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커(linker)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숙성된 고급술’, ‘큰 나무’, ‘나이테’, ‘큰 돌’, ‘바람 빠진 타이어’, ‘투명인간’, ‘고인물’ 등 조직 내에서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고경력자이면서 현재 특별한 보직을 맡고 있지 않은 이들이다.

이들은 업무적으로나 관계적으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있으며 조직의 역사와 함께 축적된 남다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등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들은 한마디로 조직 내 인적 자산(human resource)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다른 구성원들의 시선과 견해는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구성원들의 경우,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고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다. 더군다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고경력의 비보직자 역시 스스로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들은 개인별로 차이는 있으나 명시적인 기대 역할이 모호한 경우도 있고 내적인 동기부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소극적인 태도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보여지는 이들의 모습은 이내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거나 방치하게 된다면 개인이나 조직 모두에게 이로울 바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먼저 경력성공에 대한 관점부터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경력성공은 크게 객관적 성공과 주관적 성공으로 구분된다. 객관적 경력성공은 타인으로부터 확실하게 판단되고 식별되는 업적으로 일반적으로는 승진이나 보상 등과 같은 외적 보상을 수반하게 된다. 반면 주관적 경력성공은 자신의 경력에 대해 스스로가 평가하는 것으로 성취감이나 책임감 혹은 인정 등과 같은 내적 보상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객관적 경력성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주관적 경력성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주관적 경력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 수행, 외부 관계의 확대 및 유지 그리고 내부로부터의 인정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주관적 경력성공을 위해서는 고경력의 비보직자들 스스로 경력개발에 대한 책임을 갖고 현재와 미래의 경력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학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일컬어 경력연계학습(Career Related Continuous Learning)이라고도 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을 움직이는 힘(motivation)의 원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기이론에서는 외적인 동기보다는 내적인 동기가 훨씬 더 강력하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Herzberg가 말하는 동기요인과 Maslow가 말하는 관계욕구, 존중욕구, 자아실현 욕구가 해당된다.  따라서 고경력의 비보직자들은 저차원적인 욕구나 동기보다는 고차원적인 욕구나 동기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할 수 있는 지식에는 형식지와 암묵지가 있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자료나 글 등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형식지의 공유이고 코칭이나 멘토링 등으로 공유하는 것이 암묵지의 공유이다.

이와 같은 지식 공유는 개인의 직무 자율성과 함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혁신행동을 촉진시켜 주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구성원들간 지식이 상호 교환되어 다른 구성원들이 사용가능한 형태로 변환되는 지식 기여(Knowledge Contribution)라고 볼 수도 있다.

조직 내 고경력의 비보직자들은 이러한 지식 공유 및 기여와 같은 방법을 통해 조직 내 새로운 역할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일종의 지식과 경험의 연결자(linker)가 되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연결자란 리더에게는 모범형 팔로워(effective follower)이며 후배들에게는 서번트 리더(servant leader)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모범형 팔로워로서 리더와의 관계와 자신의 업무에 있어 소신있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서번트 리더로서 구성원을 위해 헌신하고 만족을 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업무적인 측면과 관계적인 측면에서 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나 경험을 요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끌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상급자로부터의 지시를 넘어 업무와 관련된 후배들로부터의 요청에 부응하고 조력하는 역협조(backward cooperation)를 해 볼 수도 있다.

관계적인 측면에서는 자신의 전문성과 경력에 기반한 강의나 컨설팅 등을 통한 구성원 육성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구성원들의 관점과 시야를 넓혀줄 수도 있다. 아울러 스스로가 책이 되어 볼 수도 있다. 이른바 휴먼 북(human book)이 되는 것이다. 책에 보면 목차가 나와 있는데 자신의 경험과 지식 등이 휴먼 북의 목차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필요한 구성원들이 있다면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이다.

이미 많은 조직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중 하나는 조직 내 고경력의 비보직자들이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와 배경에 비추어보면 이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들의 가치를 재창출하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래야만 이들이 지니고 있는 개별적인 고유의 경험과 지식이 사장되지 않고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유용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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