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

현대의 직장인은 대부분 번아웃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번아웃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글자 그대로 자신의 모든 열정이 다 타버려 소진된 것을 뜻한다. 열정이 남아 있지 않으니, 일상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업무 영역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영역조차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흔히 이러한 번아웃의 원인을 외부의 압력에서 찾기는 하지만, 조직 내에서 비슷한 스트레스의 강도를 받는다 하더라도 개인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약육강식과도 같은 세계에서 강해져야만 살아남는다는 뻔한 결과를 다시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번아웃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럼 번아웃은 사람에 따라 찾아오는 걸까, 상황에 따라 찾아오는 걸까. 약간 다른 내용의 얘기지만, 시대적으로 리더가 지녀야 할 리더십 이론은 나름의 변천을 겪어 왔다. 1950년대의 이론은 개인별로 리더의 특성과 자질이 있는가에 관심을 두었다. 물론 전쟁이라는 특이한 상황에서 훌륭한 리더의 선발이 중요했던 게 이유였다. 이후 1970년대에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측면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1990년대에는 예측불가한 경영 환경의 변화에 리더도 끊임없는 변혁을 요구받았다. 이제 현재는 이 모두를 아울러 서번트 리더십, 감성적 리더십 등 자율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리더십이 등장했다.

이렇듯 수많은 리더십의 홍수 속에서 리더에게 부여되는 역할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리더십과 매니지먼트의 조화도 필요하고, 수많은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그러다 보니 정작 리더 자신은 어떤 게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헷갈리는 상황도 맞닥뜨린다. 게다가 요즘 MZ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르다고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도 등장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집에 가서도 좋은 가장의 모습을 고민해야 하기에, 진짜 ‘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니, 나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기나 한 걸까?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이렇게 진짜 ‘나’를 구분하기 위하여 쓰는 용어가 ‘공적 자아 Public Self’와 ‘사적 자아 Private Self’이다. 사람은 누구나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를 가지고 있다. 공적 자아는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이다. 반면에 사적 자아는 스스로만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문제는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의 모습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통제가 철저한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차이가 적을뿐 2개의 자아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이중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서양에 비하여 자신의 표현이 적은 동양 사람들이 두 개의 자아 간에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 간의 간격이 클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은 모습이 많아진다. 또한, 공적 자아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사적 자아에게 눈길을 주는 시간이 적어져서 간격이 커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에게 주어진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는데, 이것을 두 자아에게 균형 있게 나누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 쪽의 자아에게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게 되면 워라밸이 무너지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 그리고, 공적 자아는 단순하게 회사에서의 모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집이나 사적인 모임에서조차 그들이 기대하는 공적 자아의 모습을 여전히 유지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남들이 모르는 사적 자아의 모습을 자신조차 모를 수도 있다.

두 자아의 균형을 확인하려면 사적 자아의 모습일 때를 떠올려 봐야 한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난장판이 되어 있지 않은지, 평소 나 자신을 위해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격의 없는 친구들과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스스로 되돌아본다. 공적 자아에 비하여 사적 자아에 대한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사적 자아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드는 셈이다. 공적 자아 이외의 시간을 멍 때리거나 명상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적 자아의 활동을 충분히 보장하라는 것이다. 사적 자아가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 또한 공적 자아의 공간만큼 소중하게 정리를 해 둘 필요가 있다.

필자도 회사에서 일하던 때에 번아웃이 온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번아웃인지조차 몰랐다. 실제로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일중독자로 보내면서 집으로 돌아가면 불만과 짜증이 가득한 못된 가장의 모습이었다. 다행히 상담을 통하여 사적 자아와 정반대의 모습인 공적 자아의 무게에 억눌려 있음을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성과주의 모습이었지만, 나 자신과 힘들게 싸우고 있었던 셈이었다. 즉, 나에게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을 입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온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교육 담당 직무를 도전했고, 사내 강사의 길을 시작했고,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을 더 보내고 1인 기업 강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적 자아를 찾는다고 해서 꼭 회사를 떠날 필요는 없다. 혹시 자신이 리더로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 공적 자아로서 요구되는 영역과 사적 자아로 편안한 영역과의 간격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돌아보는 게 어떨까. 오히려 필자처럼 사적 자아의 영역을 살려 자신의 업무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도 있다. 회사의 측면에서도 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되며 성장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모 대기업의 경영철학이 ‘구성원의 지속적 행복’이라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는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의 조화로부터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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