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최악의’ 리더. 그 후, 내가 결심한 것들

7년 간 회사 생활을 하며 다섯 분의 팀장님과 네 분의 임원을 모셨다. 조직 생활을 시작한 지 초반 5년 동안, 나는 스스로 ‘리더 운은 끝장나게 좋다.’는 생각을 했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를 자랑할 정도로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왔다. 그 동안 내가 만난 리더 분들은 주니어인 나를 믿어 주시고, 업무를 과감하게 위임해 주셨다. 덕분에 나는 매사 업무에 자신감 넘칠 수 있었고, 연차 대비 다양한 일들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 직무(조직문화 담당)를 사랑하게 되었다.

운이 너무 좋았던 걸까? 하늘은 역시나 공평했다.
이직 후, 나는 ‘나의 리더 운은 여기서 끝인가보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운이 좋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 한 A팀장을 만났다. 대체로 나는 사람들을 볼 때,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기에 사람을 향한 ‘증오’라는 최초의 감정을 컨트롤 하기가 힘들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고 약 1년 간, 감사하게도 임원 분의 든든한 지원 아래, 내게 주어진 조직문화 관련 미션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덕분에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고, 더 많은 일들을 위임 받을 수 있었다.

그 때부터였다.
A 팀장의 행동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업무 관련 피드백을 받고자 회의를 요청하면, “정 과장이 전문가잖아~ 알아서 해~” 라고 말하기 일쑤였고, 오전에 자리를 비우면 퇴근 시간이 다 되서야 돌아왔다. 특히,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어느 날, A 팀장은 갑자기 나를 회의실에 불러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A팀장: 정 과장이 새롭게 작성한 ㅇㅇㅇ 기획서, 내가 상무님께 보고할게.
(지금까지는 실무자가 한 일은 소속 리더(팀장/실장/임원) 분들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가되, 실무자가 직접 임원께 보고했다.)

나: 그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A팀장: 정 과장, 1년 동안 인정 많이 받았잖아. 상무님이 팀장으로서의 내 역할을 계속 챌린지 하시네. 나도 내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나: 근데 왜 제가 작성한 기획서로 …?

A팀장: 내가 조직문화 일을 해 본적이 없잖아. 그래서 정 과장이 작성한 기획서로 보고해야 할 것 같아. (A팀장은 그 당시, 다른 일을 하다가 조직문화 팀으로 발령이 났다.)

나: 팀장님이 새롭게 다른 프로젝트 준비하시면, 팀원으로서 제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근데 이번에 제가 준비한 ㅇㅇㅇ 기획서는 실무자인 제가 보고하겠습니다. (그 기획서에, A팀장은 단 한 번도 피드백을 준 적조차 없었다.) 그리고 제가 팀원인데, 실무자들이 일 잘하는 게 곧 팀장님 능력을 인정받으시는 거 아닌가요..?

A팀장: 아니야. 나도 상무님께 내 능력 보여줘야 돼. 그냥 정 과장이 작성한 ㅇㅇㅇ 보고서, 내가 준비한 걸로 할게. 이건 팀장으로서 지시사항이야. 그러니까 정 과장은 이대로 따라줬으면 좋겠어. 여긴 회사잖아?

 

약 1년 전의 일을 지금 다시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복기해보니, 여전히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이 때부터 나는 A 팀장을 향한 나의 팔로워십이 사라졌다. 내가 아무리 ‘까라면 까’를 받아들일 수 없는, “공정성”이 중요한 90년대 생이지만, 이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단 세대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 후부터 A팀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내가 한 일을 빼앗고 주변 동료들에게 일을 완수하기 위한 나의 수고와 열정을 가치절하 했다. (Ex. “내가 기획하면 더 잘해.”, “ㅇㅇㅇ보고서 봤더니, 여러 문제점이 많더라고. 생각이 좀 짧아.” 등)

그렇지만, 역시나 정의는 살아있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던가. 그는 내가 입사하기 전에도, 팀원들의 업적을 빼앗고 팀원들의 뒷담화를 다른 팀 사람들에게 해왔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과 동료들 역시 그의 행동이(더군다나 그는 팀장이었기에) 자신들의 동기부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내게 말해왔다. 조직문화 담당자인 나는 그의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감정은 차치하고서라도, 한 회사의 조직문화 담당자인 내가 이 일을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친다면, 회사 내 발생하는 다른 조직의 리더십 문제를 내가 해결해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더군다나 회사에서 내게 위임해준 ‘조직문화 담당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실장님께 건의했고, 팀원들과 차상위 직책자와 함께 논의했다.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그 후 A팀장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서야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정 과장이 나보다 더 인정받는 것 같아서 싫었어. 정 과장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 생각도 했어야 했는데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팀장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시간이 흘러 현 시점에서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그도 그렇게 ‘최악의 리더’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고 팀원들에게 사과했으며,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회상하든 사람들은 좋게 기억하려는 심리가 있다고는 한다…) 또한 이 때의 나의 행동에 대해 가끔 생각하곤 하는데, 너무 “올곧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아쉬움이 가끔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다시 이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래도 나는 동일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보며
‘내가 언젠가 리더가 되면 적어도 이러한 행동은 하지 말자.’ 라는 나만의 행동 수칙을 정할 수 있었다.

첫째, 팀원의 성과를 내 성과로 가져가지 않을 것.
▶ 팀원이 잘한 일은 최대한 널리 알리고, 팀원의 실수는 포용하자.

둘째, 역량이 뛰어난 팀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권한위임 할 것.
▶ 시기질투하지 않고, 그가 더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다만 팀의 목표에 Align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1on1 미팅을 통해 케어해 나가자.

셋째, 독단적이고 고압적 언행을 하지 않을 것.
▶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름을 인정하자. 무조건 내 생각이 맞는 건 아니다.

넷째, 팀원들의 뒷담을 절대 하지 않을 것.
▶ 이는 신뢰의 문제로 직결되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만약 팀원의 행동 중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I-Message 대화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지금까지 나의 7년의 조직생활 중에 만난 최악의 리더 사례를 소개했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이 정도가지고 무슨…’ 혹은 ‘감히 팀장한테 문제를 제기한 거야? 역시 버릇없는 90년대생이네.’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당시 A팀장 때문에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일이 진척되지 않았으며, 나 또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심리상담을 받았을 정도로 회사생활이 힘들었다. 내가 힘들면, 그는 (적어도 지금까진) 나에겐 최악의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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