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행복’에 관하여

직장인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직장인에게 과연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 친구들만 봐도, 동료들만 봐도 늘 퇴사와 로또1등 당첨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실 나는 7년 간의 조직 생활 중, 3년 정도 직장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을 느껴봤기에 직장인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주변의 도움과 약간의 운도 있었다는 사실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깨달았다.

3년 간 직장인으로서 내가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리더의 든든한 지원과 확실한 권한위임으로 얻은 ‘자율성’
2. (1번이 있었기에 가능) 높은 오너십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책임감’
3. (1&2번이 있었기에 가능) 업무에 몰입한 결과, 얻게 된 ‘인정’

나를 믿고 업무를 위임해 주시는 리더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미친듯이 업무에 몰입했다. 야근을 수시로 했지만 행복했다. 덕분에 조직문화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구성원들로부터 긍정적 호응도 얻으며 팀 성장에 기여함과 동시에 나에 대한 인정 및 보상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반대로, 행복하지 않은 직장 생활도 경험해 봤다.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경영진의 HR에 대한 ‘무관심’ -> 실행X
2. 경영진&회사 비전 공유X ->
 나의 업무가 회사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
3. 마이크로매니징 
-> 업무 ‘자율성’ & ‘자기효능감’ 저하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어느새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해지고, 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싶어지는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전에 내가 경험했던 일하는 문화와 든든한 스폰서십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는지 깨달았다.

이처럼 양쪽의 감정을 모두 경험해 본 나는 4월 기고만장에서 진행한 HR담당자 세미나에서 ‘직장인의 행복’에 대해 기업 실무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세미나 진행 전, 세미나에 참석하는 약 7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인의 행복’을 주제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를 간략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1. 내가 느끼는 일상의 행복이 직장에서의 행복과 같은 의미인가요?
▶ 네(47%) vs. 아니오(53%)

2. 회사에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인정 >>>>> 회사/구성원 성장 기여 > 팀워크 > 성과급 등 보상

3. 회사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자율서술)
▶ 무능한 리더들로 인해 직원들이 퇴사할 때
▶ 보상이 적을 때, 상사와 신뢰가 깨질 때, 발전이 없을 때
▶ 유관부서 협조 안될 때, 몸빵하는 일만 수두룩 할 때, 열심히 해봤자 욕만 먹을 때…
▶ 다들 친한데 나만 외톨이라 느껴질때
▶ 너무 일이 많이 몰아쳐서 개인의 삶이 희생당한다고 생각될 때, 할건 많은데 그만큼 인적/물적 자원이 지원되지 않을 때
▶ 일이 너무 많을 때, ER 처리 등
▶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
▶ 부당하고 이해가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할 때
▶ 업무에 몰입하지 못할 때, 대표님의 무리한 의사결정 등
▶ 했던 게 엎어지고 했던 게 엎어져서 한 게 또 엎어질 때
▶ 성장이 멈춘 기분..
▶ 상대와의 갈등, 선배들의 충돌에 등 터지는 것은 나
▶ “아무리 말해도 변경이 되지않을 때
▶ 내부에서 적이 칼질하고 있음을 알게 될 때
▶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 동료 간 갈등..
▶ 내 의견 미반영 및 생각이 다를 때..”
▶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수행해야할 때
▶ 더 이상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내 스스로 정체된 것 처럼 느껴질 때
▶ 지극히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 상대가 업무적으로 매너가 없을 때, 보상이 적을 때
▶ 아무도 나의 기여를 인정해 주지 않을 때
▶ 좌절감을 느낄 때
▶ 상사의 폭언
▶ 연간 평가계획에 맞춰 억지로 새로운 것을 기획해야 할 때
▶ 늦게 나만 남아 있을 때
▶ 업무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내가 하는 일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
▶ 내가 쓰이지 않아, 내가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을 때
▶ 이기적인 상사들과 직원들을 소모품 취급하듯 하고,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 상사가 마이크로매니징을 할 때
▶ 1. 점차 벌어지는 유사 연차대비 급여, 2. 비전 없이 단기 목표, 매출만을 중시하는 문화, 3.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떠나는 직원과 면담을 가질 때, 달라지지 않는 상황과 의지가 없는 상위 직급자의 판단
▶ 동료와의 마찰
▶ 대표이사의 학연/지연/혈연 관계인에 대한 특별 대우, 공정 및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
▶ 광범위한 업무 부담으로 전문성 없이 오퍼레이팅한 업무만을 처리해야 할 때
▶ 내가 없어질 때
▶ 내 일이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
▶ 부정적인 감정이 주변에 전파될 때
▶ 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싶을 때
▶ 똥개훈련 (보고를 위한 보고, 엑셀 노가다 등)
▶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로 회사와 직원에 도움이 안되는 정치적인 쓸데없는 일을 힘들어할 때
▶ 임원 정치적 목적의 회의나 워크숍 소집
▶ 직원들의 뒷담화
▶ 리스펙 할 수 없는 리더 아래 존중 받지 못하는 의사결정으로 회사가 방향성이 없어질 때
▶ 주변사람이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내가 주변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 업무 감소, 프로젝트 무산
▶ 모든 공이 타인에게 갈 때
▶ 직무 전문성에 대해 인정 받지 못할 때
▶ 의견이 묵살되거나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목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을 때
▶ 개인적인 발전이 없다고 느낄 때
▶ 일 못하고 책임감 없는 선배와 팀장 아래에서 ‘나는 왜 이렇게 혼자 고분 분투하고 있나’ 라는 회의감이 들 때, 운영성의 업무만으로도 벅차서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창조적인 업무경험을 하고 있지 못하고 점점 퇴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 사소한 하나하나 의사결정을 통해야 하며, 내 본연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 치중되어 성장이 저해될 때
▶ 담당 업무 영역에 있어 나 스스로 무언가 기여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게 될 때
▶ 상식이 통하지 않고 지위에 굴복해야 할 때, 일이 어그러지는걸 보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주관부서로서 진실과 다르게 오해 받을 때(블라인드에서 무분별하게 욕 먹을 때..)
▶ 협업 시 업무를 미룰 때, 업무 파악을 못하는 수준의 상사 밑에서 일할 때, 이성이 아닌 감성에 따라 평가 및 업무 배분을 하는 상사와 일할 때, 책임을 미루는 동료들과 일할 때
▶ 막무가내로 일 처리 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
▶ 일방적인 의견무시(답정너) &경청하지 않는 리더십
▶ 어린 나이 때문에 무시 당할 때
▶ 업무에 대한 권한이 없을 때, 상사로부터 부당한 혹은 불명확한 지시를 받을 때, 상사의 말이 자꾸 바뀔 때, 사원들로부터 불만을 들을 때
▶ 업무자율권이나 팀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할 때
▶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도록 내 업무 범위가 좁아졌을 때, 발전하기 어려운 반복적인 업무를 장기간 할 때
▶ 일이 몰아칠 때…
▶ 상대방의 무례한 태도 경영진의 무관심
▶ 동료직원이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을 때
▶ 하루 하루 외부미팅을 하고 돌아오면 바뀌는 대표님의 비전이 절 슬프게 만듭니다. 어제는 직원 만족을 위해 사내 행사에 힘써라 했다가 다음날 지금 조직문화 잡고 있을 때가 아니라 실무를 해야 한다고 번복할 때. 인중을 때리고 싶었습니다.
▶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업무를 지시받을 때 (직원을 신뢰하지 못해서 생기는 업무들)
▶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느낄 때
▶ 시대에 역행하는 업무 처리방식이나 근태관리에 관한 지시가 내려왔고 그걸 내손으로 직접 수행해야 할 때
▶ 업무 권한이 없을 때

4. 회사에서 직원들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고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네(98%) vs. 아니오(2%)


특히 3번 질문에 나온 답변들이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여러 이유 중 적어도 한 가지 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구성원들의 불만을 모두 해결해 주자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어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든, 현재의 문제점을 다 개선해주든 구성원들의 불만은 또 생기기 마련이다. (가지고 싶었던 명품 가방을 사도, 또 가지고 싶은 명품 가방이 다시 생기는 것처럼…)

따라서 회사 비전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각 회사만의 조직문화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회사 시스템들을 만들어 나감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우리 회사 문화에 fit한 인재를 선발하고, 의사결정 사항들을 투명하게 공유해주며 타운홀미팅 등을 통해 계속해서 회사의 비전과 구성원들의 업무를 Align 시켜 나가면 된다.

2&3번 설문조사 결과 및 나의 실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나의 생각과 100% 일치한 책이 있다. 바로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에머빌 교수가 쓴 ‘전진의 법칙’ 이라는 책이다. 그 책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그 날 업무에서 한 발 전진했음을 느꼈을 때’ 라고 한다. 직장인들은 일에 필요한 도움이나 피드백을 받았을 때, 업무에 있어 성장했다고 느꼈을 때를 행복한 순간으로 꼽았다. 테레사 에머빌은 이를 ‘전진의 법칙(The Progress Principle)’ 이라고 이름 붙였다.

좋은 조직, 좋은 조직문화의 핵심은 바로 ‘전진’에 있다.
영어 호칭을 부르며 수평적 소통을 지향하는 회사, 워케이션(Work + Vacation)을 갈 수 있는 회사,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회사도 물론 좋은 회사지만, 조직의 기본은 역시 회사 비전 달성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일’에 있다. 즉,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업무가 전진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회사의 문화가 효과적인지를 반드시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에 전진의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공과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지?

회사의 조직문화는 조직문화 담당자 한 사람, 조직문화팀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결국 회사 비전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면,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아래, 구성원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그 문화 속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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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y101
외부필진
jiny101
6 개월 전

인담자가 아니어도 늘 고민되고, 고민하는 주제이죠.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회사에서 보내니 회사 생활도 결국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에요. 샤워하다가도 밥먹다가도 나의 삶 전체에 스며드니 직장인들의 일에서의 행복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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