거 나쁘지 않은걸?’이라는 작은 인식부터 심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3. 때로는 일단 저질러라
    조직경직도에 따라서는 일단 저질러 보는 것도 필요할때가 있습니다.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혼자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순간 부터는 보조바퀴를 떼고,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채치수는 중요한 경기에서 파울을 경계하며 위축되어 있다가
    어느순간 과감한 행동에 나섭니다. 파울을 불지 않는 기준을 찾기 위해서였죠.
    파울을 두려워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죠.
[첫 번째 이야기]에서 
모두 물을 맞아본적이 없는 원숭이들로만 구성된 이후에도 아무도 바나나 막대기를 오르지 않은 이유,

 

[두 번째 이야기]에서
외진 공간에 홀로 남겨진 벤치를 병사 두명이 돌아가며 경계를 수년째 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아디다스만 쓸수 있는건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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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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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
필진
재이
8 개월 전

여기서 어떻게 더 전문적이어야하죠?^^전 글이 넘 좋은데요 다음글도 기대합니다!

박광현
필진
박광현
8 개월 전

쉽고 재밌게 풀어주셔서 술술 읽었어요! 모든 인사담당자분들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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